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대한한공 선수들이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기뻐하고 있다

프로배구 대한한공 선수들이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기뻐하고 있다 ⓒ KOVO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V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대한항공은 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5전 3승제) 3차전에서 OK금융그룹을 세트 스코어 3-2(27-25 16-25 21-25 25-20 15-13)로 이겼다. 

3승 무패로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은 2020-2021시즌, 2021-2022시즌, 2022-2023시즌에 이어 올 시즌까지 4연속 통합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이는 삼성화재(2011-2012시즌∼2013-2014시즌)의 3연속 통합우승을 넘어선 V리그 최고의 금자탑이다. 또한 대한항공은 통산 5회째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통산 우승 횟수에서도 현대캐피탈(4회)을 제치고 단독 2위가 됐다. 최다 우승팀은 삼성화재(8회)다.

삼성화재 넘어선 대한항공 '고공비행'... 정지석 MVP

정규리그에서 2위를 달리다가 막판에 극적으로 우리카드를 넘어 1위에 오르며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한 대한항공은 넉넉한 휴식기에 재정비를 마친 뒤 OK금융그룹을 압도했다. 

대한항공의 4연속 통합 우승은 5세트에 가서야 확정됐다. 두 팀이 팽팽히 맞선 13-13에서 대한항공 세터 유광우는 정한용의 시간차 공격을 시도했고, OK금융그룹의 코트에 꽂히면서 '챔피언십 포인트'에 닿았다. 

곧이어 조재영의 토스를 받은 김민재는 상대 블로커를 피해 속공을 터뜨렸고, 대한항공 선수들은 환호하며 우승의 감격을 만끽했다. 

2021-2022시즌부터 대한항공을 이끌고 있는 핀란드 출신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번 시즌까지 3연속 통합우승을 이끌면서 V리그 외국인 사령탑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그는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를 아포짓 스파이커 막심 지가로프(등록명 막심)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막심은 챔피언 결정전 3경기에서 52점을 올리며 대한항공의 우승을 도왔다. 

토종 공격수 정지석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31표 가운데 22표를 얻으며 챔피언 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당한 허리 부상 탓에 정규리그 1, 2라운드를 건너뛰고 3라운드부터 출전했으나 기량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챔피언 결정전이 시작되자 국가대표다운 활약을 펼치면서 2020-2021시즌에 이어 개인 통산 2번째로 MVP를 수상했다. 

OK금융그룹, 졌지만 '아름다운 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오기노 마사지 감독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오기노 마사지 감독 ⓒ KOVO

 
반면에 2014-2015시즌, 2015-2016시즌 2회 연속 우승 이후 8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OK금융그룹은 체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한항공의 우승을 축하해야 했다. 

하지만 OK금융그룹의 도전은 박수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연거푸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한 OK금융그룹은 올 시즌을 앞두고 V리그 최초로 일본 출신인 오기노 마사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오기노 감독은 선수들에게 범실 위험이 큰 스파이크 서브 대신 안정적인 플로터 서브를 주문했다. 또한 '주포'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가 도맡았던 공격을 분산시키는 데 집중했다.

OK금융그룹의 새 배구는 3라운드에서 6전 전패를 당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나 4라운드 6전 전승으로 놀라운 반전을 일으켰고,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하며 봄 배구에 나섰다. 

돌풍은 봄 배구에서 더 강해졌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현대캐피탈,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카드를 연달아 꺾으며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해 대한항공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1, 2차전을 패하며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고 3차전에서 풀세트 접전까지 치렀으나 더 이상의 반전은 없었다.

레오는 이날 트리플크라운(한 경기 후위 공격·블로킹·서브 각각 3득점 이상)을 포함해 33점을 올리며 활약했으나 OK금융그룹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그럼에도 V리그 진출 첫 시즌부터 남다른 배구와 챔피언 결정전 진출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오기노 감독의 '마법'이 과연 다음 시즌에는 OK금융그룹을 얼마나 더 강한 팀으로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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