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28 15:41최종 업데이트 23.12.2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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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수지맨드라미 폴립 (연산호) ⓒ 녹색연합


눈에 불을 켜고 제주 바닷속 산호를 탐사하고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다. 산호탐사대다. 올해 수중 촬영이 가능한 스쿠버다이버들이 한 달에 한 번씩 해양보호구역인 제주 서귀포의 문섬과 범섬 일대 산호의 서식 현황과 위협 요인을 조사했다. 바닷속 아름다움을 보았던 이들은 그 아름다움의 상처와 소멸의 증인이기도 하다. 이들은 기록하기로 했다. 시민과학활동이다. 

이제 과학은 전문가의 영역을 넘어 시민과학이란 이름으로 확장되는 추세이다. 시민과학은 과학 연구를 대규모로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협력하여 사회변화를 위한 연구와 조사를 함께 하는 프로젝트의 의미도 갖는다.


스마트폰 등 기기 활용의 용이함은 특히 자연환경분야 조사에서 시민들의 참여 폭을 넓히는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 한라산이나 지리산, 덕유산에서 죽어가는 침엽수 구상나무나 소나무, 전나무 등의 실태를 사진으로 기록해서 위치정보시스템(GPS) 위치를 기재하며 업로드 하는 시민과학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바닷속에서 시민과학이라니! 물론 육상에서 하는 시민과학 활동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용이하지 않다. 그러나 이미 국내에는 2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스쿠버다이버들이 있다. 산호를 기록하는 시민과학자 모집에 망설이지 않았던 이유이다. '산호, 제주바다, 해양보호'라는 목적으로 다이빙을 하며 모인 이들은 제주 문섬과 범섬의 바닷속 3계절, 산호를 기록하는 시민과학자가 되었다. 

나풀거리고 하늘거리는 산호라니!
 

가시수지맨드라미 폴립 ⓒ 녹색연합


제주 서귀포 문섬과 범섬 주변 바닷속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해본 사람이라면 꼼지락대고 흐물거리고 나풀거리고 하늘거리고 빛나는 산호를 넋을 잃은 듯 바라보았던 경험을 갖고 있단다. 산호가 나풀거리고 하늘거리다니? 처음에는 바닷속 풍경이라 생각되지만 시선을 가까이 옮겨서야 넘실거리는 생명으로 인식되는 동물, 연산호다.

문화재청은 2004년 제주에 연산호 군락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면서 "연산호란 부드러운 표면과 유연한 줄기구조를 갖춘 산호를 통틀어 말한다. 제주 남부 연안의 연산호 군락을 구성하는 산호충류는 무척추동물로 '바다의 꽃'이라 불린다. 특히 연산호류는 육상의 맨드라미를 닮았으며 부드러운 동물체로 수축과 이완 상태에 따라 크기 차이가 많이 난다"는 설명을 달았다.

산호가 동물이라니! 산호는 한 때 식물로 분류되고, 특히 딱딱한 석회질 골격을 가진 경산호는 광물로 여겨지기도 했었다. 넘실거리는 동물, 화려하고 다양한 연산호들이 제주 바다에 살고 있다.

국가가 법으로 지정, 관리하는 육상의 법정보호종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바닷속은 검붉은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 등 법정보호종을 단번에 만날 수 있단다. 

산호다이버가 된 이들의 목표

1) 천연기념물 제422호 제주연안연산호군락 중 문섬과 범섬의 산호 종다양성 현황과 위협요인을 시민과학자가 기록한다. 2) 레저다이버가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다이빙 포인트를 중심으로 산호종의 분포 현황을 파악한다. 3) '시민이 만드는 산호도감(가제)'를 위한 자료를 수집한다. 4) 실효성있는 해양보호구역 정책 설립을 이해 훼손 실태 및 기초 생태자료인 본 보고서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해양수산부, 문화재청,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및 관계부처와 공유한다. 

