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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왕 중 염라대왕이다. 염라는 다른 시왕과 달리 면류관을 쓰고 있어 구분이 쉽다.
▲ 시왕상 시왕 중 염라대왕이다. 염라는 다른 시왕과 달리 면류관을 쓰고 있어 구분이 쉽다.
ⓒ 김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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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법에 이르기를, 인간은 죽은 후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무죄 판결을 받은 망자(亡者)만 환생하여 새 삶을 살 수 있다.

​영화 <신과 함께> 이야기다. 1편 <죄와 벌>은 2017년 개봉했다. 2편 <인과 연>은 그다음 해에 개봉했다. 원작은 주호민 작가의 웹툰이다.

소방관 자홍은 화재 사고 현장에서 여자아이를 구하고 죽었다. 저승차사 강림과 해원맥과 덕춘이 반갑게 맞아준다. "김자홍씨께선, 오늘 예정대로 무사히 사망하셨습니다." 정의롭게 죽었다며 귀인(貴人)이라고 추켜세운다. 지옥 재판에서 무죄를 받도록 도와 줄 변호인단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염라대왕은 천 년 동안 49명의 망자를 환생시키면 인간으로 환생시켜 주겠다고 이들 세 명에게 약속했다. 자홍은 19년 만에 나타난 귀인으로, 이들이 변호하고 호위해야 하는 48번째 망자다. 자홍의 환생을 확신하지만, 쉽지 않다. 지옥 재판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난관이 연이어 나타난다.

영화 1편 대강의 내용이다. 컴퓨터 그래픽, 연기, 이야기 흐름 등 부족한 것이 없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힘이다. 눈물과 감동과 웃음을 모두 맛볼 수 훌륭한 요리가 됐다. 이중 소재가 가장 인상적이다. 재판관이 불가에서 말하는 시왕(十王)이기 때문이다.
 
목탑 형식의 대웅전이다. 화재로 문화재에서 해제되었으나 멋은 변함없다. 뒤쪽에 호성전 뜰 앞의 잣나무가 있다.
▲ 쌍봉사 대웅전 목탑 형식의 대웅전이다. 화재로 문화재에서 해제되었으나 멋은 변함없다. 뒤쪽에 호성전 뜰 앞의 잣나무가 있다.
ⓒ 김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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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군 이양면에 쌍봉사가 있다. 천년 고찰로 역사가 깊은 만큼 사연도 많다. 대표 자랑거리는 철감선사 부도와 탑비다. 목탑 형식의 대웅전도 유명하다. 고려 무신정권 최항의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 절의 가장 큰 볼거리는 시왕상(十王像)이다. 시왕은 지옥에서 죽은 자의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왕이다. 대개 지장전에서 볼 수 있다.

지장전은 지장보살을 봉안한 전각이다.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원하는 소임을 맡았다. 절에 따라 시왕전, 명부전, 쌍세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쌍봉사에서는 지장전이라고 부른다.

영화 <신과 함께>에서 나온 지옥의 판관이 시왕이다. 일곱 왕이 나온다. 나머지 세 명의 왕은 유교의 삼년상 이야기와 어울린다. 또 영화에서 염라대왕은 모든 왕의 위에 있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시왕 중 다섯 번째 왕이다. 이 부분은 다음에 따로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

쌍봉사 지장전도 지장보살이 중심이다. 중요한 건 함께 봉안된 21구의 목조상이다. 시왕, 판관, 귀왕, 동자, 사자의 모습을 조각하였다. 1667년(조선 현종 8년)에 조성됐다. 정교한 조각으로 예술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보물 제1726호로 지정됐다.

단청이 많이 지워졌다. 빛바랜 모습이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 복원을 해야 하지만 당시의 기법을 아직 밝히지 못했다 한다. 그렇더라도 그 아름다움은 변치 않는다. 아니 더 그윽하다. 세월이 덧칠되어 깊은 맛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쌍봉사는 사계절이 아름답다. 이중 봄이 도착하기 직전을 제일 좋아한다. 호성전 뜰 앞의 잣나무 때문이다. 추울수록 푸르름이 더 짙어진다. 삶을 일깨우는 죽비 같다.

올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겨울산은 추위에 회색빛이 됐고 잣나무는 여느 해보다 푸르렀다. 빛바랜 시왕과 선명한 잣나무가 주는 아름다움이 깊다.

겨울이 떠날 채비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화순매일신문에 실립니다. 네이버블로그(cumpanis, 쿰파니스) "맛담멋담"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쿰파니스, #쌍봉사, #화순여행, #신과함께, #지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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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파니스'는 함께 빵을 먹는다는 라틴어로 '반려(companion)'의 어원이다. 네이버 블로그(cumpanis) <쿰파니스 맛담멋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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