메이저 대회 첫 결승전이라는 부담감 앞에서도 아리나 사발렌카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서브는 물론 스트로크 싸움에서도 사발렌카의 묵직한 스윙이 점점 더 위력을 뿜어낸 것이 주효했다. 세계 여자 테니스 실력자들의 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듯 두 선수의 공식 프로필에 적힌 키는 나란히 183cm였고 큰 키에 어울리는 시원한 스윙들이 테니스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결승전에 어울릴 정도로 놀랍게 짜릿한 역전 드라마가 이루어진 것이다.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태어난 아리나 사발렌카(WTA 랭킹 5위)가 우리 시각으로 28일(토) 오후 5시 35분 멜버른 파크에 있는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2023 호주 오픈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카자흐스탄의 엘레나 리바키나(25위)를 2시간 28분만에 2-1(4-6, 6-3, 6-4)로 이겨 그랜드 슬램 첫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감격을 누렸다.

국기도 마음대로 흔들 수 없었던 '사발렌카', 감격의 눈물

호주 오픈 공식 누리집에도 사발렌카의 이름 앞 국기 표시는 비어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러시아의 우방국인 벨라루스 선수들도 같은 조치를 받은 것 때문이다. 코트 반대편에서 사발렌카를 상대한 리바키나도 한 때 러시아 국기를 달고 뛴 경험이 있지만 2018년에 카자흐스탄으로 국적을 바꿨다. 

1세트는 리바키나가 34분만에 6-4로 따냈다. 이 결승전 전까지 사발렌카가 세 번 모두 이겼었기 때문에 드디어 리바키나가 2022 윔블던 챔피언의 위용을 다시 한 번 자랑하며 상대 전적으로 첫 승리 기록을 남기는 듯 보였다. 하지만 2세트부터 분위기가 뒤집혔다. 사발렌카의 서브와 스트로크의 묵직함이 리바키나의 정교함을 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게임마다 듀스가 반복된 2세트 흐름 중 네 번째 게임에서 결정적인 갈림길이 나왔다. 리바키나의 서브 에이스도 인상적이었지만 게임 포인트에 더 근접한 것은 사발렌카의 날카로운 서브 리턴이었다. 이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리바키나의 포핸드 스트로크가 길게 떨어져 브레이크 포인트가 찍혀나온 것이다. 3-1로 벌어진 2세트 흐름은 사발렌카 쪽으로 내내 기울어 6-3으로 끝났다.

마지막 갈림길은 3세트 일곱 번째 게임에서 나왔다. 묵직한 포핸드 크로스 위너로 사발렌카가 결정적인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았고 여러 번의 듀스 끝애 사발렌카의 뜻이 그라운드 스매싱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결국 마지막 게임이 된 3세트 열 번째 게임에서 사발렌카는 188km/h 속도로 뻗어나가는 서브 에이스를 내리 꽃았고, 네 번째 듀스 상황에서 위력적인 3구 포핸드 위너를 뿌려 챔피언십 포인트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표는 끝까지 묵직했던 사발렌카의 스트로크였다. 리바키나의 포핸드 리턴이 길게 넘어와 라인 밖에 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사발렌카는 그대로 드러누워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2021년 윔블던과 US오픈 4강 두 번, 2022년 US오픈 4강 진출이 메이저 대회 단식 부문 최고 성적이었던 아리나 사발렌카는 이 감격적인 순간으로 첫 그랜드 슬램 단식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여자복식 부문에서 2019년 US오픈 우승, 2021년 호주 오픈 우승 경험이 있지만 혼자서 이룬 최고의 성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WTA 투어 11회 우승 끝에 진정한 챔피언 소리를 들은 아리나 사발렌카는 이제 랭킹 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게 됐다.

2023 호주 오픈 테니스 여자단식 결승전 결과
(1월 28일 오후 5시 35분, 로드 레이버 아레나 - 멜버른 파크)

아리나 사발렌카 2-1(4-6, 6-3, 6-4) 엘레나 리바키나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아리나 사발렌카 17개, 엘레나 리바키나 9개
더블 폴트 : 아리나 사발렌카 7개, 엘레나 리바키나 1개
첫 서브 적중률 : 아리나 사발렌카 65%(70/108), 엘레나 리바키나 59%(62/105)
첫 서브로 포인트 성공률 : 아리나 사발렌카 71%(50/70), 엘레나 리바키나 71%(44/62)
세컨드 서브로 포인트 성공률 : 아리나 사발렌카 47%(18/38), 엘레나 리바키나 44%(19/43)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아리나 사발렌카 23%(3/13), 엘레나 리바키나 29%(2/7)
네트 포인트 성공률 : 아리나 사발렌카 88%(7/8), 엘레나 리바키나 75%(9/12)
위너 : 아리나 사발렌카 51개, 엘레나 리바키나 31개
언포스드 에러 : 아리나 사발렌카 28개, 엘레나 리바키나 25개
서브 최고 속도 : 아리나 사발렌카 192km/h, 엘레나 리바키나 195km/h
첫 서브 평균 속도 : 아리나 사발렌카 176km/h, 엘레나 리바키나 180km/h
세컨드 서브 평균 속도 : 아리나 사발렌카 149km/h, 엘레나 리바키나 136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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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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