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야니크 시너(Jannik Sinner)가 2024년 1월 29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 오픈 테니스 토너먼트 15일차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러시아의 다닐 메드베데프(Daniil Medvedev)를 꺾은 후 노먼 브룩스 챌린지 컵 트로피를 들고 축하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야니크 시너(Jannik Sinner)가 2024년 1월 29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 오픈 테니스 토너먼트 15일차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러시아의 다닐 메드베데프(Daniil Medvedev)를 꺾은 후 노먼 브룩스 챌린지 컵 트로피를 들고 축하하고 있습니다. ⓒ AFP / 연합뉴스

 
귀여운 당근 모양의 옷을 입고 야닉 시너를 응원하는 팬클럽 카로타 보이즈(당근 소년들) 숫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간절하게 기다리던 그랜드 슬램 첫 우승 트로피를 드디어 들어올렸기 때문이다. 1, 2세트를 똑같은 게임 스코어 3-6으로 내줬기 때문에 뒤집기 어려워 보였던 결승전을 세트 스코어 3-2로 뒤집어버린 야닉 시너의 뒷심이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이다.

남자 프로테니스 세계랭킹 4위 야닉 시너(이탈리아)가 우리 시각으로 28일(일) 오후 5시 40분 호주 멜버른 파크에 있는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2024 호주 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에서 러시아의 다닐 메드베데프(3위)를 상대로 3시간 44분 만에 3-2(3-6, 3-6, 6-4, 6-4, 6-3) 대역전승을 거두고 첫 번째 그랜드 슬램 타이틀 주인공이 됐다.

야닉 시너의 믿기 힘든 '뒤집기 드라마'
 
 2024년 1월 2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 오픈 테니스 토너먼트 15일차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의 야닉 시너를 상대로 2세트를 차지한 러시아의 다닐 메드베데프 모습.

2024년 1월 2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 오픈 테니스 토너먼트 15일차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의 야닉 시너를 상대로 2세트를 차지한 러시아의 다닐 메드베데프 모습. ⓒ EPA/연합뉴스

 
4강에서 현역 최고 실력자로 꼽히는 노박 조코비치(1위, 세르비아)를 3-1로 이길 때 모든 것을 쏟아낸 듯 야닉 시너의 결승 초반 흐름은 별로 내세울 것 없었다. 오히려 알렉산더 즈베레프(6위, 독일)와의 4강에서 4시간 18분을 뛰며 3-2 대역전승을 거두고 올라온 다닐 메드베데프가 닥공 테니스의 진수를 보여줬다.

1세트 세 번째 게임에서 세 개의 브레이크 기회를 잡은 다닐 메드베데프가 과감한 포핸드 위너로 귀중한 첫 브레이크 포인트를 따내며 결승 초반 기세를 휘어잡았고 이 흐름은 2세트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2세트 네 번째 게임에서도 메드베데프는 어설픈 드롭샷을 넣는 야닉 시너의 동작을 알아차리고 네트 앞으로 달려와 포핸드 크로스 발리로 또 하나의 결정적인 브레이크 포인트를 따냈다. 이 기세로라면 2021년 US 오픈 우승 이후 메드베데프의 두 번째 그랜드 슬램 타이틀이 확실한 것이었다.

하지만 야닉 시너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메드베데프를 따라붙었다. 3세트 주인공을 정하는 열 번째 게임이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끈질긴 랠리 끝에 듀스로 따라붙은 야닉 시너가 끝내 메드베데프의 포핸드 실수를 연거푸 이끌어낸 것이다. 야닉 시너의 뒷심은 3세트를 45분 만에 6-4로 가져온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야닉 시너가 2024년 1월 28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 오픈 테니스 토너먼트 15일차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러시아의 다닐 메드베데프를 상대로 역전승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야닉 시너가 2024년 1월 28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 오픈 테니스 토너먼트 15일차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러시아의 다닐 메드베데프를 상대로 역전승을 하고 있다. ⓒ AFP / 연합뉴스

 
4세트 일곱 번째 게임이 또 하나의 고비였는데 더블 폴트로 흐름을 넘겨주었던 야닉 시너가 203km/h의 서브 에이스와 반대편 코트 구석에 꽂히는 포핸드 위너로 되살아난 순간이 압권이었다. 그렇게 4세트도 야닉 시너가 56분 만에 6-4로 가져왔다.

