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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청년유니온은 '고객님 10분만 쉬어도 될까요?'라는 주제로 9월부터 매주 콜센터 노동자의 근무환경을 개선과 감정노동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한 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콜센터 노동 사례를 모아서 사례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릴레이 인터뷰는 콜센터 노동자의 사례집 발간을 위해 시작됐다. 콜센터 노동자 릴레이 인터뷰 연재를 통해 많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 기자 주

부산 고객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 LG U+ 고객센터앞 기자회견 부산 고객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이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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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1일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의 한 청년 노동자가 회사의 노동 실태를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와 관련해 지난 주 LG유플러스 부산콜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니 내가 일하는 부산청년유니온으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LG유플러스에서 일하는 직원인데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저녁 시간 부산 시내의 한 커피숍에서 한석(가명, 남)씨와 만나기로 했다. 약속시간은 정할 수 없었다. 퇴근시간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그날 실적에 따라서 바뀐다며, 근무가 끝나는 대로 전화 주겠다고 했다.

"많이 기다리셨죠? 제발 제시간에 퇴근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인 약속을 잡을 수가 없어요."

그와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한석씨는 기술상담직을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이 회사를 찾았다. 면접과정에서 영업 업무에 대한 언질은 있었지만 영업이 주 업무인 줄은 몰랐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업무는 요금 관련, 서비스 장애해결 관련, 서비스 해지 관련 업무로 나뉘어져 있는데, 한석씨는 이곳에서 서비스 장애를 해결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인터넷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고객을 대상으로 원격제어 등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이다.

하지만 이건 주 업무가 아니다. 실제는 70% 이상이 상담이 아닌 영업이라고 했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는 부서와 상관없이 모든 직원들에게 상품판매 할당을 주고 경쟁시키는 구조로 운영된다고 한석씨는 주장했다.

"팀별로 할당된 실적 양이 있어서 팀원 중에서 영업을 잘하는 사람들을 별도로 뽑아서 전화를 돌리게 해요. 오전에 잠시 상담전화를 받고 있으면 팀장님이 '이제 전화 좀 돌려보지' 하고 영업전화를 하게 하는 식이에요. 퇴근 시간도 없어요. 그날 팀이 맡은 실적을 다 처리하지 못하면 퇴근이 늦어지죠. 실적을 다 채워도 다른 팀에 비해서 적으면 더 남아서 일해야 해요. 그러다 보면 퇴근시간이 6시 30분경부터 9시, 10시까지 천차만별이에요."

자살 사건 이후 과연 회사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LG유플러스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씨에스원파트너는 전국에 5개(경기도 2곳, 부산 2곳, 전주 1곳)의 센터를 가지고 LG그룹의 통신부문 중 유선분야(인터넷, 전화, IPTV)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에만 12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측이 회사 지분의 100%를 가지고 있다.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 직원의 자살 사건 이후 LG유플러스 측은 '협력업체의 일'이라고 하면서도 "이번 사안에 대한 조사를 통해 문제점이 발견되면 개선토록 할 것"이라 밝혔다. 그리고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근무환경 개선과 복지향상 등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자발적으로 남아서 일하는 거야? 강요한 적 없는 거야? …대답 안 해?"

그 일이 있고 나서 팀장이 직원들에게 일일이 확인을 했다. 졸지에 '자발적인 잔업'임을 확인해 주어야 했다. 회사 앞에서 열리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과 설치기사들의 파업 때문에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영업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걱정이 되는지 팀장들은 채팅창을 통해 직원들에게 이런저런 당부를 하기도 한다.

월급은 기본급 110만 원 정도에 상여금 20만~30만 원, 야근수당, 콜수와 기사를 부르지 않고 장애를 해결한 건수로 책정되는 인센티브, 영업 인센티브로 구성된다. 그중에서 영업실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제일 크다고 했다. 인센티브 책정이 워낙 복잡해서 정확하진 않지만 한석씨가 월급을 제일 많이 받은 때는 360여만 원 정도. 한 달에 40여 개 정도의 인터넷 가입 실적을 올려야 가능한 월급이다.

