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월급 200만 원을 받던 사람의 월급이 올해 210만 원으로 상승했다. 이 사람은 월급이 10만 원 올랐으니 기뻐해야 할까?

지난 22일 방영된 EBS <다큐프라임> 돈의 얼굴-'3부 돈이 떨어졌습니다'는 기뻐할 일이 아니라고 가르쳐준다. 

왜 월급이 올라도 기쁜 일이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해 다큐는 부산의 한 공장으로 향했다. 연 매출 26억, 국내외 종사자 23명의 'O광 테크'는 방열복 제작업체다. 원단을 수입해서 방열복을 가공하는 이 업체의 매출 목표는 100억 원. '웃으면서 출근한 자, 웃으면서 퇴근하자'를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막상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속내는 각양각색이다.

지금 월급의 절반이던 때, 그러니까 80여 만원 남짓을 받던 때가 더 즐거웠다고 회고하는 직원. 그 이유를 들어보니 그때는 월급을 받으면 저금도 했기 때문이다. 분명 월급은 그때에 비해 두 배나 올랐는데 이젠 저금하기가 수월치 않단다. 

물가는 오르고, 살기는 팍팍해지고
 
 EBS <다큐프라임> 돈의 얼굴 '3부-돈이 떨어졌습니다' 관련 이미지.

EBS <다큐프라임> 돈의 얼굴 '3부-돈이 떨어졌습니다' 관련 이미지. ⓒ EBS

 
팬데믹 이후 미국을 위시하여 일본, 영국, 튀르키에, 싱가로프, 우리나라까지 전세계가 높은 인플레이션(이하 인플레)를 겪고 있다. 물가가 오른다는 건, 우리나라 원화를 기준으로 보면 원화로 살 수 있는 물건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고, 이는 원화 가치 하락을 뜻한다. 즉 밥을 한 끼 사먹으려 해도, 자동차를 사려해도 이제는 더 많은 돈이 있어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맥도날드 햄버거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1945년 45센트에 햄버거를 한 개 샀다면 2024년에는 45센트로는 겨우 햄버거 전체의 1/12만을 맛볼 수 있을 정도로 물가가 올랐다. 

단지 과거와 비교해서만이 아니다. 각 나라의 맥도날드 빅맥의 값을 비교하는 '빅맥지수'라는 말도 있듯이 나라별 물가 상승의 차이도 크다. 공장에서 일하는 베트남사람 탄빈은 필요한 용돈만 남기도 대부분을 베트남에 송금한다고 한다. 미얀마에서 온 청년도 대부분 돈을 보내서, 그 돈으로 미얀마에 땅을 산다는데, 그래서일까 두 청년들은 매달 달라지는 환율에 민감하다. 똑같은 돈이라도 환율에 따라 부치는 돈의 크기가 달라지니 말이다.

환율이란 국제적으로 거래의 기본이 되는 국가간 돈의 차이이다. 기축통화가 되는 미 달러를 기준으로 한다. 1944년 세계 각국은 브레턴우즈 체제를 통해 금 1온스를 35달러로 태환해주는 금본위제를 정했지만, 베트남 전쟁 등으로 미국이 돈을 마구 찍어내면서 금본위제가 흔들리게 됐다. 이에 서유럽 각국은 자신들의 보유한 달러를 금으로 바꾸려 했고, 이에 미국은 1971년 금태환 중지를 선언하며 금본위제를 무너뜨렸다. 

당시 미국 닉슨 대통령은 금본위제 파괴를 선언했지만 달러의 위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압도적 군사력과 강력한 외교력 등을 바탕으로 세계 제 1의 강대국을 자랑하는 미국의 달러에 여전히 세계는 신뢰를 보낸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미국이 달러를 마구 찍어내도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아르헨티나처럼 미국이 아닌 국가가 자국의 폐소를 마구 찍어내면 자국의 돈을 한 보따리 가져가도 물건을 사기 힘든 초인플레를 겪게 되는 것이다. 
 
 EBS <다큐프라임> 돈의 얼굴 '3부-돈이 떨어졌습니다' 관련 이미지.

EBS <다큐프라임> 돈의 얼굴 '3부-돈이 떨어졌습니다' 관련 이미지. ⓒ EBS

 

세계적인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를 '화폐적 현상'이라 정의했다. 이 말은 인플레이션이란 돈이 있을 때만 생기는 현상이란 뜻이다. 즉 화폐량이 생산량을 앞지를 때 인플레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공장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서동 시장에 가면 고추를 빻는데 얼마니, 몇 근을 빻아도 우리 동네보다는 얼마가 남는다는 등 시세에 대한 이야기다.

꼭 이 아주머니들이 아니더라도 예를 들어 돈 10만 원을 가지고 장을 보러가면 대충 이러저러한 것들을 살 수 있겠다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머릿속 계산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인플레가 심해지면 사람들 머릿 속에 있던 이 계산을 가늠하던 추적 능력이 '멘붕'을 겪으며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일상적으로 사던 것들의 감각이 왜곡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단지 감각의 문제만이 아니다. 

처음에 말했던 임금 인상으로 돌아가보자. 월급이 200만 원에서 210만 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이때 물가 상승률이 2.3%라면, 결과적으로 월급은 오른걸까, 오르지 않은 걸까.

명목 임금과 실질 임금의 차이
 
 EBS <다큐프라임> 돈의 얼굴 '3부-돈이 떨어졌습니다' 관련 이미지.

EBS <다큐프라임> 돈의 얼굴 '3부-돈이 떨어졌습니다' 관련 이미지. ⓒ EBS

 
여기서 우리는 명목 임금(화폐의 액수로 나타낸 근로자의 임금)과 실질 임금(임금의 실질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금액, 인플레이션의 경향을 고려)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명목임금 상승률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값이다. 즉, 200만 원에서 210만 원으로 임급이 올랐을 경우, 실질임금상승률은 2.7%(명목임금상승률 5%- 물가상승률 2.3%)이다. 결국 임금은 약 5만 4천 원(200만원X2.7%) 오른 셈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직원들은 이구동성 "허탈하다"고 말한다. 실제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중 불과 32%만이 명목 임금과 실질 임금에 대해 알고 있었다. 즉 그동안 사실 받아왔던 임금은 실질임금이었는데 명목 임금을 진짜 임금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월급은 올라도 쓸 돈이 없다는 푸념만 늘 밖에.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A: 임금 7% 삭감, 인플레 0 %
B: 임금 5% 인상, 인플레 12% 


둘 중 어떤 사례가 나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임금 7% 삭감을 손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실질임금상승률은 A의 경우(-7%-0%=-7%)와 B의 경우(+5%-12%=-7%)가 같다. 

명목임금은 오르지 않는 시간, 나날이 더해가는 인플레에 떨어지는 화폐가치. 그렇다면 도대체 이 상황에서 이득을 보는 건 누구란 말인가. 다큐는 인플레는 세금이라고 강조한다. 국가가 돈이 필요한데 세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화폐를 찍어내면 이게 일종의 '과세' 효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나온 역사에서 많은 군주와, 국가들이 전쟁을 하기 위해, 기념관을 기 위해 화폐를 찍어왔었다는 것이다. 특히 다큐는 팬데믹 이후, 미국이 자국의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달러를 찍어낸 것이 현재 세계적 인플레의 원인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EBS다큐프라임 돈의얼굴 돈이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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