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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서초사옥 앞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주주총회 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황상기(마이크를 든 사람)씨가 발언하고 있다.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서초사옥 앞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주주총회 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황상기(마이크를 든 사람)씨가 발언하고 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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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업장에서 일하다 희생된 사람, 암에 걸려 죽고 가족들은 망해갑니다."

황상기씨가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 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황씨의 딸인 황유미씨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지난 2007년 3월 백혈병으로 숨졌다.

딸이 숨진 후 10년이 넘게 삼성과 싸웠던 그의 목소리는 단호한 결기가 묻어났다. 연설 문장이 다소 맞지 않고, 명확하지 않은 발음도 많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히 전달됐다. 삼성이 백혈병 사망 노동자에게 책임을 지라는 것.

"삼성 이재용, 문제 잘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후속조치 안해"

황씨는 "삼성 사업장에서 일하다 희생된 사람들, 암에 걸리고 죽고 가족들은 망해가는데, 삼성 이재용은 지난 2014년, 2015년 국회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잘 해결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지만 그 이후 후속조치를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삼성 수뇌부들은 아침에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이걸(농성장) 다 보고 귓구멍으로 다 들으면서 이런 문제를 하나도 언급 안한다"며 "이런 기업이 등쳐먹는 것을 계속 방치한다면 법원이 있어야 할, 존재 가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씨는 또 용인 에버랜드 땅값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황씨의 발언에 이어 반올림과 삼성노동자인권지킴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삼성은 여전히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며 "범죄 없고 투명한 삼성으로 거듭나고, 약속했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그 시작은 이재용을 모든 직위에서 해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이었지만, 기자들은 많지 않았다. 주총이 열리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기자실이 꽉 들어찬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기자회견을 끝까지 지켜본 기자는 2명 뿐이었다.

같은 시간, 삼성전자 주총은 주주들의 박수 속에 안건 통과

이상수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오늘 기자회견은 5개 언론사 정도가 왔었는데, 대부분 사진만 촬영하고 가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격적인 행사를 하는 것보다는 언론사들이 덜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3.23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3.23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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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삼성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49기 주주총회는 무난하게 마무리됐다.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선임, 발행주식 액면 분할 등 4개 안건은 무리 없이 통과됐다. "안건에 대해 박수로 통과시킬 것을 제안한다"고 먼저 손을 들고 나온 주주도 있었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회장이 새롭게 선임될 이사에 대해 설명하자 한 주주는 "어차피 짜고 치는 고스톱인데, 빨리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자"고 건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실적(매출 239조 5800억, 영업이익 53조 6500억)을 기록하고, 주주 배당을 늘린 상황에서 열린 주총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권 회장은 "회사 임직원 모두 철저한 준비와 도전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중장기 성장 기반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주주 여러분과의 소통 강화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태그:#삼성 백혈병, #삼성전자, #주주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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