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강연했다가 제적 위기... 이거 실화냐?

학내에서 페미니즘 강연을 준비하고 강행했다는 이유로 학교 차원의 '학생지도위원회'가 열렸다. 강연 당일엔 학생처장실에 불려가 '학교의 개교 이념과 반하는 모임을 허락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위협도 당했다.

'사상통제'라 여긴 학생들은 강연을 강행했지만 강연 시작 직전 20여명의 학생들과 교수, 교목이 찾아와 '학생들에게 자유섹스하라는 페미니즘 거부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었다. 지난달 8일 경북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에서 벌어진 일이다.

강연 이후 위협은 현실이 됐다.

지난해 12월 11일 한동대학교 학생처장은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은 동성애 내용이 가득한 모임이었다"며 "지난 금요일 밤, 한동대학교에는 땅이 흔들리는 염려보다 더 큰 '영적 지진'이 있었다"고 비난했다.

이튿날 한동대 학생 2명이 작성한 대자보가 학생회관 정문 유리창에 붙었다. 놀랍게도 '강연을 주관한 학생들을 제적하고 강연과 연관된 교수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요청이었다.

결국 12월 14일, 학생지도위원회가 열렸다. 학교 측은 관련 학생들에게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고 12월 27일부터 1월 5일까지는 순차적으로 '진술서'를 쓰게 했다. 이 같은 요구를 받은 인원은 총 5명으로, 주최 측이었던 구성원 3명과 강연을 듣고 SNS에 후기를 남긴 학생 2명이었다.

강연을 준비한 학생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학생 개인의 성정체성까지 함부로 공개돼 인신공격성 발언도 이어졌다. 피해 학생은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에서 저는 학교를 어찌 다닐 수 있겠냐"며 "절망스럽다"고 표현했다. 그는 졸업까지 마지막 프로젝트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학교 측은 오마이TV의 취재 요청에 "아직 (학생들에게) 징계를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징계위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학생지도위원회가 사건 전반에 대한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오마이TV가 확인한 결과, 학교 측은 현재까지 진술서를 요구받은 5명 학생들에게 별다른 연락을 취하지 않은 채 학생지도위원회를 진행 중이다. 학생들은 어떤 소명 기회도 얻지 못한 상황이다.

오마이TV가 경북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에서 피해 학생을 직접 만나고 왔다.

(취재 : 김종훈 기자, 영상 취재·편집 : 김혜주 기자)

| 2018.01.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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