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1.17 11:45최종 업데이트 24.01.1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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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을 맞은 '전쟁없는세상'의 이용석, 여지우, 최정민 활동가가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당인리교회 내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평화가 아름다운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꼴 보기 싫고, 혹은 이해관계가 너무 다른 사람과도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고 그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다." 

평화운동단체 '전쟁없는세상'의 이용석 활동가는 '평화'가 이상주의나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화활동가들끼리 만나면 '오히려 우리가 현실주의자 아니냐'는 농담을 늘어놓는다고 했다. 전쟁을 피하거나 막기 위해선 추상적인 구호나 선언 대신 현실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누구나 평화를 원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평화는 선과 악의 이분법에서 벗어나는 일이고, 지지부진하며, 답답하고, 복잡하다. 그래서 인기가 없다. 반면 상대방을 적으로 상정하고, 전쟁을 불사한다고 으름장을 놓는 일은 비교적 쉬운 일이며, 크나큰 지지와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지도자들의 이러한 행동은 엄청난 위험 부담을 갖고 있고, 결과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당하는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두 개의 전쟁이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계속되고 있다. 남과 북의 군사적 긴장감 또한 급격히 높아지는 상황이다. 2003년 시작돼 병역거부운동, 무기거래감시운동, 비폭력트레이닝 등으로 20년간 평화운동을 펼쳐온 전쟁없는세상으로서는 또 다른 고민과 도전의 시간이다.   

아름답지 않더라도, 지리멸렬하고 분통이 터질지라도 그런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 '전쟁없는세상'이 외치는 구호들은 얼핏 들으면 이상적이고 막연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실은 그들이야말로 현실에 발을 단단히 붙이고, 전쟁의 욕망을 추동하는 군사주의와 가장 치열하게 싸워온 것은 아닐까.

전쟁없는세상이 지난 20년의 평화운동을 어떻게 회고하고 있으며, 나아가 평화의 가치가 경시되는 시대에서도 어떤 비전을 갖고 활동할 계획인지 궁금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전쟁없는세상 사무실에서 스스로도 양심적 병역 거부자였으며, '전쟁 거부자 조직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는 이용석 활동가, 비폭력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최정민 활동가(올해부터는 기후위기와 군사주의 TF 담당), '무기거래 감시 운동' 코디네이터인 여지우 활동가를 만났다. 현재 상근 활동가 3명, 비상근 운영위원 5명이 전쟁없는세상을 운영하고 있고, 단체가 만들어질 때부터 대표는 따로 두지 않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계란으로 바위 치는 일'을 어떻게 끈질기게 이어 나갈 것인가 묻고 답하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그들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작은 승리가 의미 있었다
 

'전쟁없는세상'의 최정민 활동가 ⓒ 이정민

 
-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전쟁없는세상 활동에 있어서 기억나는 중요한 장면을 각자 하나씩 꼽아줄 수 있을까?

이용석 활동가 : "하나의 장면은 아니고 2007년 9월부터 2008년 12월까지가 쭉 떠오른다. 2007년 9월에 노무현 정부가 대체복무제 도입을 발표했다. 그때 병역거부로 감옥에 있었는데, 거기 사람들이 '너 이제 출소하는 거 아니냐'라고 말할 정도로 당시엔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불안감을 느끼고 있던 차에 2008년 크리스마스이브, 국방부가 대체복무제를 백지화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앞으로 뭘 더 해야 하나 싶은 마음에 좌절감이 컸다. 한동안 운동의 방향을 잃었다가, 2012년 전쟁없는세상의 한 워크숍(운동 설계 워크숍)을 계기로 평화운동이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 이후 '대체복무제 도입'을 넘어서는 활동을 하는 현재 전쟁없는세상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최정민 활동가 : "2018년에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장면이 떠오른다. 저는 외국에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지만 헌재 결정 이후에 전쟁없는세상은 밤새 파티를 열었다.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이 사회운동인지라,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기뻐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여지우 활동가 : "DX코리아(대한민국 방위산업전) 2022에서 활동가 8명이 액션 (장갑차 위에서 바이올린과 기타 연주, 무기산업의 부당함을 알리는 현수막 펼치고 구호 외침)을 해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1700만 원 벌금을 부과하는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이에 불복해서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900여 명의 무죄 탄원서, 국내외 전문가들의 무죄 의견서 등을 제출했다.
 

