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19 13:10최종 업데이트 23.09.1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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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수 재추계 결과 및 재정대응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연 교육부 정책기획관, 윤인대 경제정책국장, 김동일 예산실장, 정정훈 세제실장, 임기근 재정관리관, 신중범 국제금융국장, 한순기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국장. ⓒ 연합뉴스


"2023년 국세수입에 대한 재추계 결과, 올해 국세수입은 예산(400.5조 원) 대비 59.1조 원 부족한 341.4조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 18일 정부는 '2023년 세수추계 결과 및 재정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세수추계를 발표했다. 최근 들어 세수가 급격히 감소한다는 추세에 대해 정부가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나마도 계속 연기하다가 발표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 때문이다.


세수감소에 대한 정부 분석은 외부 환경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글로벌 경제둔화로 인해 상장사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1% 줄어 38조 원 줄어들고 주택 거래 감소로 7.7% 줄어 2.7조 원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외국도 급격한 경기변동 때문에 세수오차율이 크다는 주장이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이를 초래했다는 것은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이것은 일면에 불과하다. 한국은 대규모 감세를 통해 이를 더 확대했기 때문이다. 작년 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율을 인하하면서 '세율을 내려도 기업의 투자가 증대하고 내수가 좋아져 세수가 줄지 않는다'는 논리를 줄곧 펼쳤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도 법인세 감소로 인해 향후 5년간 세수가 28조 원 줄어든다고 추경호 부총리 주장을 부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약 74조 원의 세수가 감소된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2022년 정부의 감세안 이후 추가된 반도체 등 기업의 연구개발(R&D) 공제 확대까지 감안하면 5년간 80조 원 이상의 세수가 정부의 감세 조치로 인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이번 정부의 발표는 이러한 전망조차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에 더해 지난 8월 발표된 세법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2027년까지 2.5조 원의 추가 감세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세법개정안을 두고 정부는 부자감세가 아니며 경제활력과 민생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감세는 기본적으로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더 많은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민생안정과는 거리가 먼 조치다. 

그런데 지금은 기재부의 5년간 추계보다도 더 많은 액수가 올해 안에 줄어들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절반이 조금 지난 7월 기준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 더 악화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경기둔화를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차이다.

감세와 재정건전성은 동시에 잡을 수 없는 두 마리 토끼다. 이러한 것이 세수추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감세라는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건전성과 모순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정직하게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심각해지는 세수추계 오류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2023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재정 대응방향' ⓒ 기획재정부


이번 세수결손의 핵심 요인이 경기 문제라는 것에도 모순이 있다. 이번 법인세는 상당 부분 작년도 영업 기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은 작년 말에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감세를 진행하면서 이러한 예측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기획재정부의 세수 추계 오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61.4조 원, 2022년 53.3조 원 등 대규모 세수 추계 오차로 인해 감사원 감사까지 받은 바 있다. 앞서 두 번은 과소 추계가 문제가 되었으나 이번에는 과다 추계가 문제가 된 것이 다르다. 그나마 과소추계는 행정의 무능이나 의도적인 부분에 대해 비판하지만 돈이라도 남아 있다. 하지만 과다추계로 인한 세수결손은 재정에 위기를 가져온다.  

물론 그때마다 상당한 경기변동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해당 경기변동이 예측 불가능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추세를 분석하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세수추계가 엉터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세수전망 실패로 수십조 원의 세수부족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정부 재정 운용에 불신을 낳는 중대한 문제다. 특히 내년부터 대규모 감세 효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올해 경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내년 세수도 같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내년 경제 상황이 올해보다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4년과 2025년도 과대추산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더 열악해질 지방정부 재정도 우려된다. 

문재인 정부보다 더 커진 재정적자

문제는 재정적자로 인해 무너진 재정건전성이다. 그런데 초기로만 보면 문재인 정부 재정수지보다 윤석열 정부 재정수지 적자가 더 크다. 정부는 2024년 예산안이 과거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바뀐 예산안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지난 정부는 확장재정, 이번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했다고 주장하며 건전재정을 위해 효과적인 예산 지출구조조정을 했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지난 정부가 본예산을 편성한 2018년과 2019년 총지출이 각각 7.1%, 9.5% 비교적 높게 증가한 이유는 정부가 재정을 적극적으로 지출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경기 활황에 따른 세수확대에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출을 늘리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40% 정도의 지방이전 재원이 증대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가 첫 추경을 편성한 2017년도에는 통합재정수지 24조 원 흑자가 발생했고, 문재인 정부가 첫 본예산을 편성한 2018년도 결산상 통합재정수지 흑자 규모는 무려 31.2조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2019년도 결산상 통합재정수지 흑자는 -12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는 2023년 통합수지적자 규모(약 -50조 원 예상)는 물론 2024년 통합수지적자규모(-44.8조 원)보다 적은 규모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첫 추경을 편성한 2022 통합재정수지 적자규모는 64.6조 원이다. 이는 본예산을 편성한 문재인 정부와 2차 추경을 편성한 윤석열 정부 동시에 책임이 있으나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2차 추경의 규모가 62조 원이라는 점에서 윤 정부가 적극적인 손실보상금을 2차 추경에 편성하지 않았다면, 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매우 줄어들었을 것이다.

따라서 올해 세수결손이 내년과 그다음 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생각해 본다면 재정건전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들 수밖에 없다. 두 정권 초기 재정확장을 한다면서 재정긴축을 하고, 재정건전성을 추구한다면서 대규모 재정적자를 보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건전재정은 지출 측면뿐만 아니라 수입 측면도 같이 보아야 한다. 지출 증대 또는 지출 축소는 정부의 재정 운용 의지가 아니라 세금이 얼마나 걷히는 것이냐가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이후 상황   
   
현재 세수결손은 7월 말 기준으로 43.4조 원이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연말까지 59.1조 원으로 예상했다. 아직 5개월이 남았으니 매우 낙관적으로 본 셈이다. 경기가 상반기에는 저조하지만 하반기에는 고조되는 현상을 일컫는 '상저하고'는 연초부터 이야기한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이제 3개월밖에 남지 않았고 경기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의 낙관과 달리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기재부 자료를 근거로 한 나라살림연구소의 보고서를 보면 세수 진도율의 격차는 11.1%P에서 12.1%P로 더 벌어지고 있다. 7월 기준 내국세의 세수 진도율은 54.9%로 작년 동기 67.0%보다 12.1% 낮고, 최근 5년간 평균인 65.9%보다는 11.0% 낮은 것으로 나타나 세수 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수 진도율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지난 6월과 비교하면 2022년과 2023년의 격차가 11.1%였으나 7월에는 12.1%로 격차가 1.0%P 더 벌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해도 6월 9.1%의 격차에서 7월 11.0%로 1.9%P 더 벌어졌다.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이제라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감세 등 부정적인 요인들을 제거하고 재정건전성이라는 도그마를 내려놓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정운영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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