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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수업이 있는 마지막 날이다.

나는 작년 이맘때 50군데 가까운 학교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였다. 기간제 교사 자리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간절했던 만큼이나 절망감은 커져갔다. 초등학교 일학년 막내아들, 초등 2학년인 애교만점 둘째딸, 엄마가 없을때 "내가 엄마다!"라는 초등학교 6학년 첫째딸, 그리고 걱정어린 눈빛(아니면 채념한 눈빛)의 아내에게 미안함이 가득했다.

두 곳에서 면접을 보았고 개학을 일주일 앞두고 기적이라고 해야할까? 오늘 마지막 수업을 하는 학교에서 2013년 3월 1일 부터 2014년 2월 28일까지 근무(담당과목은물리이고  업무는 학생부 기획)하게 되었다.

올해도 쉽사리 자리는 구해지지 않았고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학생들과의 헤어짐이 더 애뜻했다. 학생들과 첫 수업에서 나를 시한부 교사(기간제 교사)라고 나를 표현을 해 보았다. 그리고 교실에서의 34번의 만남은 매 시간 소중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수업내용에 대해 이렇게 고민한 적은 없었다. 대부분 학년말 바쁜 업무를 처리하며 자습을 하였다. 이번만은 그렇게 헤어지기 싫었다.

교실에 들어섰다. 저번주에 "이제 우리가 약속된 시간이 다음주 1시간이네! 헤어질 연습해야지"라고 말 하였는데..... 칠판에 천사(1004)의 짧은 글과, 이천사(2004)의 글 그리고 몇몇 학생들의 응원의 글이 적혔있었다. 우리나이로 마흔 넷인데 울컥하였다.

이천사(2004)가 칠판에 적어 놓은 글
 이천사(2004)가 칠판에 적어 놓은 글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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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1004)가 칠판에 적어놓은 글
 천사(1004)가 칠판에 적어놓은 글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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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메시지
 문자 메시지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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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문자 메시지
 내가 받은 문자 메시지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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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리에게 온 문자메시지
 송대리에게 온 문자메시지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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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을 불러 보았다.

"내가 너희 이름을 다 모른다. 미안 그래서 오늘은 이름을 한번 불러보고 싶다. 내가 이름을 부르면 네라고 대답하지 말고 어디있는지 손을 들고 꿈이 있으면 꿈을 이야기 해주고 미처 꿈이 없어면' I love you'라고 대답해 주지 않을래?"

난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여학생들에게 "사랑합니다", "I love you" 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 모두 함께 행복한 출석부르기가 끝났다.

교과서의 뒷부분에 있는 발전과 송전에 관해 수업하였다. 원자력 위험에 대한 내용은 빈약하기만 한 교과서다. 김익중 교수님의 강연 내용을 일부를 정말 열심히 알리고 전달하기 위해 말하였다. 시험에 관한 힌트를 줄때보다 나의 마지막 수업내용을 경청해 주었다.

2학기때 학생들과 나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일주일 아니면 이주일 단위로 소식을 만들었다. 한번씩 학생들에게 문자가 왔었다. 나는 학생들을 사랑하게 된 것 같았다. 가끔 음료수와 메모가 내 책상에 올려지기도 했다. 교원평가에서 학생들이 한마디씩 적은 내용은 평생의 추억이 될 것 같았다.

학생들이 해 준 한마디 한마디를 쭉 읽어주었다. 다 너무 고마웠다. 이렇게 학생과 정을 나누었는데 "정말 2학년때 못 보는 거예요. 그냥 우리 학교 있으면 안돼요!"라는 말을 들으며 헤어지기 싫다는 마음이 자꾸만 들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마지막 인사말을 하기전 <또 하나의 약속>이란 영화를 간단히 소개하며 제작두레를 계기로 내가 적은 영화 리뷰의 내용을 프린터로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오후까지 내가 가진 예매권 10개를 나누어 주었다.

