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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3일 서울시청에서 간담회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3일 서울시청에서 간담회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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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끝은 악수였다. 그러나 알맹이는 달랐다. 서울시가 서울시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연대(전장연)과의 단독 면담을 진행한 2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회의장으로 들어오는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에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진 대화에서의 발언은 곳곳에 날이 서 있었다.

"전장연이 굉장히 사회적 강자가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이 정도 사회적 강자는 없다."
"시민 출근길을 보장해야 하는 시장으로서는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단계다."


전장연이 별다른 처벌 없이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이어가고 있기에, 사회적 약자가 아닌 강자라는 주장이었다. 오 시장은 철도안전법을 언급하며 "굉장한 중형에 처해지는 범죄" "엄청난 중범죄" 등의 말을 꺼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산 콜센터에 접수된 "서울시민은 약자"라는 표현을 소개했다. 전장연은 사회적 강자, 서울시민은 약자라는 두 프레임을 제시한 것이다.

"이분법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사회적 강자라고 여기신다면, 진짜 사회적 강자인 기획재정부에 문제 원인이 있다. 책임지지 못한 국가에 책임이 있다." 
"(전장연을 향한 비판과) 같은 무게로, 기재부에도 서울시장으로서 요청해 달라."


박 공동대표는 22년간 이동권과 탈시설을 위해 시위를 이어왔음에도, 장애인 권리 예산을 위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달라진 것 없는 장애인 이동권 현실을 먼저 바라봐 달라고 요청했다.

"22년 사법처리 당하고 구속, 무슨 관용이 있었단 말인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3일 서울시청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3일 서울시청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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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공동대표는 "그렇게 흘러 온 22년 세월, 사법처리 당하고 구속당했다. 거기에 무슨 관용이 있나"라면서 "의도적으로 (시민과) 갈라치기 하고 혐오하는 분들도 많은데, 시장님이 (정부를 향해) 책임 있게 하라고 한 말씀만 해달라"고 말했다. "기재부에도 함께 요청해달라" "기재부의 책임이 더 무겁다"는 박 공동대표의 말에 오세훈 시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 공동대표는 그러면서 한 초등학생이 보내 온 문자를 제시했다. 그는 "(한 초등학생이)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이동권 문제를 보고) 불합리하고 (이동권이) 비장애인 위주라고 느꼈다고 보내왔다"고 소개했다.

오 시장은 전장연이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다른 한편에서는, '또 다른 약자들'을 위한 비용 문제 때문에 "예산을 (전장연의 요구대로) 배정할 수 없다"고 했다. 전장연의 요구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내용이라는 것은 인정한 것이다. 그는 "진심으로 도와드리고 싶고, 진심으로 예산 배정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저희들의 처지도 역지사지 해달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시간과 단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장연이 "충분히 (말하고자 하는 바를) 홍보했고 세상을 향해 외칠 만큼 외쳤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계속 (지하철 탑승 시위가) 반복되면 시민 사이에 형성된 장애인에 대한 우호적 시각이 많더라도 그분들조차 한 분 한 분 변해가지 않을까 우려 된다"라고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3일 서울시청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3일 서울시청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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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공동대표는 다시 반론을 제기했다. 22년을 '외칠 만큼 외쳤음'에도 장애인 권리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2004년에 법으로 만들어놓고도 지금까지 국가 계획으로도 제대로 안 되는 것이 저상버스(예산)이다"라면서 "그 비용 문제 때문에 기본 시민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게 20년이라는 것도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공동대표는 오 시장이 재임했던 2009년 당시, 서울시가 스스로 탈시설 정책을 추진했던 사실도 함께 언급했다. 그는 "(당시 오 시장의) 녹취록을 보면, 장애인 이동권도 필요하고, (탈시설을 위한) 주거확보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셨다"면서 "이런 부분은 서울시가 어느 시보다도 잘하는데, 왜 시장님은 이 문제를 이념적 논쟁으로 장애인 단체 간 갈등으로 풀어가나. 그렇게 풀지 말아 달라"고 했다.

오세훈 "지하철 운행 지장 그만 해주면..." - 박경석 "시위 원인부터 봐 달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3일 서울시청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3일 서울시청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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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면담을 마무리하면서 "지하철 운행에 더 이상 지장 받지 않도록 배려하면, 그에 못지않게 전장연 주장에 귀 기울이고 균형 잡힌 장애인 정책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는 "지하철을 세우는 원인 자체를 봐달라"고 답했다.

한편, 약 50분간 진행된 이날 공개 면담은 김상한 복지정책실장의 발언을 제외하면 오 시장과 박 공동대표 간 대화가 40여 분을 차지했다. 박 대표는 면담 마무리께 다급히 오 시장에게 탈시설 문제를 다룬 책 <집으로 가는 길>과 오는 3월 23일까지 답변을 요청한 서울시 요구안을 부랴부랴 전했다. 오 시장은 이를 직접 받아 들었다.

박 공동대표는 이날 면담을 끝낸 뒤 기자들과 만나 "예산 문제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시장은 아무도 없고, 진심이 아니라고 말하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장애인 이동권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객관적 사실"이라면서 "면담 자리에서 토론 없이 일방 주장만 나와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오는 3일 오전 8시 진행하는 지하철 선전전에서 탑승 시위 재개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태그:#전장연, #오세훈, #박경석, #장애인인권, #이동할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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