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4.04 15:00최종 업데이트 24.04.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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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2일 제주시 노형동 신비의도로 공원에서 제79회 식목일 기념 나무 심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식목일을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온 지 한참 되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너무 높아져서 4월 5일은 이미 나무를 심기에 적합한 시기가 아니란다. 일평균 기온이 나무 심기에 가장 알맞은 6.5도 이상을 기록하는 3월 중순으로 변경하자는 법안도 발의된 바 있고, 3월 21일 세계 산림의 날이 한반도 전체 식재 시작 시기의 중간적 위치를 차지하므로 가장 적절한 날이라는 의견 등이 나온다.

그러나 아직은 지자체별로 식목 행사를 앞당겨 진행하거나, 아열대성 나무의 묘목을 권장하기도 하며 4월 5일 식목일을 기념하고 있다. 나무 심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나무 심는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종이를 아끼는 방법으로 나무 심기에 참여하는 것은 어떨까? 식목일에 심은 나무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나무가 우리가 쓰는 종이로 베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제안된 것이 '종이 안 쓰는 날'. 녹색연합은 식목일 하루 전 4월 4일을 종이 안 쓰는 날(No Paper day)로 제안한 바 있다. 영어로 April 4, 줄여서 A4데이. 종이 안 쓰는 날. 바로 오늘이다. 

우리나라 한 해 종이 소비량은 약 9억 9000만 톤(2016년). 나무 약 2억 4000만 그루에 해당한다. 종이는 알다시피 나무가 원료인 천연펄프로 만드는데, 종이를 만들기 위해 2초마다 축구장 면적의 원시림이 사라진다. 캐나다 벌목 90%는 원시림에서 이루어지고,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원시림 72%, 아마존 원시림 15%는 이미 사라졌다. 그렇게 벌목된 나무의 50%가 펄프와 종이 생산에 쓰였다.

원시림을 밀어내고 빨리 자라는 단일종을 키우기도 한다. 이른바 나무농장(Tree Farm). 종이 회사가 원료를 얻으려고 나무를 심은 인공 조림지이다. 마치 숲을 키우고 가꾸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이 나무농장은 다양항 동식물의 터전을 빼앗아 만든 농장이니 숲이 아니다. 미국 나무농장은 남부 숲의 20%나 차지하는데, 이로써 야생동식물 98%가 사라졌다고 한다. 
   
종이를 덜 쓰는 방법, 재생종이
 

재생종이로 만든 출판물들 ⓒ 녹색연합


녹색연합은 전문기구인 도서출판 '작은것이 아름답다'를 중심으로 재생종이 운동을 벌여왔다. 재생종이는 한 번 사용한 종이, 즉 고지(폐지)가 40% 이상 들어간 종이를 말한다. 

우리가 한 해 쓰는 복사지 사용량이 2억 9000만kg이고, 하루로 치자면 복사지 5만 4000상자(A4 1상자 14.5kg, 한 해 2000만 상자)를 사용하는데, 이 종이를 쌓아놓으면 63빌딩 약 53개 높이에 이른다. 이 복사지 중 10%만 재생복사지로 바꿔도 해마다 27만 그루 나무를 살릴 수 있다. 하루로 계산하면 740그루의 나무가 살아나는 셈이다.

가끔 '종이를 재생하는 것이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 아니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한 해 사용하는 복사지 10%만 재생종이로 바꿔도 자동차 약 5000대가 한 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줄일 수 있고, 벌목은 40%, 에너지는 15%, 물은 20%, 폐기물은 16%를 줄일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 그래서 재생종이는 기후보호종이, 환경을 생각하는 종이로 불린다.
     
한동안 재생복사지로 복사나 인쇄를 하려면 잘 안된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나 재생복사지가 GR(Good Recycled) 인증을 받으려면 100매 연속 복사했을 때 복사 상태가 선명하고 이중 급지나 걸리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러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녹색연합도 사무실에서 이 용지로 탈 없이 인쇄를 한다.
 

