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01 15:05최종 업데이트 23.12.0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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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에서 서삼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연합뉴스


2024년 정부 예산안 심의가 끝나가고 있다. 하지만 언제 의결될지 알 수 없다. 여야의 줄다리기와 특검 등 각종 정치적 현안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비타협적인 여당과 총선을 의식해서 어찌 되었던 예산의 판을 바꾸어 보려는 야당의 상황이 타협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하지만 헌법상 예산의 의결 즉 심의 확정은 회계연도 개시일 30일 전인 12월 2일이다. 헌법 54조와 국회법 84조의2에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날까지 예산이 통과되기 어렵다. 이는 법을 만드는 국회가 헌법도 어기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이미 전례를 봐도 알 수 있다. 2004년도부터 20년 동안 12월 2일에 예산안이 확정 통과된 것은 2015년 예산과 2021년 예산에 불과하다. 둘 다 대통령 선거가 있기 직전 해였다. 대선 준비로 국회에 있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머지는 항상 헌법 시한을 어겨왔고, 2013년과 2014년 예산안은 해를 넘겨 1월 1일에 통과되기도 했다.

그나마도 그전에 비해 나아진 것이다. 12월에 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는 선거 직전이어서 선거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많았다. 국회 예산심의는 이래저래 정치적 상황에 의해 좌우되기 마련이다. 특히 바람잘날없는 한국정치 현실에서는 더욱더 그럴것이다.
  
크게 변하지 않는 예산
 

8월 24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는 정부의 예산안이 급격히 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024년 정부 신규예산은 전체예산의 0.4%에 불과하다. 물론 액수는 2.7조 원이라 적지는 않은 돈이다. 하지만 656.9조 원의 전체 지출 중 99.6%는 하던 것을 반복한다. 그나마 하던 것에서 늘리거나 줄이는 식으로 방식과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따라서 결산을 봐야 한다는 것은 이러한 예산의 실상 때문이다. 사업이 계속되기 떄문에 결산을 보면 예산의 흐름도 알 수 있게 된다. 결산을 지나간 것으로 치부해 관심을 두지 않고, 새로운 예산안 그중에서도 신규 예산만 보는 정치인들이 대부분이다.

신규 예산조차도 주요한 내용에는 변함이 없지만 제목이나 모양을 바꾼 이른바 '표지갈이' 사업도 있기 때문에 사실 신규사업의 규모는 더 적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신규 예산에는 타당성 용역이나 시범사업 등 이른바 '문지방 예산'도 있다. 문지방만 넘어가면 계속되기 때문이다.

2024년 정부 예산안의 특징을 보면 신규사업보다는 하던 사업을 줄이는 감액 사업이 많다. 지방에 주는 예산이 조세 감소로 15조 원이나 줄어들었다. 그에 더해 연구개발(R&D) 예산이 16.6%인 5.2조 원이나 줄어든 것이 단적인 예다. '무엇을 할지'도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지만 '무엇을 하지 않을지'도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왜 안하는지에 대한 기준과 의미를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혼란을 주고 있다.

국회 증액 예산이라는 거짓말
 

10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번 2024년 정부 예산안 심의에서 야당은 상임위원회 예비심사부터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려 하고 있다. 예비비를 2조 원 삭감하고, 공적개발원조(ODA)도 9000억 원 이상 삭감하는 등 4조 6000억 원 정도 삭감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소상공인 에너지바우처와 대출이자 경감 등에 3조 3000억 원, R&D 증액에 1조 5000억 원, 지역사랑상품권에 7000억 원, 새만금사업에 5000억 원 등 8조 원의 증액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현실성 여부가 문제가 된다. 우선 삭감은 국회의 고유권이지만 증액은 국회의 권한이 아니다. 국회에서 증액한다고 하는 주장이나 보도는 명백히 거짓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예산 증액 요청을 하는 것이고 정부의 대리인인 기획재정부의 동의를 받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사실 대한민국 국회는 주요 국가 중 증액권이 없는 거의 유일한 국가이다. 일본 정도가 삭감한 만큼 증액할 수 있는 국가이다. 일본은 삭감 액수만큼 편성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예산편성권이 있다. 왜냐하면 예산이 법률이고 법은 입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예산은 법률이 아니다. 그래서 예산관련 법을 어겨도 처벌의 정도가 매우 약하다.

이번 예산안에서 조세지출의 규모가 국가재정법의 기준을 한참 넘겨 편성되었음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된다. 따라서 국가제정법에 재정준칙을 도입한다는 것도 법적 의미보다는 정치적 의미가 더 크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번에는 다를까
 

11월 2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 회의장 앞에서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예산심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국회는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와 예결위원회의 종합심사 등을 거쳐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심의·확정한다. 17대 국회 이후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과 국회에서 확정한 예산을 비교해 보면 총규모 면에서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의 1% 범위 내외에서 증액 또는 삭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국회가 예산 감액권마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증액 동의를 받기 위해서는 감액은 용기 있는 행동이 될 수밖에 없다. 지역구 예산 확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정부안에서도 벌어진다. 행정안전부가 조직을 늘리려 해도 기획재정부는 예산 승인을 하지 않는 것으로 못하게 하는 사례들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에 야당이 문제가 되는 사업을 증액하고자 한다면 지역구 예산 받을 생각을 하지 말고 감액을 지렛대 삼아 정치적 협상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회의원들은 예산구조를 몰라서 혹은 정치적 생색을 내는 정도에서 감읍하면서 기획재정부 예산안에 손을 대지 못해왔다. 그리고 본인들은 잘해왔다고 자위한다. 이것이 착각이라는 것은 나라살림연구소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보고서들로 증명이 되고 있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연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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