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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안에 있는 여러 동네를 합리적인 비용과 짧은 시간을 투자해 돌아볼 수 있는 '마을여행'은 어느덧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지역 전문가의 맛깔 나는 해설을 따라 코스를 걷다보면, 동네 곳곳에 자리한 명소들이 시야를 가득 채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속에 담겨진 역사적 사실과 숨겨진 이야깃거리를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변을 대표하는 먹을거리와 문화체험까지 함께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서울의 북쪽인 도봉구 방학동에는 유서 깊은 역사문화자원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간송옛집부터 정의공주 묘, 연산군 묘 등은 도봉구의 대표 명소인 동시에 문화적 가치가 숨 쉬는 곳으로 손꼽힌다.

이러한 역사유적을 통해 한글과 도봉구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엮어낸 투어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바로 도봉구에서 활동하는 독립서점 '도도봉봉'에서 기획하고, 마을 해설사가 진행하는 '무릉도봉' 투어다. 개발제한 구역으로 지정돼 옛 마을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방학동 코스를 돌며 '도시인들이 진정으로 힐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일제강점기 문화재 수호자였던 간송 전형필 선생이 거주했던 '간송 옛집'
 일제강점기 문화재 수호자였던 간송 전형필 선생이 거주했던 "간송 옛집"
ⓒ 김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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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는 간송 옛집에서 시작한다. 간송 옛집은 일제 강점기 우리 문화재를 지켜낸 간송 전형필 선생이 생전에 거주한 곳이다. 비록 한국전쟁 때 훼손되었지만, 전형필 사후에 종로의 본가에서 나온 자재들을 활용해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될 수 있었다.
 
 2012년 국가등록문화재 제521호로 지정된 '간송 옛집' 내부
  2012년 국가등록문화재 제521호로 지정된 "간송 옛집" 내부
ⓒ 김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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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100여 년 된 전통 한옥의 건축적 가치를 인정해 이곳을 지난 2012년 국가등록문화재 제521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현재는 관광객은 물론 인근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연 장소로 활용되고 있으며, 간송의 얼과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세종대왕 훈민정음 창제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정의 공주의 묘역
 세종대왕 훈민정음 창제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정의 공주의 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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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옛집을 나와 쭉 걸으면 마치 도심을 벗어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골목길을 지나 숲속 오솔길을 오르면 정의공주의 묘역이 나타난다. 세종의 둘째 딸로 알려진 정의공주와 부마 안맹담 부부가 잠들어있는 문화재다. 정의공주는 총명한 기질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 크게 기여했다고 '죽산안씨대동보'에 전해진다.
 
영화 '왕의 남자' 이후 공개된 연산군 묘역
 영화 "왕의 남자" 이후 공개된 연산군 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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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공주 묘로부터 5분 거리에는 조선시대 폭군의 상징이라 불리는 연산군의 묘역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으나, 영화 <왕의 남자> 이후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아지자 개방하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 연산군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로 알려져 있는 방학동 은행나무
 서울에서 두 번째로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로 알려져 있는 방학동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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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 묘역에서 내려다보이는 자리에는 거대한 고목(古木)이 우뚝 서 있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로 알려져 있는 방학동 은행나무다. 과거 인근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뿌리가 육중한 콘크리트 담장에 눌려 수맥이 끊기고 병들어가고 있었으나, 환경운동가를 비롯한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와 시위로 나무를 지켜냈다고 한다.
 
도봉구 지역주민들의 쉼터, 원당공원
 도봉구 지역주민들의 쉼터, 원당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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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옆 넓게 펼쳐진 공원으로 가보면 고즈넉한 정자와 푸르른 잔디밭이 어우러진 지역 주민들의 쉼터를 만날 수 있다. 이 공원은 과거 파평윤씨의 세거지였던 원당마을의 이름을 따 '원당공원'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최근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등 샘 주변의 정비사업을 통해 정자와 잔디밭이 조성되었다. 동네 주민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에게도 편안한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수공예품 만들기 체험으로 마무리되는 '무릉 도봉 투어'
 수공예품 만들기 체험으로 마무리되는 "무릉 도봉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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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폐허로 방치된 집을 생태 공동체로 변화시킨 마을 공동체 '숲속애'. 이곳은 아이들의 자연 놀이터, 천연염색 체험장, 양말을 활용한 인형 만들기, 지역 주민들을 위한 바비큐 파티, 한여름 밤의 야외 영화관 등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과거 이 집은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 무허가 텃밭, 쓰레기 불법 투기 등으로 버려진 곳이었으나, 공간재생 사업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투어는 숲속애에서 수공예품 만들기 체험을 하면서 종료된다.

계절의 색을 덧입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볼 수 있다는 것과 투어 내내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전달하는 전문 해설가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무릉도봉'의 최대 장점이라 할 만하다. 중장년층에게는 마을을 거닐며 어린 시절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주말 나들이를 계획 중인 가족들과 아이들에게는 역사문화탐방의 시간이, 연인들에게는 아름다운 정경 속에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투어는 15인 이상 단체로 진행되며, 자세한 내용은 도도봉봉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dodo_bongbong) 다이렉트 메시지(DM)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

태그:#무릉 도봉 투어, #마을여행, #도봉구, #간송 옛집, #정의공주 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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