친환경 복사용지 ⓒ 녹색연합


'재생종이에 몸에 안좋은 화학물질이 사용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한 번 쓴 종이를 깨끗한 재생종이로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잉크를 빼내는 탈묵과정인데, 재생종이 생산과정은 일반 종이에 비해 화학물질을 덜 쓴다. 

그런데 재생종이는 비싸다. 한번 사용한 종이인데도 재생종이가 더 비싸다면, 그것은 규모의 경제가 갖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수요가 적어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 전체 복사지 시장에서 재생복사지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2.7%(2013년)밖에 되지 않는다. 재생복사지 점유율이 높으면 가격도 낮아질 것이다.

2015년 한 해 사용되었던 2억 9000만kg의 복사지는 반갑게도 2023년 약 2억 2000만kg으로 줄었다. 요즘에는 공개 토론회를 가보면 종이 자료집을 펴내지 않고, 파일 다운로드로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인쇄물 형태보다 전자화된 문서를 편하게 이용하는 것을 본다.

전반적으로 복사지 생산이나 사용량은 줄었지만, 재생종이 점유율을 높일 필요는 여전하다. 2010년부터 중고교 국정 교과서 재생종이 출판 캠페인이 시작되고 지지와 참여 속에 재생종이 출간을 이끌어낸 성과도 있지만, 여전히 재생종이 출판은 5%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종이를 쓰지 않는 또 다른 방법들

양면인쇄를 기본으로 한다. 2쪽 모아찍기도 좋겠다. 한 면 인쇄한 종이는 잘 모았다가 이면지로 활용한다. 인쇄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이면지는 메모 노트로 만든다. 집게로 집어 사용하면 편하다. 

서류봉투도 재사용할 수 있다. 녹색연합 사무실에는 재사용을 위해 모아둔 봉투들이 있다. 정기간행물 발송용 봉투를 제외하곤 별도의 단체 봉투를 만들지 않는데, 대부분 사무실로 온 서류봉투에 주소를 새로 붙여 재사용한다. 많은 우편물을 보낼 때를 대비해 주소 라벨지를 새로 만들기도 하고, 반송 봉투에 있는 녹색연합의 주소를 오려 놓았다가 보내는 난에 다시 붙여 사용하기도 한다.
 

종이상자를 활용해 만든 피켓 ⓒ 녹색연합


기자회견이나 집회 피켓은 종이상자를 활용해 직접 만든다. 종이상자는 100% 폐지로 만들어지니, 재생종이 중의 재생종이다. 이 종이상자도 잘 모았다가 다시 사용하지만, 캠페인 피켓용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우드락에 종이를 덧붙여서 쓰는 방식의 피켓이 근래 들어 종이상자에 문구와 그림을 넣은 피켓으로 변모하는 중이다(물론 우드락을 재사용하여 구호를 출력한 종이를 붙인 피켓도 있다).
   
지나간 책상 달력을 행사 안내판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재사용해도 남는 신문, 잡지, 각종 책자의 분리배출을 잘해 수거장에서 누군가 다시 한번 분리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파쇄지도 소포를 보낼 때 충전재로 활용한다. 
 

한해 지난 책상달력으로 안내판을 만들었다. ⓒ 녹색연합

     
온 국민이 4월 4일 하루, 종이 한 장을 쓰지 않으면 나무 4500그루를 살릴 수 있다니, 당장 나무를 심거나 가꿀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면 지금 생활하는 공간에서 종이를 아끼면 좋겠다.

종이 한 장 덜 쓰는 것으로 아름드리 한 그루를 살려내는 것은 그 나무로 공기가 정화되고, 그 나무를 터전으로 사는 새와 곤충을 보호하며, 종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고, 종이 표백을 위해 쓰이는 유독 약품으로 인한 강의 오염을 막는 일이다. 종이 안 쓰는 날 'A4데이' 참여를 제안드린다.
덧붙이는 글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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