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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016년 7월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사드(THAAD)관련 현안보고를 한 후 여야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016년 7월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사드(THAAD)관련 현안보고를 한 후 여야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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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사드 배치가 국가와 국민에 중대한 부담을 주는 조치인가라는 부분인데 사드 운영에 드는 비용 1조 5000억, 그렇지요? 1조 5000억은 전액…."
한민구: "미군 부담입니다."
정진석: "미군 부담이고 우리는 부지만 제공하는 거니까 우리가 부담하는 비용이 1조 5000억보다는 훨씬 못 미치는 그런 비용이 되겠네요?"
한민구:  "당연히 그렇습니다."
정진석: "그러니까 우리가 부담하는 비용은 대체적으로 얼마 정도로 추산할 수 있습니까?"
한민구: "부지 성격에 따라서 비용이 달라지는데 저희들은 아직 부지 발표를 지금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결정해 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그것은 그렇게 많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지난해 7월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비용 문제와 관련해,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정진석 의원이 "사드 운영에 드는 비용 1조 5000억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질문에 "전액 미군이 부담한다"고 '자신있게'답했다.

그랬다. 박근혜 정부는 이제까지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도입'이 아니라 주한미군의 '배치'이기 때문에 SOFA(재한 미국군대의 관할권에 관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협정, 약칭 한미행정협정)의 "한국에 배치되는 미군 전력에 대해 한국 측은 부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미국 측은 전력 전개와 운영·유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사드 배치와 관련한 부지를 제공하는 것 외에 한국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없으며, 운영 비용은 주한미군이 부담한다"고 강조해왔다.

사드 배치에 따른 추가 부담이 없기 때문에 헌법 60조의 국회 비준권(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국회 비준도 거부해왔다.

그런데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27일(현지시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그 비용을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로 추산했다.

트럼프 "사드 비용 내라고 한국 측에 통보했고 이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그 비용을 10억 달러(1조1천300억원)로 추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그 비용을 10억 달러(1조1천300억원)로 추산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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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며 "그것(사드)은 10억 달러 시스템이다. 매우 경이롭다. 미사일을 하늘에서 바로 격추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이날 사드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옮긴 것이다.

"사드 시스템에 관해서는요. 그게 10억불짜리예요. 그래서 제가 '왜 우리가 비용을 지불하지? 왜 10억 불을 지불하냐고? 우리가 (한국을) 방어하는 거 잖아. 왜 10억불을 내냐고?'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한국에게 당신들이 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통보했지요.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거잖아요. 왜 우리가 10억불을 지불합니까? 사드가 10억불짜리 시스템이라니까요. 대단한 거지요. 사드는 대단한 장비예요. 하늘에 있는 미사일을 쏠 수 있거든요. 그리고 한국을 보호하고, 저는 한국을 보호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한국이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한국은 이해했습니다.("On the THAAD system, it's about a billion dollars. I said, 'Why are we paying? Why are we paying a billion dollars? We're protecting. Why are we paying a billion dollars?' So I informed South Korea it would be appropriate if they paid. Nobody's going to do that. Why are we paying a billion dollars? It's a billion dollar system. It's phenomenal. It's the most incredible equipment you've ever seen - shoots missiles right out of the sky. And it protects them and I want to protect them. We're going to protect them. But they should pay for that, and they understand that.")"

미국 대통령이 직접 한국 정부의 뒤통수를 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통보는 지난 해 7월 8일 한미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한 데 이어 올해 3월 6일에 사드 발사대 2기 배치, 4월 26일에 핵심장비인 X밴드 레이더 배치 등의 과정을 거쳐온 사드 배치의 근간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와 구 새누리당을 비롯한 사드 배치론자들의 주장의 기본 토대가 바로 '비용의 미국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을 포함해 어떤 방식이로든 결국 한국에 사드 비용을 부담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일축해왔다.

이철희 의원 "사드 배치론자들의 핵심근거가 허물어지는 것"

지난 26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장비를 실은 트레일러가 들어가고 있다.
 지난 26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장비를 실은 트레일러가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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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은 "사드 배치론자들 주장의 핵심근거가 허물어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때문에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라는 액수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거론했다는 점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국회 비준 주장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이같은 의중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지난 16일 백악관의 한 외교정책 고문이 사드 배치 완료와 운용 시점과 "진행 중에 있지만 솔직히 그들(한국)이 대통령을 뽑을 때까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차기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뤄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날에도 사드가 "단기간에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배치시점을 대선 이후로 특정했다. 그럼에도 26일 새벽에 전격적으로 X밴드레이더가 성주에 배치됐고, 트럼프 대통령의 '10억 달러'발언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에 대해 미국의 MD(미사일방어체계)전략과 사드 문제를 계속 추적해온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트럼프는 사드 배치를 서두를 의사가 별로 없었으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 쪽에서 빨리 배치하자고 졸랐고, 그러자 트럼프는 한국에 10억 달러를 내라고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5월 9일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되돌리 못하게 미리 대못을 박아놓으려 한 황교안 권한대행 등의 조급증이 '사업가 트럼프'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이 실제 10억 달러를 한국에 부담시키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내년 예정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겨냥한 사전포석인지는 아직은 불분명하다. 하지만 적어도 1조원을 훨씬 상회하는 사드 운영 비용을 주한미군이 전액 부담한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는 '헛된 희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진 뒤 외교부와 국방부는 "미 측으로부터 관련 사실에 대해 통보받은 바 없다"면서 "우리 정부는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측이 부담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사드 문제와 관련된 계속된 말바꾸기로 신뢰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태그:#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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