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최다우승(11회)에 빛나는 명문 KIA 타이거즈가 창단 이후 초유의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지난 1월 29일 KIA 구단은 김종국 감독의 경질을 전격 발표했다. 같은 날 검찰이 김종국 감독에게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에 내려진 결정이다.
 
김 감독이 받고있는 배임 혐의는 지난해 3월 장정석 전 단장을 둘러싼 뒷돈 의혹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단장은 박동원(현 LG 트윈스) 선수와 다년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암시하는 단어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은 뒤 해임됐고 그동안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장 전 단장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김종국 감독 역시 구단과 광고 계약과 관련한 뒷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출범한 KBO리그 역사에서, 현직 감독이 사적인 비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것은 김종국 감독이 최초다. 실제로 감독이 구속된 사례로, 1983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김진영 감독이 있었는데 당시 사유는 경기 중 판정문제에 불만을 품고 항의하다가 저지른 심판 폭행이었다.
 
무엇보다 KIA 팬들에게 이 사건이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같은 구단에서 단장에 이어 감독까지 2년에 걸쳐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번엔 그 대상이 구단을 상징하는 '원클럽맨'이다.
 
지난 2021년 11월 당시 KIA 타이거즈는 해당 시즌을 9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마친 뒤 계약 기간이 남은 맷 윌리엄스 전 감독을 경질하고, 조계현 단장과 이화원 대표이사도 물러나며 대대적인 개편에 돌입했다.
 
그리고 새롭게 대안으로 영입한 인물이 바로 장정석 단장과 김종국 감독이었다. 이때만 해도 장 단장은 키움 히어로즈에서 프런트와 감독 경험을 모두 역임하며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평가받았고, 김종국 감독은 광주 출신에 26년 동안 KIA에서만 선수-코치로 몸담았던 '성골 타이거즈맨'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KIA에 최악의 나비효과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장정석-김종국 체제로 치러진 첫 시즌인 2022년에 KIA는 5위를 기록하며 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장 단장은 FA로 나성범과 양현종, 트레이드로 박동원을 영입하는 수완을 발휘했고, 김종국 감독과의 호흡도 좋아 보였다.
 
하지만 2023년 박동원 선수가 KIA와의 FA 협상 불발로 LG로 떠났고, 그 원인이 장정석 단장의 뒷돈 요구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야구계에 큰 충격을 줬다. 혐의를 부인하던 장 단장은 2023시즌 개막을 불과 사흘 앞두고 결국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5강 후보로 꼽혔던 KIA는 6위에 그치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KIA 구단은 김종국 감독을 여전히 신임하며 올시즌에도 지휘봉을 맡겼다. 하지만 2024시즌 스프링캠프 출발을 하루 앞두고 이번엔 감독이 구속 위기에 몰린 끝에 경질되고 말았다.

관리 감독 의무는 구단의 몫
 
 KIA 타이거즈는 금품 관련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는 김종국 감독을 직무 정지 조처했다. 2월 1일부터 호주 캔버라에서 열리는 1군 스프링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진행된다. 사진은 29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 1층의 KIA 타이거즈 엠블럼.

KIA 타이거즈는 금품 관련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는 김종국 감독을 직무 정지 조처했다. 2월 1일부터 호주 캔버라에서 열리는 1군 스프링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진행된다. 사진은 29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 1층의 KIA 타이거즈 엠블럼. ⓒ 연합뉴

 
구단 역시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단장을 둘러싼 뒷돈 의혹은 개인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구단 내부에서 벌어진 직권 남용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구단은 문제를 일으킨 감독과 단장을 선임한데 대한 도의적 책임이 있으며, 이를 제대로 관리 감독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최소한 장정석 전 단장 사태가 불거졌을 때 코칭스태프의 연루 여부나 내부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자체 점검을 철저히 진행했더라면 이런 사태까지는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감독이 연루된 비위 사실이 수사 기관을 통해 드러나며 구단과 야구계 전체에 큰 오점을 남겼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단과 팬들이 뒤집어쓰게 됐다. KIA는 올겨울 주축 선수 김선빈·최형우와 재계약했고,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부상선수가 많았던 지난 시즌에 비하여 2024시즌은 상위권을 기대할만한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게 됐다. 
 
KIA는 일단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스프링캠프를 소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진 코치가 감독대행 혹은 정식 감독을 맡을지, 아니면 최대한 빠른 시간에 새로운 감독을 영입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진 코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스프림캠프를 위한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팀원으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 한번 더 생각하는 사람이 되겠다"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KIA 구단도 공식 사과문을 통해 "KIA 타이거즈는 김종국 감독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로 KIA 타이거즈 팬과 KBO 리그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야구 팬, 그리고 KBO 리그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쳤습니다. 깊은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2년 연속으로 '사법 리스크'라는 오점을 안게 된 KIA는 새 시즌을 앞두고 팀의 변화와 도약을 기대했던 팬들에게 또 한번 깊은 상처를 남겼다. 과연 이 사태의 파장이 KIA구단과 KBO리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팬들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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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타이거즈 김종국감독 장정석 배임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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