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오리지널 드라마 <동조자> 시사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

HBO 오리지널 드라마 <동조자> 시사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 ⓒ 쿠팡플레이

 
또다시 박찬욱 감독의 선택은 첩보물이었다. 그것도 한국이나 미국도 아닌 베트남 밀정을 다룬 이야기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난다. 18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HBO 시리즈 <동조자> 1화, 2화가 언론에 선공개된 가운데 박찬욱 감독이 직접 연출 배경과 작의를 밝혔다.
 
<동조자>는 퓰리처상에 빛나는 비엣 타인 응우옌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총 7부로 구성된 시리즈로 이중 박찬욱 감독이 직접 각본과 1화에서 3화까지 연출을 맡았다. 1970년대, 패망을 앞둔 남쪽 자유 베트남에서 공산주의 북 베트남의 밀정 역할을 하는 대위의 시선으로 당대 베트남과 미국, 그리고 냉전 시대를 살아간 자들을 바라본 이야기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미국 CIA 요원, 대위의 정신적 지주인 대학교수 등 1인 4역을 소화한 것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캐스팅 일화에 박찬욱 감독은 "드라마 3화에 스테이크 하우스 장면이 있는데, 교수와 CIA 요원, 하원의원 등 성공한 백인 남성이 등장한다. 이 네 사람이 미국이라는 국가를 상징하는 네 개의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중에 제작사인 A24에 제안했는데 다행스럽게 좋은 반응이었다"며 "A24가 방송 플랫폼인 HBO를 설득할 때도 이 설정이 좋게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운을 뗐다.
 
바로 캐스팅 후보군을 뽑는 과정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만장일치였다고 한다. 박 감독은 "그가 TV 시리즈 물을 한 적이 없어 큰 기대 없이 요청했는데 다행스럽게 금방 수락해서 드라마를 시작할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 로다주로 불리는 걸 그도 잘 알고 있다. 내게 먼저 로다주 얘길 꺼내기도 했다"고 화기애애했던 초반 현장 분위기를 언급했다.

원작의 힘 언급한 박찬욱 감독
 
한국 감독으로서 베트남 역사물 연출을 맡은 것에 박찬욱 감독은 원작의 힘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베트남인도 미국인도 아니기에 가질 수 있는 객관적 거리감이 있고, 비슷한 역사를 지닌 사람으로 동병상련의 마음도 가질 수 있었다"며 "남의 나라 역사라고 작가가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국 역사를 다른 나라 사람이 다룬다 해도 전 비웃을 생각이 없다. 오히려 어떤 관점일지 궁금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중요한 건 그 역사를 존중하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덧붙였다.
 
이어 그는 베트남계 배우를 섭외하는 어려움을 언급했다. "캐스팅 디렉터가 엄청난 노력을 했다"며 박 감독은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여러 나라 교포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배우가 아닌 사람들까지 접촉해서 최소한의 연기가 가능한지 걸러낸 다음 제게 보냈다"고 말했다. 출연 배우 중엔 영화감독, 심지어 디즈니 사 웹 디자이너도 있다고 강조하며 그는 "아주 기본적인 것도 가르쳐서 할 때가 많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 잘 이끌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작품 내 깔린 정서로 그는 역설을 언급했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닌, 각 인물 내면에 흐르는 정서를 배우들에게 강조했다"며 "나름 코미디를 많이 넣음으로써 부조리한 상황이 드러나도록 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원작 소설과 다르게 제가 가장 노력한 부분"이라 설명했다.
 
전작 <리틀 드러머 걸>에 이어 또다른 스파이물을 택한 것이 박찬욱 감독은 "사춘기 때 존 르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라는 소설을 읽고 심하게 반했다. 그 작품을 영화로 만든 것도 좋아했다"며 "거대한 거짓말을 상정해 그게 진짜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스파이와 영화가 유사한 것 같다. 거대한 거짓말을 진짜라고 믿게 하고, 필요한 예산을 따내고 팀을 꾸리는 작업이잖나"라고 반문했다.
 
 HBO 오리지널 드라마 <동조자> 시사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

HBO 오리지널 드라마 <동조자> 시사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 ⓒ 쿠팡플레이

 
"냉전이 끝났다고들 하지만 신냉전이란 말도 있다. 남한 사회의 이념 갈등은 또 얼마나 심각한가. 생각해보면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냉전의 배후에 강대국이 있었고, 이런 역사적 현실을 미국인들은 이해할 순 있어도 만들긴 어려울 것이다. 한국인의 관점까지 넣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원작이 품고 있는 성격을 잘 구현하는 데 충실하려 했다."
 
끝으로 <파친코> <오징어게임> 최근의 <삼체>까지 아시아 국가들의 정서와 역사가 계속 글로벌 드라마로 소환되는 것에 박찬욱 감독도 나름의 생각을 밝혔다. "시대가 아마 요구하는 게 아닐까 싶다"며 그는 "몇 천만 달러짜리 드라마에 생전 처음 보는 베트남계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게 가능해졌다는 게 어찌 보면 놀랍지만, 어찌 보면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드라마 <동조자>는 오는 15일 저녁 8시 쿠팡플레이에서 1화가 독점 공개된다.  
박찬욱 동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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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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