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금과 호수> 스틸컷

영화 <소금과 호수> 스틸컷 ⓒ 호우주의보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필름×젠더 부문에 소개된 영화 <소금과 호수>는 보통의 생각을 모두 파괴한다. 당연한 걸 당연하지 않다고 말하는, 늘 '여성'과 '사랑'을 생각하는 <소금과 호수> 조예슬 감독과 대화를 나누었다.    

고등학생 소금(성희현)은 단짝 친구 호수(손영주)를 사랑한다. 호수는 용돈을 벌기 위해 나이 많은 남자를 만난다. 소금의 엄마는 이른 나이에 결혼, 출산, 이혼을 겪고 아빠 없이 커가는 소금이 걱정되어 무속 신앙에 빠진다. 호수를 사랑한 소금은 호수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어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자기가 입던 팬티를 팔아 돈을 번다.

"영화 보고 감정 다채롭게 표현하는 모습을 배우고 싶었어요"
   
 조예슬 영화감독

조예슬 영화감독 ⓒ 권혜지

 
- 영화를 전공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아... 이게 (머뭇) 청소년 때 새벽에 부모님 몰래 거실에서 조용히 영화를 보고는 했어요. 주로 성인 영화를 많이 봤어요(웃음). 그때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어요. 성인 영화를 보고 야하다는 느낌보다는 영화 속 인물의 감정에 슬펐어요. 사람이 단순히 한 가지 감정으로 움직이지 않고, 그 감정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해 준 매체가 영화였어요. 당시 영화와 강렬한 감정적 첫 만남으로 영화 전공까지 연결된 거죠.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영화를 좋아했어요. 그들은 모두 지적으로 성숙했어요.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죠."
 
- 지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어떤 모습인가요?
"'지적이다'란 표현과 지적 정도는 너무 주관적이라 이 부분은 제 느낌이라는 점을 아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영화를 통해서 자기 경험이나 감정을 잘 비춰보는 행위가 지적으로 보여요. 저랑 같이 어떤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눴을 때 영화에 대해 느꼈던 감정을 풍요롭게 설명하는 사람에 대한 동경심도 있었죠. 그 감정을 공유하면서 덩달아 제 감정 스펙트럼도 확장되는 느낌이었고요."

영화를 전공하기까지 그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감정', '사람', '사랑'이다. 사랑하고 성장하는 여성에 관심이 많다고 말하는 그. 그래서일까, 그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소금과 호수> 역시 사람의 감정 중 사랑을 대담하게 표현한다.
 
영화 제목에 관해 묻자, 그는 자연에서 호수는 소금기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소금은 호수를 사랑하지만, 같이 있을 수 없는 소금과 호수의 무기력한 관계성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 소금이 입던 팬티를 파는 행위, 호수의 용돈 만남을 그려낸 이유가 있나요?
"소금은 호수를 사랑했어요. 호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 해요. 호수는 자기 욕망을 잘 알아요. 꽤 능동적이고요.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각자가 가진 욕망을 취하는 데 미성숙한 방법으로 선택한 거죠. 그런 감정과 행동을 그려내고자 했어요."
 
 영화 <소금과 호수> 스틸컷

영화 <소금과 호수> 스틸컷 ⓒ 호우주의보

 
- 엄마의 관심사를 무속 신앙으로 설정한 계기가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믿음과 사랑 사이의 거리가 궁금했어요. 사람이 신한테 기도할 때 자기를 가엽게 여겨달라거나 사랑해달라고 기도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그 모습을 영화 안에 더 시각화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무속 신앙을 선택했죠."

- 엄마 인물에 대한 보충 설명 부탁드려요.
"엄마의 세계 안에는 여자를 사랑하는 소금은 없어요. 완전히 배제하죠. 엄마가 무속 신앙에 빠지는 이유가 소금이 자기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인데, 엄마가 상상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죠. 소금 엄마는 자기 세상에 갇혀 사는 사람이죠.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이 고민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게 엄마의 한계인 거죠."

소금, 호수, 소금의 엄마. 세 여자 모두 결국은 '사랑'이란 감정으로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 사랑에 관심이 많아 보여요.
"어렸을 때부터 제가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에 관심을 가졌어요. 슬프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고, 사랑 앞에 감정적으로 다채로운 제 모습을 발견했죠. 그래서 줄곧 무언가를 사랑하든, 어떤 형태로든 사랑하는 모습은 매력적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회 관습과 제도 안에서 형성된 사랑에는 환멸을 느끼기도 했죠. 그래서 소금의 성적 성향을 레즈비언으로 설정한 것도 이런 이유고요. 미숙한 사랑의 표현도, 어떤 사랑의 형태도 '사랑' 자체는 죄가 없어요."

-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글은 꾸준히 쓰고 있어요. 저도 여성이고, 제가 사랑하는 여성이 많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저는 사랑과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쓸 생각이에요. 제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이 사랑이기에, 무언가를 사랑하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어요."

사랑. 정의하기 어려운 마음의 한 형태다. 하지만 조예슬 감독은 사랑은 그 사람을, 그것을 헤아리는 마음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진짜 사랑하는 것'을 만나고 싶어 한다. 조예슬 감독은 삶은 사랑하는 것을 마주하기 위한 과정이며 무한동력으로 사랑하고 싶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감독으로서,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조예슬의 사랑 이야기가 이어지기를, 그의 무한동력을 응원한다.
소금과 호수 조예슬 여성 사랑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