실적이 한두 건이면 기본급에 상여금, 야근수당 등을 합쳐 20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야근수당은 다음 달이 아니라 두 달 후 지불되는데, 정확한지 계산이 안 된다고 한다. 어떤 때는 법정 잔업시수 50시간을 초과하기도 해 적당히 줄여 보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건 개인별로 사용하는 전화기가 있으니 통화내역만 조사하면 잔업시수가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어요. 그러면 (법을 어겼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확인을 안 하는 거예요."

회사는 3중 경쟁 구조로 직원들의 실적을 강요했다. 퇴근시간, 회식비 등을 놓고 하는 팀별 경쟁. 개인에게도 할당과 인센티브를 주고, 센터별로도 할당을 주고 인센티브를 준다. 잘하면 잘할수록 할당량은 늘어나고 경쟁도 심해진다. 실적에 따라 월급이 늘어나지만 그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매일 출근시간이면 할당량이 주어지고, 채팅창을 통해서 매시간 채근당하고, 실적을 채우기 전엔 퇴근까지 미뤄야 하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거 안 바라요, 정시 퇴근만 시켜주세요

콜센터 감정 노동자 처우개선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 콜센터 감정 노동자 처우개선 캠페인 콜센터 감정 노동자 처우개선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 이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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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 한석씨는 항상 10분을 채우나?
한석씨 : 복귀ㅠ 죄송합니다ㅠ 화장실.
팀장 : 화장실 갈 때마다 9분 59초에 복귀다. 앞에 시간도 그렇고 10분 꽉 채우지 말자.
한석씨 : 지난번도 지금도 배탈이 나서 화장실을.
팀장 : 장 관리는 본인이 잘 해야지.
한석씨 : 죄송합니다.

한석씨는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 10분을 꽉 채웠다며 팀장님이 채근하는 채팅창 사진이었다. 화장실 이용시간이라 해야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정도지만 이마저도 10분을 꽉 채우면 팀장님이 채팅창에서 공개적으로 무안을 준다고 한다.

실적이 적은 달에는 점심시간도 줄어든다. 10여 분 만에 점심을 해결하고 전화기 앞에 앉아서 영업전화를 돌린다. 휴게시간은 꿈도 꿀 수 없다. 점심시간만이라도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같이 입사한 동기들 중에서 남아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교육 마치고 현장에 투입되면 거의 절반이 그만두게 돼요. 2년이면 대부분이 그만두죠. 저도 항상 고민이에요. 일하는 사람들 모두 고민이죠. 가정이 있는 사람이면 그만두지도 못하고 괴롭죠. 동료들 중에서 회사를 노동청에 고발한 적도 있어요. 노동청에서 실사를 나온 적도 있지만, 적발된 걸 본 적은 없어요. 회사가 누구보다 노동법을 잘 알 테니, 빠져나갈 구멍을 다 맞춰 놓나 봐요.

노동조합이 필요하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개인별로 팀별로 센터별로 경쟁하는 구조라서 직원들이 뭉치기가 힘들어요. 그냥 그만두고 말죠. 요즘엔 그만두는 것도 마음대로 안 되기도 해요. 퇴사자들이 워낙 많으니까. 회사에서는 한 달에 퇴사할 수 있는 인원을 팀별로 정해놔요. 퇴사를 시켜주지 않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 그냥 회사를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영업을 잘하는 직원이 그만두면 1주일 쉬다가 나오라고 하면서 달래고 회유하죠. 저희가 제일 원하는 게 정시 퇴근이에요. 다른 거 안 바라요. 영업을 시켜도 좋아요. 정시에 퇴근만 시켜줬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 성적에 따라서 학교 급식의 순서를 정해서 지탄을 받은 학교가 있었다. 학생들의 권리를 가지고 경쟁을 시키는 천박한 경쟁사회의 현실이다. 그런 경쟁 속에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없다.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 아닌가? 퇴근시간으로 경쟁을 붙이는 회사에서 노동자의 권리는 어디에 있을까? 한 노동자의 죽음 앞에 회사는 문제점을 고치기보다 직원들의 입단속만 주문한다. 부당한 현실은 여전한데 한 노동자의 절규는 잊히고 있다.

LG유플러스 "근무환경 파악중... 개선해 나갈 것"

이러한 부산청년유니온의 문제제기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고객센터 상담사 근무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파악 중이고 문제가 확인되면 개선해 나갈 것"이라면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확인해서 답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태그:#청년유니온, #LG U+, #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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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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