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항저우'입니다.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5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장소입니다. 기다림 자체가 길었던 탓인지 선수들에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어떤 때보다도 많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현장을 더욱 깊고 진중하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기자말]
5년 만에 열리는 47억 명의 아시아인의 축제,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23일부터 성대한 개막을 알렸습니다. 저 역시 <오마이뉴스>의 이름을 달고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공식 기자단에 포함되어 17일 간의 열정에 동행합니다.

'후발대'로 현장을 찾은 저는 23일 오후 중국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몇몇 사정이 겹친 탓에 대다수의 선수단이 입국하는 항저우 샤오산 국제공항 대신 차로 2시간 떨어진 상하이 푸동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습니다. 

일정이 유동적이었던 탓에 조직위원회에 '푸동을 통한 도착이 가능하냐'는 질문만을 주고받았고,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입국편을 알리지 않은 채 상하이로 향했습니다. 상하이의 명물 '자기부상열차'와 고속열차를 번갈아 타고 항저우로 향할 계획을 세웠지만, 저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어, 일정 알려준 적 없는데?" 게이트 앞에서 만난 내 이름
 
 상하이 푸동공항 입국장에서 따라간 팻말. 여러모로 놀람을 주었던 팻말이었습니다.

상하이 푸동공항 입국장에서 따라간 팻말. 여러모로 놀람을 주었던 팻말이었습니다. ⓒ 박장식

 
비행기에서 내려 게이트를 빠져나온 순간, 저는 제 이름이 적힌 팻말을 발견했습니다. 제 이름 아래에는 중국어로 '환영(欢迎)'이, 위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적혀 있었습니다. 사실,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저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제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려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얼떨떨한 얼굴로 제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자원봉사자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자원봉사자는 자신을 따라오라며 안내합니다. 아시안게임 참가자를 위한 '패스트트랙'으로 구성된 입국통로와 세관을 거쳐 입국장의 미팅 포인트로 안내해 줍니다. 미팅 포인트에서는 조직위원회 직원들이 '버스가 준비되었다'며 반깁니다.
 
친절하다는 생각에 앞서 약간 놀라고 얼떨떨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저는 제 입국이 언제가 될지 조직위원회에 알리지 않았거든요. 자원봉사자에게도, 직원에게도 차례로 '입국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는데 먼저 찾아와 놀랐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으로 화답합니다. 

결과적으로는 복잡한 기찻길 대신 편한 전용버스를 타고 항저우로 바로 갈 수 있다는 반가움이 반, 중국과의 첫 대면을 '중국답게' 했다는 형용하기 어려운 마음이 반이었던 입국길이었습니다. 그나마 '깜짝 환영'은 출국 전 보낸 메일을 바탕으로 조직위원회에서 제 입국 정보를 먼저 찾아내지 않았을까 싶은 예상을 해보게 됩니다.

이런 중국으로의 첫인상을 굳히는 다른 사건은 아시안게임 참가자들을 태우고 간 버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섰을 때 일어났습니다. 상하이에서 항저우로 가는 시간이 2시간이 넘는지라 20분 정도 휴게소에 섰는데, 버스는 다른 차량들이 서는 구역을 지나쳐 아시안게임 차량을 위한 전용 구역에 멈추어섰습니다.

중국의 휴게소 먹거리는 어떤지 궁금해, 휴게소에서 대기하던 자원봉사자를 따라갔지만, 화장실 바깥 식음료매장으로 나갈 수 있는 구역은 의자로 막혀 있습니다. 자원봉사자에게 '음식 등을 사먹을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화장실 이외에는 다녀올 수 없다, 정말 미안하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어디서나 '환영', 항저우는 '친절한 대회'
 
 상하이 푸동 국제공항 도착층 한켠에 마련된 아시안게임 참가자를 위한 미팅포인트.

상하이 푸동 국제공항 도착층 한켠에 마련된 아시안게임 참가자를 위한 미팅포인트. ⓒ 박장식

 
그럼에도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이 기대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항저우에 도착한 후 현지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조직위원회 직원, 심지어는 대회 지원을 위해 나선 공안(경찰)까지 모든 사람들이 궁금한 점을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문제가 생기면 최대한 해결을 도우려 애쓰는 모습 덕분입니다. 

당장 23일 개회식장인 항저우 스포츠 파크 체육장 인근의 모든 교통수단이 통제되면서 메인미디어센터로 나서는 길이 꽤나 난감했는데, 이 때 현장의 자원봉사자들이 '바로 가는 버스가 없다'며 어떻게 가면 되는지 안내를 해주기도 했고, 공안 역시도 어떤 경로로 가야 하는지 어려워하자 직접 따라오라며 미디어센터로 가는 길을 안내해 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기자 개개인에 대한 친절이 대회 전체에 대한 운영을 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니긴 하고, 대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만난 선수들 역시 개회 이전부터 만족감을 표하는 등, 조직위원회와 시민들이 어떻게 이 대회를 준비했는지 하루 만에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전까지 참석해보았던 국제대회와는 달리 모든 동선을 직접 자원봉사자나 현장 스태프가 직접 1대 1로 안내해주는 모습이 앞선 입국 상황에서의 경험과 비슷하다는 단평이 들지만, 그럼에도 항저우, 나아가 대회에 대한 첫 인상은 '약간 놀랐지만 친절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첫 인상이 폐막일까지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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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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