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1.11 07:11최종 업데이트 24.01.1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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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체세포 복제로 탄생시킨 농축산물 검역 탐지견. 왼쪽은 체세포를 기증한 농림축산식품부 검역검사본부의 검역 탐지견 '카이저', 오른쪽은 카이저의 귀에서 채취한 체세포로 탄생한 복제견. (이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습니다.) ⓒ 연합뉴스

 
함께 살던 고양이 헬씨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헬씨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면서 동시에 그 이름을 내 귀로 듣는 순간 눈물샘이 터지기도 했다. 길을 지나다가 고양이를 보고 마음이 무너져버린 적도 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때의 슬픔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감정을 쉽게 토로하거나 공감받기 쉽지 않았다. 다행히도 우리 부부는 서로 상실감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헬씨를 떠나보낸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사진첩 속 헬씨 사진을 볼 때면 여전히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함께 사는 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 겪게 되는 슬픔과 상실감, 우울감 등과 같은 증세를 '펫로스증후군'이라고 부른다. 국민 4명 중 1명꼴로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 가장 대표적인 반려동물 종으로 개와 고양이가 있다. 개와 고양이의 수명은 길어야 20년이다.

반려동물의 수명이 인간보다 짧다는 건 무엇을 뜻하는가. 일반적으로 반려동물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보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펫로스증후군을 겪게 되는 사람이 많고 앞으로도 펫로스증후군을 겪게 될 사람도 점차 늘어날 것이다.

자연스럽게 반려동물 장례 문화도 활성화되고 있다. 사람처럼 염습을 하고 단독 추모실에서 일정 시간을 추모한다. 이후 화장도 한다. 여기까지는 사람 장례와 비슷하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장례 이후에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유골분으로 스톤을 제작할 수 있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박제'다. 흔하지는 않지만 박제를 통해 기억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우리 부부도 헬씨의 털을 일부 모아 지퍼백에 보관해 두고 있어서 그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지만, 박제까지 하는 그 마음은 집착과 욕심이 아닐까.

박제를 넘어 복제로

박제를 넘어서 복제가 등장했다 한 유튜브 채널에 <우리 강아지가 돌아왔어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영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강아지 이름)은 전신 마취를 한 후 발치 수술을 받던 중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보호자는 한 업체에 ○○의 복제를 의뢰했고 결국 복제는 성공적으로 이뤄진다.

동일 유튜브 채널 다른 영상에 업체에서 동물 복제하는 과정이 설명되어 있다. 반려동물이 살아있을 때는 조직을 채취하거나 죽은 후에는 12시간 이내 냉장 보관 상태에서 조직을 채취하여 보관한다. 이후 체세포 핵이식을 통해 복제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난자를 제공하는 공여견과 대리모견이 필요하다.

생명을 복제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자연 현상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적 거부감을 떠나 복제 사례는 동물권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 난자를 제공하는 공여견과 대리모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상에서는 핵이식 기술의 발전으로 충분한 난자가 확보된다면 한 마리의 공여견과 한 마리의 대리모견만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복제되는 과정에서 한 마리만 희생된다면 복제는 합당한가. 반려동물 복제라는 시스템이 유지되려면 평생토록 난자만 제공하며 살아야 하는 공여견이 있어야 하며 출산만을 지속하는 대리모견이 있어야만 한다. 기계 같이 사용되다가 폐기되는 '하층 동물'이 존재해야만 한다.

반려동물을 복제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란 게 사실이다. 인간의 집착과 욕심을 완전히 충족시키는 과학 기술의 발전에 놀랐다기보다 집착과 욕심을 따라 기술을 구현한 인간의 마음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그 헛헛하고 우울한 마음을 공감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지만 복제를 상상해 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국내 반려동물 산업과 문화 되돌아봐야
 

2023년 3월 23일, 국제 강아지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관계자 등이 강아지 공장 폐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이와 같은 일은 국내 반려동물 문화를 반추해 보면 이상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이미 유사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반려묘 헬씨를 동물병원에 데리고 다녔을 때였다. 헬씨의 발치수술을 앞두고 빈혈 수치가 낮아 몇 차례 수액을 공급하고 수혈했다.

수혈에 필요한 혈액 비용은 비쌌다. 그러던 중 문득 '그 피는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했다. 그때 공혈동물(공혈견 또는 공혈묘)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공혈견은 말 그대로 피를 공급하는 개다. 인간처럼 비인간동물의 수술에도 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뒤통수를 세게 맞는 느낌이었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까지. 함께 사는 동물의 지칭하는 용어는 분명 한 발짝 진보했다. 하지만 공혈동물과 같이 어둠의 그림자 속에 있는 동물도 있다. 반려동물 산업이 커지고 수술해야 하는 개체가 늘어날수록 공혈동물도 늘어날 테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물권 단체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것처럼 펫숍과 강아지 공장은 반려동물 문화의 어두운 현실이다(참고 기사: 나는 선 넘는 '동물농장'을 기대한다 https://omn.kr/1r61v).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동물의 고통이 이어진다. 어쩌면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편이 오히려 동물권에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번 강아지 복제 사건을 통해 우리 시대의 반려동물 문화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반려인구는 증가했지만 과연 동물의 권리는 신장되었는가. 공혈동물, 공여견, 대리모견, 번식견(펫숍에 판매되는 품종견 공급을 위해 강아지 공장에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개)은 무엇 때문에 다른 동물 취급을 받고 있는가.

가족을 잃은 슬픔은 이해되지만 욕심을 위해 다른 동물이 희생되어서 되겠는가. 공여견, 대리모견, 공혈동물, 번식견에게는 삶 자체가 지옥이다. 반려동물 산업과 문화를 지탱하는 지옥 같은 시스템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넌 헬씨는 과연 공여견과 대리모견이 존재하는 세상을 원할까. 우리 곁에 있는 동물 혹은 곁을 떠난 동물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지 한번 상상해 보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 계정(@rulerstic)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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