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8 11:36최종 업데이트 24.03.1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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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3일(현지시간) 미국 팝 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에라스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공연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8년 10월 9일, 미국의 CNN은 유명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정치에 뛰어든 후 유권자등록이 큰 폭으로 올랐다는 비영리단체 보트(VOTE.ORG)의 분석을 보도했다. 스위프트가 실제로 정치인이 된 것은 아니고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린 후 24시간 만에 6만 5000명이 유권자등록을 마쳤다는 것으로 스위프트의 고향인 테네시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크게 증가한 수치다.

한 달 전인 9월에 19만 명, 8월에는 5만 7000명이 유권자등록을 한 것과 비교해 보면 상승세가 컸다. 당시 1억 120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던 스위프트는(현재 팔로워는 3억 명) 테네시주의 한 민주당 상원 후보를 지지하면서 투표를 위한 유권자 등록을 독려했다.


지난 2월 11일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슈퍼볼 시작 몇 시간 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스위프트에게 보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창작자들과 디지털 음악 제공자들이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게 해 주는 음악현대화법안에 서명한 것은 재임 당시 자신이며, 바이든은 그녀를 위해 아무것도 해준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므로 바이든을 지지하는 것은 "많은 돈을 벌게 해 준 사람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또한,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캠프에서도 글로벌 스타인 스위프트가 다시 한번 지지 선언 해 줄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지난 1월 29일 보도했다. 스위프트는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투표해 줄 것을 호소한 바 있다. 

양쪽의 구애를 동시에 받는 스위프트의 몸값이 치솟자 음모론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 2월 14일 <뉴욕타임스>는 한 대학의 여론조사를 근거로 미국인 5명 가운데 1명이 스위프트가 바이든의 재선을 위해 뛰고 있다는 "정부의 은밀한 활동" 음모론을 믿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유명 인사들의 특정 정치인 지지
 

2007년 12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미셸 오바마의 유세에 참석한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왼쪽). ⓒ 위키미디어 공용

 
유명인의 대선후보 지지에는 기시감이 있다. 미국의 방송인이자 배우이기도 한 오프라 윈프리는 내로라하는 영향력을 가진 유명 인사다.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6번이나 이름이 오르는가 하면,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1996년 한 방송에서 윈프리가 광우병에 대한 공포를 이야기하며 "햄버거를 먹지 못할 정도"라고 언급하자 이튿날 국제선물거래소에서 소 선물(cattle futures) 가격이 10%나 하락할 정도였다.

이런 윈프리의 버락 오바마 지지는 2008년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민주당 당원의 23%가 경선 당시 윈프리의 오바마 지지가 자신들이 힐러리 대신 오바마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응답했다.

2013년 미 노스웨스턴대의 연구에 따르면, 윈프리의 오바마 지지는 투표수를 상승시켰을 뿐 아니라 오바마가 받은 득표수를 양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었다. <오프라 매거진> 발행 부수가 10% 늘어나면 오바마 득표율이 0.2퍼센트 포인트 올라갔다. 유권자 참여의 측면에서 볼 때 유권자 수 10%의 변화는 0.06퍼센트 포인트 증가로 연결된다. 이 연구는 윈프리의 지지가 결과적으로 오바마에게 어림잡아 100만 표가 더해지는 효과를 이끌어 냈다고 결론지었다.
 

2019년 9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을 수여받고 있다. ⓒ 위키미디어 공용

 
미국의 유명 인사들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일이다.

2019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에게 자유의 메달을 수여했다. 이 자리에서 리베라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친구였다면서 대통령이 되었다고 그에게 등을 돌릴 필요가 없으며 트럼프가 하는 일을 존중하며 미국을 위한 최고의 역할을 그가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종합격투기 선수인 코너 맥그리거도 2020년 트럼프를 칭송하면서 "경이로운 대통령이다. 그와 맞서는 대단한 거물들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분장을 하고 방송에서 트럼프를 풍자했던 배우 알렉 볼드윈의 동생 스테펜 볼드윈은 트럼프의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부름 받은 이는 많아도 선택된 자는 소수이며 전쟁은 이미 이겼다"면서 2020년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2016년 대선에서 자신이 침묵하는 바람에 트럼프 당선을 막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스위프트 외에도 미국 연예계 곳곳에 바이든의 지지자들이 있다.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국이 셧다운(봉쇄)에 돌입하기 이전 바이든과 함께 기금 모금 행사에 참석했고 배우 우피 골드버그도 2020년 오랜 민주당의 지지자로서 바이든을 위한 기금 모금 행사를 열기도 했다.

지난 2020년 CNN은 "난 공개적으로 투표를 말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는 다르다"며 바이든을 지지한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의 글을 웹사이트에 실었다. 배우 브래드 피트 역시 2020년 월드시리즈 기간에 바이든의 텔레비전 광고에 나와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지지했다.

스위프트가 제2의 윈프리 될까
 

2003년 6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공연하는 3인조 여성 컨트리 뮤직 밴드 딕시 칙스. ⓒ 위키미디어 공용


그렇지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혀서 어려움을 겪은 스타도 있다. 1989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결성해 큰 사랑을 받은 3인조 여성 컨트리 뮤직 밴드 딕시 칙스(현재는 칙스로 개명)가 대표적인 예다. 2003년 영국 런던에서 공연 도중 수많은 관중 앞에서 "우리는 미국의 대통령이 텍사스 출신이란 것이 부끄럽다"라고 말했다. 같은 텍사스 출신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부끄럽다는 말로 이라크 전쟁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인기 절정의 밴드가 해외에서 한 발언이 미국에 알려지게 되자 성난 보수 성향 팬들이 보이콧을 하거나 밴드 앨범을 불태우는 등 실력행사에 나섰다. 결국 리드싱어가 사과했지만 이미 밴드 뮤직의 에어플레이가 20퍼센트나 하락한 뒤였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보이콧-할리우드(Boycott-hollywood.us)나 페이머스이디엇(Famousidiot.com) 같은 웹사이트가 정치 분야에 목소리를 내는 유명 인사들과 이들을 출연시키는 방송관계자들 및 광고주들에 항의 이메일이나 전화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명인의 정치인 지지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21년 11월 4일 ABC 뉴스는 유명 인사들이 이미 투표 대상을 정한 이들에게 투표할 동기를 부여하긴 하지만 후보자 선택을 바꾸게 할 만큼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유명인들은 후보자가 가진 이미지를 강화시킴으로써 선거운동의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후보자와 유명인의 브랜드가 맞아떨어질 때만 가능한 일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 연구는 유명 인사들이 투표 숫자나 선거 결과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다고 결론내렸다.

주목할 것은 이 연구에서 유일하게 예외로 꼽은 사례가 앞서 소개한 2008년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오프라 윈프리의 버락 오바마 지지 선언이라는 점이다. 윈프리의 지지에 힘입어 오바마의 득표수, 재정기부, 투표율이 모두 상승한 것을 토대로 이 연구는 윈프리야말로 "독보적인 인기"를 가진 사람이라고 분류했다.

지난 5일 미국 대선은 전·현직 대통령의 재대결을 확정 지었다. 슈퍼 화요일을 지나 이제 본격적인 재선 경쟁에 돌입하면서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손에 쥐고 싶은 바이든과 트럼프의 눈에는 스위프트가 제2의 윈프리로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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