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출신의 '지한파' 명장 세뇰 귀네슈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귀네슈 감독은 최근 축구협회가 검토중인 대표팀 최종 후보 11인(외국인 7인, 국내파4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4월 4일 귀네슈 감독과의 화상 단독 인터뷰를 통하여 한국행 가능성을 보도했다. 여기서 귀네슈 감독은 한국대표팀 감독직에 지원한 사실을 직접 공개하며 "지도자 인생의 마지막 도전을 한국과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귀네슈 감독은 "FC서울을 이끌며 한국에 3년 동안 살았다. 너무 즐거운 추억들로 가득했기 때문에 제 마지막 축구 인생 3년을 대한민국과 함께 마무리하고 싶어 지원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귀네슈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에 요구사항은 크게 없다. 나이가 70이 넘었는데 그동안도 충분히 멋지게 살아왔고 잘 살아왔다. 마무리까지 멋있게 하고 싶어서 마지막 도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귀네슈 감독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게될 경우, 다가오는 2026 북중미월드컵에서 8강 진출이 목표라고 밝혔다. 귀네슈 감독은 지난 2013년에도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지원한 것을 비롯하여 그동안 몇 차례나 후보로 거론된 바 있지만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현재 축구협회에 지원서를 제출하여 최종 11명 후보에 포함되었지만, 아직까지 귀네슈 감독은 축구협회로부터 어떠한 공식 접촉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귀네슈 감독의 한국 대표팀 감독직 지원 소식이 공식적으로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축구팬들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귀네슈 감독의 화려한 커리어를 거론하며 검증된 명장이 한국 감독직을 원하고 있다는 데 환영의 여론도 있다. 반면, 고령의 나이나 최근의 하락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축구협회가 사실상 국내파 감독을 우선순위로 놓고 있는 분위기에서 귀네슈 감독의 부임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분석도 있다.

귀네슈 감독은 튀르키예의 축구 레전드 출신이다. 고향팀인 트라브존스포르에서 선수경력의 대부분을 보내며 리그 우승만 6차례 달성했다. 현역 은퇴 후에도 트라브존스포르의 감독만 세 번이나 역임하기도 했다. 트라브존스포르는 구단 레전드인 귀네슈 감독의 공헌을 인정하며 2016년 12월 개장한 홈구장의 이름을 셰놀 귀네슈 스타디움(Şenol Güneş Stadyumu)으로 명명하기도 했다.
 
은퇴 후 감독으로서도 성공가도를 달렸다. 주로 고국인 튀르키예에서 지도자 생활을 지내며 트라브존스포르, 볼루스포르, 이스탄불스포르, 안탈리아스포르, 사카리아스포르, 부르사스포르, 베식타슈 등 여러 유명 클럽들을 거쳤고, 튀르키예 대표팀 감독까지 역임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23년 10월, 베식타슈 감독에서 사임한 것을 마지막으로 야인으로 지내왔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K리그1 FC서울 감독을 맡으며 한국축구와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이는 귀네슈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에서 클럽과 대표팀을 통틀어 유일하게 외국팀을 지도한 경우였다. 35년이 넘는 감독 경력 동안 같은 팀을 다시 맡은 경우가 많다는 것도 특이한 부분이다. 트라르존스포르는 수석코치 1번, 감독만 3번을 거쳤고, 베식타슈와 튀르키예 대표팀 감독도 각각 두 번씩 역임했다.
 
무엇보다 귀네슈 감독의 명성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역시 2002 한일월드컵에서 모국 튀르키예를 3위로 이끈 것이었다. 당시 튀르키예는 1954 월드컵 이후 무려 48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한일월드컵 3위는 지금까지도 튀르키예의 역대 월드컵 본선 최고성적이다. 귀네슈의 튀르키예는 3.4위전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을 격파하며 한국 팬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때의 대활약으로 귀네슈 감독은 2002년 'UEFA 올해의 감독'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K리그 FC서울 감독 시절에는 아쉽게도 3년간 우승과는 한 차례도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당시 축구계 관계자들과 팬들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귀네슈 감독은 이청용, 기성용 등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이뤄냈고, 지금도 서울의 팀컬러가 된 빠른 템포와 패스를 중심으로 하는 공격 축구를 정립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귀네슈 감독이 남긴 유산은 후임인 넬로 빙가다와 최용수 감독 체제에서 서울이 연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맞이할수 있었던 기반이 됐다. 이로 인하여 귀네슈 감독은 서울과 계약기간을 정상적으로 마친 뒤 뒤 나쁘지 않게 헤어졌다. 몇년 후에는 구단의 특별초청손님으로 오랜만에 서울의 홈구장을 찾아 팬들의 환대를 받았다. 
 
귀네슈 감독은 서울을 떠나고 튀르키예로 돌아간 이후에도 지도자로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갔다. 트라브존스포르 감독으로 2009-10시즌 튀르키쉬 쿠파스(FA컵) 우승, 베식타스 감독으로 2015-16시즌과 2016-17시즌 튀르키예 쉬페르리그(1부리그) 2연패로 이끌었다. 특히 리그 우승과 유독 인연이 없었던 귀네슈 감독에게는 60대의 나이에 처음으로 경험해본 우승이기도 했다.
 
또한 베식타스에서 2017-18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진출, 튀르키예 대표팀 2기에서는 유로 2020 본선진출을 각각 이뤄내며 국제무대에서도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 본선 토너먼트에서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도 있지만, 귀네슈가 이끌었던 팀들이 상대적으로 항상 '언더독'의 입장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실망할 정도의 성과는 아니었다.
 
다만 단점도 뚜렷하다. 1952년생으로 어느덧 72세가 된 귀네슈 감독은 은퇴한 히딩크(1946년생)과 사실상 같은 세대라고 할만큼 고령의 감독이다. 이미 튀르키예 대표팀 2기와 베식타스 감독 말년부터 전술이나 선수단 운용방식에서 현대축구의 흐름에 뒤처졌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것은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FC서울 시절에는 젊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며 성과를 올렸지만, 한편으로 선수단 관리측면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서울 시절 그의 지도를 받았던 선수 출신들은 귀네슈 감독이 국내파 감독 못지않게 훈련량이 많고 엄격한 감독이었다고 회상한다. 반면 당시 서울은 최고의 인기 구단이었지만 젊은 선수들의 잦은 돌출행동으로 인하여 팀 기강이나 경기 매너 측면에서는 이래저래 잡음도 많았다.
 
무엇보다 귀네슈 선임에 있어 관건은 축구협회가 외국인 감독을 선임할 의지가 정말로 있는가 하는 것이다.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그동안 국내파 감독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는 뉘앙스를 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현재 귀네슈 감독 외에도 스티브 브루스, 필립 코쿠, 에르베 르나르 같은 해외 유명 감독들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전임 클린스만을 둘러싼 투명하지 못한 감독 선임 절차와 행정으로 대표팀의 파행을 초래한 책임을 피하지 못했던 협회이기에,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과연 귀네슈 감독에게 한국대표팀을 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주어질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세뇰귀네슈 튀르키예 축구대표팀 KBS 축구협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