2022년 9월 22일, DX코리아 2022에서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들이 장갑차 위에서 바이올린과 기타를 연주하며 무기박람회에 저항하는 모습. ⓒ 전쟁없는세상

 
결국 지난해 11월 8일 결국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게 인상 깊은 장면이다. 2심과 최종심이 있고, 또 이 운동은 무기박람회를 없애야 완성이 된다고는 할 수 있지만 운동 과정에서의 작은 승리가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 전쟁없는세상에 대해 사람들은 흔히 병역거부자 모임으로 알고 있지 않나. 그밖에 다른 평화운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최정민 : "전쟁없는세상은 원래 이름에 '병역거부자 후원인들의 모임'이라는 말이 붙어 있었다. 한국에서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가진 사람(남성)이 누구인가를 생각했을 때, 젠더적인 문제의식이 있었다. 지금은 그 말을 떼고, 병역 거부만을 하는 단체가 아니라 반군사주의 평화운동을 하는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활동을 해오고 있다. 또 병역거부라는 불복종운동의 특징상 남성들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나. 그래서 무기거래 감시운동은 가급적으로 비남성이 이끄는 운동으로 2007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또 하나는 '비폭력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내부적으로 사회운동을 하면서 일어나는 회의감이나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과정이었는데, 이것을 몇몇 도움이 필요한 단체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다 보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프로그램이 되었다. 2012년부터 11~12년 동안 운영해 왔다."
 

2018년 6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헌재의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판결과 대체 복무제 마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당시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합헌, 대체 복무제가 없는 병역법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 연합뉴스

 
- 전쟁없는세상이 한국 사회에 남긴 가장 큰 성과라면 역시 '대체복무제 도입'일 것이다. 하지만 현행 대체복무제는 '징벌적'이라서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용석 : "시민운동으로 대체복무제를 만든 것 자체는 큰 성과다. 하지만 대체복무 기간이 너무 길고(3년, 유엔 등에서는 현역 군인 복무기간의 1.5배가 넘으면 '징벌적'이라고 판단한다), 현역 군인의 양심적 병역 거부 권리가 보장이 되지 않는 점 등 징벌적인 내용이 문제다. 유엔인권이사회에서도 지난해 대체복무제도 개선 등을 권고했다. 

대체복무제가 왜 이렇게 징벌적인 형태로 작동되는지의 맥락을 살펴야 한다. '군 복무자들이 박탈감을 느낄까 봐' '군대 가는 사람들이 고생하니까, 너희들도 고생해' 수준에 가깝지 않은가. 군 복무는 군 복무대로, 대체복무는 대체복무 나름대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는데 이것을 한 데 섞어서 서로 고통 경쟁을 시켜놓고 국가는 나 몰라라 하는 형태다. '대체 복무 조건을 좋게 하면 누가 군대 가냐'는 말이 나오는 구조에서는, 생산적인 논의가 될 수 없다."

'무기 거래'에 저항하다
 

'전쟁없는세상'의 여지우 활동가 ⓒ 이정민

 
- 최근에는 무기 박람회 저항 액션 등 한국의 무기 수출을 비롯해 무기 산업 전반에 대한 비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계기가 있을까?

여지우 : "전쟁을 통해서 누군가는 이득을 보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다, 그중 경제적인 이득을 얻는 일들을 저희는 전쟁 수혜 활동이라고 부른다. 가장 대표적인 게 무기를 만들고 파는 행위다. 나가서 싸울 사람이 없으면 전쟁이 일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병역 거부 운동을 펼쳤다면, 무기 거래가 없으면 전쟁도 없기 때문에 무기 거래 감시 운동을 하는 것이다.

또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던 '무기 거래'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무기 거래를 촉진하는 행사가 무기 박람회이기 때문에, 2013년도부터 무기 박람회 등을 타깃으로 잡아서 저항 액션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국민연금이 확산탄 생산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투자 철회 운동 등도 함께했다."

- 무기 거래 반대 운동의 성과나 효과가 체감될 때는 언제였나?