시민과학자 산호탐사대를 모집할 때의 상상은 제주를 찾는 수백수천 명의 다이버가 제주바다를 모니터링하는 센서가 될 수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이미 이룬 것이 많다. 30명의 탐사대원은 3월부터 9개월 동안 18회차의 조사에 걸쳐 192개의 공기탱크를 사용하며, 68종의 산호종을 발견했고, 129건의 위협요인을 기록했단다. 문섬에서 56종, 범섬에서 62종의 산호를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단다.

학생, 주부, 공무원, 직장인, 해녀, 스쿠버 강사, 영상촬영감독 등이 다양하게 참여한 산호탐사대의 조사 결과는 전문 산호연구자의 조사에 못지 않은 놀라운 성과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단 한번의 다이빙으로 문화재청과 해양수산부, 환경부가 각각 천연기념물, 해양보호생물,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지정한 산호를 10종까지 확인했다니 당당히 시민과학자로 성장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 해양보호생물 ⓒ 녹색연합


연산호 군락의 빼어난 우수성 뿐만 아니라 해양생물 다양성이 뛰어난 문섬과 범섬 일대 해역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천연보호구역이기도 하며, 인근의 섭섬까지 포함하여 생태계보전지역으로, 또 제주연안연산호군락은 천연기념물 제442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 일대를 절대보전연안지역으로 지정하기까지 한다. 겹겹의 법률로 보호하는 지역이다.

그러나 최남단 제주 남쪽의 부속섬들은 기후위기의 맨 앞에서 서있고 있다. 더워진 조류를 타고 아열대 어류와 기생생물이 제주바다로 올라오고, 제주에 살던 종들은 북쪽 바다로 이동하거나 사라지는 중이다. 사람들은 연안과 항만을 개발하고 관광과 레저를 위해 바다를 이용하고, 생활하수와 오폐수가 바다로 흘러든다.

문섬과 범섬은 천연보호구역으로 입도가 불가능하지만, 어로행위나 갯바위낚시, 스쿠버에 대해서는 예외이다. 낚시줄은 산호에게 큰 위협이 되는데, 낚시줄에 산호가 감기면 폴립(산호의 기본단위. 폴립이 모여 군체를 이루고, 군체가 모여 군락이 형성된다. 군락을 이루는 이곳에 바다생물들이 산란과 은신을 한다.)이 떨어지고 가지가 잘리거나, 아예 산호 군체가 통째로 떨어져나가기도 한다. 
 

낚시줄 피해 모습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산호의 백화현상이 이곳에서도!

돌산호는 공생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 낸 영양분에 의존해서 살아간다. 많은 종류의 돌산호가 맑고 햇빛이 잘 비치는 곳에서 사는 이유이다. 이때 공생조류가 외부로 인한 스트레스가 커지면 돌산호 몸체에서 빠져나가고, 돌산호가 공생조류로 부터 영양분을 받지 못하면 하얗게 뼈대만 남긴 채 굶어 죽는데, 이를 백화현상이라 부른다.

공생조류가 느끼는 외부 스트레스 중 하나는 수온 상승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수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호주의 대산호초들이 백화현상으로 절멸하듯, 제주의 돌산호에서도 백화현상이 수온이 오르기 시작했던 7월부터 기록되었다고 한다.  
 

돌산호 백화현상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대부분 산호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연산호를 상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제주바다에서는 전세계에서도 독특하고 화려한 연산호 군락이 존재한다. 제주 서귀포 문섬과 범섬은 천연기념물이자 해양보호구역이고,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고, 바닷속에는 20종 이상의 법정보호종 산호가 서식하고있으나, 안타깝게도 낚시와 어업, 수온상승과 육상 오염물질 유입과 같은 여러 위협 요인에 노출되어 있다.

산호탐사대는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2024년도에도 산호탐사대를 모집하고 탐사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정기 조사도 늘리고, 법정 보호종 집중 기록, 기후변화 지표종 추적, 낚시 등 위협 요인을 제거하는 활동을 다양하게 펼칠 계획이다. 바다를 사랑하고 기록하는 시민과학자로서 해양보호구역의 모니터링에 활약과 성과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녹색연합 전문기구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산호를 기록하는 시민과학자 산호탐사대' 2023년 산호탐사대 활동보고서를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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