드디어 학생들과 함께 만드는 마지막 인사말을 준비하였다. 형용사(부사)를 학생들이 채워 주었고 마지막 수업 인사말로 그것을 다 함께 읽었다. 함께라는 것이 이렇게 감동이라니....... 짠한 마음으 이제 주체하기 힘들것만 같았다.

빈 칸을 형용사(부사)로 채워보세요.(금색은 처음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         )  여러분을 만나 (         ) 하루하루였습니다.
(         ) 오늘은 (         ) 마지막 수업입니다.
이제는 (         ) 고 2가 되었습니다.  
(         ) 자세와  (        ) 의지로 살아간다면   (         ) 후회가 남지 않을 겁니다.
(        ) 2학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         ) 사랑했던 한 사람이 있었고, (        ) 여러분이 있었고
(        ) 여러분 덕분에 (          ) 행복했고 고맙웠습니다.

1학년 학생들이 빈칸을 채워주었고 나의 마지막 수업 인사말을 대신하였습니다.

(예쁜) 여러분을 만나 (귀여운) 하루하루였습니다.
(탐스러운) 오늘은 (사랑스런) 마지막 수업입니다.
이제는 (역겨운 ) 고 2가 되었습니다.   
(더러운) 자세와  (즐거운) 의지로 살아간다면  (협오스런) 후회가 남지 않을 겁니다.
(향기나는) 2학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얄밉게도) 사랑했던 한 사람이 있었고, (지겨운) 여러분이 있었고
(재미없는) 여러분 덕분에 (걷고 걷으며) 행복했고 고맙웠습니다.

(Happy하게) 여러분을 만나 (아름다운) 하루하루였습니다.
(예쁜) 오늘은 (못생긴) 마지막 수업입니다.
이제는 (슬픈) 고 2가 되었습니다.
(강한)자세와  (기쁜) 의지로 살아간다면  (약한) 후회가 남지 않을 겁니다.
(솔직한) 2학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주) 사랑했던 한 사람이 있었고, (비내리는) 여러분이 있었고
(안개낀) 여러분 덕분에 (똑똑하게) 행복했고 고맙웠습니다.

우리모두는 선생님이 최고라고 믿고 초등학생처럼 다 함께 우리가 만든 마지막 인사말을 다함께 읽었다. 중간에 틀려도 누가 뭐라는 사람없이 다 함께 웃으며 다시 시작했고 "~~~다"을 함께 외쳤다.

나는 칠판에 마지막 판서 내용을 적었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학생들이 꼭 이렇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자 한자 정성을 다해 판서하였다. 그것 전해졌는지 모를 일이지만 학생들은 조용히 나의 손끝을 응시하고 있었다.

현명한 사람은  늘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
 넉넉한 사람은 주어진 몫에 불평불만만 늘어놓지 않는 사람
 강한 사람은 타오르는 욕망을 자제 할 수 있는 사람
 건강한 사람은 늘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
 현명한 사람은 놀 때는 세상 모든 것을 잊고 놀며 일을 할 때는 일에 전념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랑했던 여러분이 이 중에 한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약속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모두 대답해 주었고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종이 쳤고(종이 치면 뛰쳐나가기 바빴던 학생들이) 한동안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박수를 쳤다. 1학년 4반(여학생반)에서 있었던 마흔 넷의 잊지못할 순간들이었다. 오늘의 이 감정을 놓치기 싫어 글로 남기고 있는 이 순간, 코끝이 찡해진다.

"소중한 추억 선물해 준 나의 어린 친구들아 너무 고마워! 함께 운동장에서 스스럼없이 함께 축구를 했던 남학생들 고마워!"

자료사진.
 자료사진.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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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만인만인08.hwp

덧붙이는 글 | 만인만인 8호와 교원평가에서 학생만족도 조사지 일부를 첨부합니다.



태그:#마지막 수업, #기간제 교사, #계약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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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지, 헌옷, 고물 수거 중 하루하루 살아남기. 콜포비아(전화공포증)이 있음. 자비로 2018년 9월「시(詩)가 있는 교실 시(時)가 없는 학교」 출간했음, 2018년 1학기동안 물리기간제교사와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임, 책은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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