여지우 : "예전에는 무기 박람회에서 액션을 해도 기사 한 줄 안 났다. 요즘은 저희가 연락하지 않아도 언론사에서 활동을 보도해 준다. 또 '자주국방 속도 내겠다는데 뭐가 그리 불편한가'라는 (우리와) 반대 입장의 기사 같은 것도 나온다. 운동이 알려지는 단계에서는 이런 기사도 하나의 성과라고 본다. 전쟁없는세상이 속해 있는 '아덱스저항행동'이 지난해 성유보 특별상(8개 언론·평화단체로 구성된 성유보특별상위원회가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언론자유에 힘쓴 고 성유보 기자의 뜻을 기리며, 매년 우리 사회 언론민주화와 평화·통일 발전에 기여한 단체 및 개인에게 주는 상)을 받은 것도 뜻깊은 일이다. 

한국산 최루탄이 바레인, 튀르키예, 미얀마, 스리랑카 등에서 민주화운동 탄압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 '수출 중단'을 요구한 것이, 실제로 최루탄 추가 수출 중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저희 입장이 아직 한국 사회 주류는 아니다. 하지만 영국 같은 경우는 무기박람회 반대 운동이 활발하고, 런던 시장이 직접 무기 박람회인 'DSEI'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기도 했다. 한국도 언젠가는 저런 입장이 주류가 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긴 운동이 될 거라고 이야기했는데, '대체복무제 도입'과 같이 일차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여지우 : "한국은 무기 수출 절차가 굉장히 불투명해서 이를 변화시켜야 한다. 영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는 무기의 수출 허가를 내줄 때마다 특정 시스템에 공개되는 식으로 비교적 투명한 절차를 갖춰놓았다. 수출 절차가 공개되어야만 최소한 전쟁범죄 국가나, 인권 침해 국가에는 판매하지 않는다는 등의 공식적인 정책 시행도 가능해질 것이다."

- 앞으로 무기 박람회 액션에 대한 감시도 더 심해질 텐데, 그래도 계속 저항 행동을 이어 나갈 생각인가?

최정민 : "그렇다. 허를 찌르는 행동이 뭐가 더 있을지 고민을 해보겠다. 지난해에는 10분~20분 방해를 했다면, 올해는 30분~40분 방해를 하고자 한다." 

부끄러운 윤석열 정부
 

'전쟁없는세상'의 이용석 활동가 ⓒ 이정민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막대한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 두 전쟁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를 평가하자면?

이용석 : "이라크전이나 예전 베트남전과 비교하면 그때처럼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평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본다. 이제 한국은 경제력이나 군사력 면에서도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하는 국가 아닌가.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둘 다 한국과 수교를 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중재하려는 노력 자체를 하지 않는다. 책임 방기를 넘어서 노골적으로 전쟁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돈 벌 궁리만 하고 있다고 저희는 느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고 난 다음에 한국의 방산 수출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하지 않았나.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를 자랑스러워하고, '세계 4대 방산 강국이 되겠다'라고 이야기하는데, 이건 부끄러운 일이다.

시민들은 한국이 지난 100년 동안 전쟁이나 침략으로 많은 피해를 입은 국가이다 보니까, 평화를 옹호하는 입장이 더 큰 것 같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쟁을) '돈벌이' 수단인 양 노골적으로 반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더해 언론도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침공했을 때, '부산 엑스포 유치의 호재다' 이런 기사를 쓰고 있다. 정부나 혹은 언론 등 오피니언 리더가 돼야 할 그룹들이 평화에 대한 감수성이 일반 시민들보다 더 떨어지는 듯하다."

- 현재 남북 관계도 심각하다. 윤석열 정부는 '즉강끝'(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라) 원칙만 내세우고 있으며, 평화 정책은 전무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용석 : "한국 외교·안보 전략에 평화적 시선이 없다는 것이 놀랍지는 않다. 왜냐하면 윤석열 정부의 모든 정책과 정치적 판단이 군사주의적인 이분법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뿐만이 아니라 야당과도 대화를 안 한다. 이분법으로 적과 아군을 나누고, 적은 섬멸해야 할 대상이고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고방식이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엄청 위험한 태도다. 이런 강대강 전략이 부딪히고, 군사주의적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들이 국가 통치를 할 때 전쟁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해방정국 때가 그렇지 않았나. 하지만 (윤 대통령은) 쉽게 바뀔 것 같지가 않다. 단순히 외교·안보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이 '윤석열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 대통령 본인이 바뀌지 않는다면, 해법이 있을까?