마지막 세트 첫 게임은 무려 39회의 랠리가 이어질 정도로 양보 없는 스트로크 싸움이 길었는데 야닉 시너가 가까스로 자기 서브 게임을 지켜냈다. 그리고 우승 트로피에 다다르는 마지막 갈림길을 야닉 시너가 여섯 번째 게임에서 만들어냈다. 메드베데프의 네트 앞 백핸드 발리 실수로 3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아낸 것이다.

여기서 자신감 넘치는 야닉 시너의 포핸드 크로스가 멋지게 뻗어나가며 4-2로 게임 스코어 격차가 벌어졌다. 그리고 이어진 아홉 번째 게임에서 챔피언십 포인트 기회를 잡은 야닉 시너가 완벽한 포핸드 다운 더 라인 위너로 대역전 드라마의 마침표를 찍었다. 

바로 그 자리에 벌러덩 드러누운 야닉 시너는 멜버른의 일요일 밤 하늘을 바라보며 그랜드 슬램 첫 번째 우승의 감격을 만끽했다. 눈에 잘 띄는 당근 모양의 복장을 차려입은 야닉 시너의 팬들도 관중석 안팎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감격을 함께 나눈 것이다.

아쉽게 2-3으로 역전패한 다닐 메드베데프는 2년 전 결승 무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다닐 메드베데프는 2022 결승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에게 2-3으로 패한 것도 모자라 2021 결승에서도 호주 오픈 10회 우승에 빛나는 노박 조코비치에게 0-3으로 진 경험이 있기에 유독 호주 오픈 우승 트로피와 인연이 안 닿는 셈이다.

2024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 결과 
(1월 28일 오후 5시 40분, 로드 레이버 아레나 - 멜버른 파크)

야닉 시너 3-2(3-6, 3-6, 6-4, 6-4, 6-3) 다닐 메드베데프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야닉 시너 14개, 메드베데프 11개
더블 폴트 : 야닉 시너 5개, 메드베데프 3개
첫 서브 성공률 : 야닉 시너 61%(88/144), 메드베데프 68%(95/139)
첫 서브로 포인트 성공률 : 야닉 시너 74%(65/88), 메드베데프 76%(72/95)
세컨드 서브로 포인트 성공률 : 야닉 시너 54%(30/56), 메드베데프 45%(20/44)
서브 최고 속도 : 야닉 시너 207km/h, 메드베데프 212km/h
첫 서브 평균 속도 : 야닉 시너 196km/h, 메드베데프 193km/h
세컨드 서브 평균 속도 : 야닉 시너 159km/h, 메드베데프 151km/h
위너 : 야닉 시너 50개, 메드베데프 44개
언포스드 에러 : 야닉 시너 49개, 메드베데프 57개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야닉 시너 44%(4/9), 메드베데프 33%(4/12)
네트 포인트 성공률 : 야닉 시너 67%(14/21), 메드베데프 71%(32/45)
리시빙 포인트 성공률 : 야닉 시너 32%(44/139), 메드베데프 31%(44/144)
전체 포인트 : 야닉 시너 142개, 메드베데프 141개

◇ 호주 오픈 남자단식 2008년 이후 결승 기록(왼쪽이 우승 선수)
2024 야닉 시너(이탈리아) 3-2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
2023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3-0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
2022 라파엘 나달(스페인) 3-2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
2021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3-0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
2020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3-2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
2019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3-0 라파엘 나달(스페인)
2018 로저 페더러(스위스) 3-2 마린 칠리치(크로아티아)
2017 로저 페더러(스위스) 3-2 라파엘 나달(스페인)
2016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3-0 앤디 머레이(영국)
2015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3-1 앤디 머레이(영국)
2014 스탄 바브린카(스위스) 3-1 라파엘 나달(스페인)
2013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3-1 앤디 머레이(영국)
2012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3-2 라파엘 나달(스페인)
2011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3-0 앤디 머레이(영국)
2010 로저 페더러(스위스) 3-0 앤디 머레이(영국)
2009 라파엘 나달(스페인) 3-2 로저 페더러(스위스)
2008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3-1 조-윌프레드 송가(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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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야닉시너 다닐메드베데프 호주오픈 그랜드슬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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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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