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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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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
 옥영경
 한울림
 2019.6.27.

 
아이들은 보는 대로 배운다는 의미에서, 또한 가르치는 대로만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아이들은 어떤 공간에 있건 배운다. (118쪽)

요즈음은 서울이든 시골이든 학교가 매우 달라졌다고 합니다. 서울에서도 학급에 스물이나 서른만 있곤 하며, 학년마다 반도 그리 많이 두지 않는다고 해요. 시골에서는 더더구나 학급이며 학년이 작습니다. 예전에는 학교마다 콩나물시루처럼 가득 채우고 빈틈이 없었다면, 요즈음은 빈 교실이 넘치면서 이곳을 동아리칸이라든지 여러모로 달리 쓴다고 해요.

고흥 어느 면소재지 초등학교는 서른이 안 되는 전교생 모두가 탈 수 있는 자전거를 마련했고, 피아노를 여덟 들이고 온갖 악기를 고루 갖추었다고 합니다. 다만 이처럼 조그마한 학교에 갖은 시설을 두루 갖춘다고 하더라도 중학교에 접어들면 대학입시에 맞추고,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입시하고 취업 사이에서 한쪽을 고른다지요.

그래도 초등학교에서는 입시보다는 교육을 앞세우니 한결 나은 셈일까요. 아니면 중·고등학교로는 이어가지 못하고 초등학교에만 맴도는 교육인 셈일까요.
 
'입시'는 특정인을 선발해야 하고, '교육'은 보편에 대해 다루는 것이다. 입시는 선별이고, 교육은 포용이다. 입시는 경쟁이지만, 교육은 너그러움의 문제라고도 하겠다. (12쪽)

충북 영동에서 어느덧 스무 해 넘게 '자유학교 물꼬'를 일구어서 이끄는 길잡이인 옥영경 님이 이녁 아이하고 살아온 나날을 갈무리한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옥영경, 한울림, 2019)를 읽었습니다. 옥영경 님도 이녁 아이도 스스로 가르치고 배우고픈 길이 있기에 멧골자락 배움터에서 즐겁게 하루를 누렸다고 해요.

아이는 나중에 대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키우면서 자유학교를 떠나 제도권학교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제도권학교에서 만만하지 않은 겨룸판을 치러야 했을 텐데, 어느새 이 울타리를 넘어서서 스스로 배우고 싶은 길에 새롭게 선다고 합니다.

길잡이요 어버이인 옥영경 님이 갈무리한 책에 붙은 이름이기도 합니다만, "내 삶은 내가 살"고 "네 삶은 네가 살"아갑니다. 어버이는 어버이대로 태어나고 삶을 꿈꾸면서 사랑합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자라고 살림을 그리면서 사랑하지요.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쓰는 것 역시 뭘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을 쓰는 것이다. 나아가서는 해야만 할 말을 쓰기도 할 테고. 우리는 못 배워서 못 쓰는 게 아니다. 못 읽어서 못 쓰는 것도 아니다. 쓰지 않았던 것이다. (167쪽)

무엇을 배울 만할까요. 무엇을 가르치며 즐거울까요. 무엇을 배우기에 함박웃음을 지을까요. 무엇을 가르치기에 노랫가락처럼 신나는 목소리가 될까요.

멧골에 깃든 숲배움터 '물꼬'는 자유학교라는 이름을 씁니다. 모름지기 학교라 하면 자유롭게 가르치거나 배우는 길을 걸어야 한다는 뜻일 테지요. 이 자유학교는 멧골에, 이른바 숲에 있습니다. 참말로 학교라 하면 숲에서 태어나 자라는 숨결을 늘 마주하면서 스스로 새롭게 하루를 짓는 길을 누려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숲에서 스스럼없이 스스로 배우는 길을 가는 물꼬는 손수 씨앗을 심어 손수 가꾸어 손수 누리는 살림길도 걷는다고 해요. 책으로 머리를 살찌울 뿐 아니라 몸으로 마음을 살리는 길을 나아갈 적에, 더없이 빛나는 배움마당이 된다고 합니다.
 
소리가 새나가지 않도록 빈틈없이 꾸민 노래칸(음악실)에서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켜도 좋으리라. 그런데 이보다는 나무 곁에서, 풀밭에 맨발로 서서, 숲 한복판에서, 바닷가에서, 들판에서, 어버이나 어른이 일하는 마당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노래하고 신나게 악기를 켤 수 있다면 한결 즐거우면서 새롭게 배우리라 느낀다.
 소리가 새나가지 않도록 빈틈없이 꾸민 노래칸(음악실)에서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켜도 좋으리라. 그런데 이보다는 나무 곁에서, 풀밭에 맨발로 서서, 숲 한복판에서, 바닷가에서, 들판에서, 어버이나 어른이 일하는 마당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노래하고 신나게 악기를 켤 수 있다면 한결 즐거우면서 새롭게 배우리라 느낀다.
ⓒ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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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시간이다! 떼쓰는 아이들한테도 마찬가지. 시간을 들이면 제풀이 꺾이기도 하고, 시간이 들어가면 다른 것에 관심이 생기기도 하고, 시간을 들여 설명하고 이해시키기도 하고 …… (217쪽)

배움책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뚜렷합니다. 앞으로는 제도권학교이든 자유학교이든 대안학교이든 우리집학교이든 홀로서기(자유), 숲(자연), 살림(먹고 입고 자는)을 고르게 다루고 슬기롭게 나누며 사랑으로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가려뽑는 입시를 없애면 좋겠습니다. 배우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배울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요. 들어가는 문턱을 가리는 틀이 아닌, 나오는 숨결을 살피는 길이 되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대학교에 들어가도록 하되, 마치려면 다시 말해 졸업장을 얻으려면, 이때에 메우 깐깐하게 시험을 치르도록 하면 되겠지요.
 
그건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와 함께 겪을 수 있는 생의 신비이기도 했다. 또 다른 내 한계를 보게 되고, 나를 연민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나아가 사랑하게 되는 …… (253쪽)

살아남도록 길들이는 학교가 아니기를 빕니다. 어깨동무하면서 함께가는 길을 그리는 학교로 거듭나기를 빕니다. 더 큰 건물과 더 많은 시설을 들이는 학교이기보다는, 고스란히 숲이 되면서 스스로 살림꽃을 익히는 배움길인 학교로 나아가기를 빕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태그:#마음을 읽는 책, #배움책,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 #옥영경,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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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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