이용석 :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평화는 정부나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고, 시민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걸로 인식이 된다. 그런데 시민들의 힘이 정부를 감시하고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걸 막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베트남전에서 미군을 철수시킨)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는 '나는 반전 운동에 휘둘리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회고록에선 그 반전 운동 때문에 여론의 압박을 버티기가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힘이 센 독재자라고 하더라도 그 힘의 원천은 '반대하지 않는 국민'이 용인하고 묵인해 준 것에서 오는 것 아니겠는가. 변화의 가능성을 정부가 아니라 시민사회와 국민들에서 찾고자 한다."

- 조금 우려스러운 것은 과거에는 반전 열기가 뜨거웠고, 군사주의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엔 온라인을 통해 '강대강'에 대한 지지 여론이 과대 대표되면서, 평화를 말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한 우려는 없나?

이용석 : "전쟁없는세상의 모든 활동은 큰 틀에서는 군사주의적이고 젠더화된 이분법을 깨트리는 것이었다. 모두가 군대 가야 되는 세상에서 군대 가지 않는 방식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정답 아니면 오답만이 있는 세계에서 정답도 오답도 아닌 대답으로 균열을 내는 활동을 해왔다. 그래서 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소수다. 

(현실을 변화시킬) 뾰족한 묘수는 없다. 하지만 쉽게 '우리가 선이고 너희가 악이다'라고 규정을 내리는 것이 군사주의, 이분법이라면 우리는 판단을 쉽게 내리지 않는 방식으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계속 이렇게 할 생각이다. 20년 전만 해도 병역 거부는 진보진영 안에서도 반대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지금은 20년 전과 비교하면 그 인식이 상전벽해 수준으로 달라졌다. 그렇게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활동들을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적대적인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 사람들도 늘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전쟁없는세상의 미래, 그리고 당부

 

20주년을 맞은 '전쟁없는세상'의 이용석, 여지우, 최정민 활동가가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당인리교회 내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 2024년, 전쟁없는세상의 계획이 궁금하다.

최정민 : "첫 번째, '병역 거부자 운동'을 '전쟁 거부자 운동'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4대 무기박람회인 DX KOREA(대한민국 방위산업전), ADEX(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M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 KPEX(국제치안산업대전)에 대해, 어떤 박람회에서 어떤 무기를 팔고 있는지 조사를 하면서 무기 박람회 저항 행동을 조금 더 폭넓게 하고자 한다. 세 번째로 기후위기와 군사주의의 문제를 고민하는 활동을 장기적으로 기획하기 위해, 올해부터 '기후위기와 군사주의 TF'를 시작했다. TF가 확대되면 나중에는 팀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 기후위기와 군사주의의 연관성은 대중에게는 조금 생소한 주제다. 

최정민 : "아덱스 같은 경우는 에어쇼가 중심이 되는 항공우주 박람회인데, 이 에어쇼는 공군의 임무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오염물질의 배출량이 많다. 이처럼 기후위기와 군사산업·무기들이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계속 세상에 드러낼 생각이다. 평화단체들은 정부를 상대로 군사 부문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집계해서 공개하라고 요구했는데 정부는 항상 무시했다. 한국의 기후운동이 군사 부문을 포괄해서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중장기적인 목표다."

- <오마이뉴스> 독자와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용석 : "전쟁없는세상이 하는 주장은 한국 사회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고, 욕만 들을 때도 있다. 하지만 저희가 이 활동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것은 저희의 뜻을 지지해 주거나 동참해 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이 더 많아진다면 전쟁을 바로 끝내지는 못하더라도 전쟁을 끝내는 날짜를 당길 수 있고, 전쟁을 끝내는 날짜를 당기지 못하더라도 전쟁에서 죽는 사람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저희랑 같이 탱크에 올라갈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전쟁없는세상처럼 기업이나 정부에서 돈을 받지 않고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들을 후원하는 것도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할 수 있는 평화행동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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