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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에서 통일운동을 벌이고 있는 대전청년회 회원 6명이  후쿠오카 조선학교와 자매결연을 위해 지난 달 27일 후쿠오카조선학교로 달려갔다.
 대전지역에서 통일운동을 벌이고 있는 대전청년회 회원 6명이 후쿠오카 조선학교와 자매결연을 위해 지난 달 27일 후쿠오카조선학교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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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조선학교 정문 앞에서 그를 만났다. 변호사 기요다 미키씨다. 그는 지난 2014년부터 후쿠오카조선학교 고교 무상화를 위한 재판을 맡아 돕고 있다.

후쿠오카 조선학교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곧바로 2시간여 동안 대전청년회 방문단(대표 김원진)과 간담회가 이어졌다. 대전지역에서 통일운동을 벌이는 대전청년회 회원 6명은 후쿠오카 조선학교와 자매결연을 위해 지난달 27일 후쿠오카 조선학교로 달려갔다. 후쿠오카조선학교에는 유치부 외에 초급부 50명, 중급부 45명, 고급부 41명 등 136명이 다니고 있다.

조선학교(우리학교)는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 조선인 자녀들에게 우리 말과 우리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중국 조선족 자녀를 비롯, 한반도(조선반도) 출신 자제라면 국적을 불문하고 입학이 허용된다. 후쿠오카조선학교의 경우 조선적이 50% 정도이고 나머지는 한국과 일본 국적이다.

일본 정부는 '공립 고등 학교 수업료 무상화와 고교 취학 지원금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적과 관계 없이 중국학교를 포함, 일본 내 모든 외국인학교가 포함된다. 하지만 조선학교만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조선학교는 북한과 가까운 조선총련이 교육 내용과 인사, 재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유로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시킨 때문이다.

"조선학교 다니러 초급생 때부터 기숙사 생활하기도"

기요다씨가 후쿠오카 조선학교에 대해 소개했다.

"한반도(남북한)에 뿌리를 둔 아이들이 국적을 꺼리지 않고 다니고 있습니다. 일본 국적 학생도 있어요. 하지만 규슈 지역 전체에서 조선중고등학교는 여기뿐입니다. 초급학교도 이곳을 포함해 후쿠오카현에 두 곳뿐입니다. 학생 수 감소로 문을 닫았죠.

따라서 약 300Km가 떨어진 가고시마에 사는 재일조선인 가정의 자녀들이 조선학교에 다니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하숙 또는 기숙사 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부모들은 재일조선인으로 당당히 살아주길 원하는데 규슈에서 조선 말과 민족교육을 받을 수 있는 조선학교는 후쿠오카에만 있으니까요. 여기 후쿠오카 조선학교에는 유치부도 있는데 유아교육 무상화 대상에서도 제외됐습니다."   그는 이러한 조치들이 "일본 정부의 재일조선인 사회에 대한 공격이자 차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 자민당 정부를 누르고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자 '고교 등록금 무상화'가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후쿠오카 조선학교 내 규슈 고급학교(아래 고등학교)를 비롯해 우리 학교에 다니는 전국 고등학교는 고교무상화 대상 학교에서 제외됐습니다.

명백한 헌법위반입니다. 식민 지배 시대부터 이어지는 재일조선인 사회에 대한 공격이자 차별입니다. 당시 학생들이 원고가 됐고, 2013년 12월 후쿠오카지방법원에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은 패소했습니다."

이때부터 대전청년회원들의 질문이 시작됐다.

"자기 역사 가르치는 게 부당한 지배... 헌법 위반"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재판을 돕고 있는 기요다 미키 변호사(가운데)와 대전청년회 방문단이 후쿠오카조선학교 회의실에서 간담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통역을 한 주영덕씨(오른쪽 두번째)의 두 자녀는 후쿠오카조선학교를 다녔고 국가배상청구소송의 원고다.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재판을 돕고 있는 기요다 미키 변호사(가운데)와 대전청년회 방문단이 후쿠오카조선학교 회의실에서 간담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통역을 한 주영덕씨(오른쪽 두번째)의 두 자녀는 후쿠오카조선학교를 다녔고 국가배상청구소송의 원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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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심 법원이 일본 정부 측 손을 들어준 이유가 뭔가요?
"조선인총연합의 조선학교에 대한 부당한 지배가 있었다는 게 이유입니다. 하지만 조선학교의 역사를 안다면 이상한 판결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조선학교는 일본 정부 지원 없이 재일조선인들의 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재일조선인들의 모임인 조선총련의 도움을 받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학교는 마음 놓고 자신의 조선 이름을 말하고 조선어로 배우고, 조선 역사를 배우며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장소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강제로 강요하진 않습니다. 자기 역사를 배우는 게 당연한데 이를 '강요에 의한 부당한 지배'라는 판결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우리 학교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은 없나요?
"한국 정부의 지원은 없습니다. 정부 지원은 없지만, 부산의 시민단체 등 민간교류는 전보다 늘어났습니다."

이때 통역을 하던 재일교포인 주영덕씨가 자기 의견을 보탰다.

"전에 문재인 대통령께서 일본에 방문했을 때 우리 학교를 방문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문도 하지 않았고 언급도 없었습니다. 좀 섭섭했습니다."

주씨의 두 자녀는 후쿠오카 조선학교를 다녔고 국가배상 청구 소송의 원고이기도 하다. 기요다씨와 간담회가 이어졌다.

"일본 재판부, 조선학교 현장 방문 요청 번번히 거부"
 
대전청년회원들이 후쿠오카 조선학교에서 후쿠오카조선학교 고교 무상화를 위한 재판을 돕고 있는 기요다 미키 변호사와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대전청년회원들이 후쿠오카 조선학교에서 후쿠오카조선학교 고교 무상화를 위한 재판을 돕고 있는 기요다 미키 변호사와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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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시민들도 조선학교에 대해 알고 있나요?
"잘 모릅니다. 자신의 마을에 우리 학교가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르면서 '강요에 의한 부당한 지배가 있다'는 일본 정부의 말을 믿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일본 정부의 말만 믿고 조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공격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 후쿠오카 조선학교 학생들도 공격당한 일이 있나요?
"직접적인 공격은 없습니다. 다만 얼마 전 오리오(折尾) 전철역 앞에서 극우단체 회원들이 '치마저고리 못 입게 한 것은 잘한 일이다'라고 연설하는 것을 직접 들었습니다. (후쿠오카 조선학교가 있는 곳에 오리오 지역이고 학교 앞에 오리오 전철역이 있다-기자 주)"

- 후쿠오카 고등법원의 판결 전망은요?
"헌법학자들이 협력해 2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기회균등 등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점을 증명하려고 합니다. 재판부에 후쿠오카 조선학교를 방문해 직접 확인해 보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 어디에서도 재판부가 조선학교를 방문한 적이 없습니다."

- 한국 시민들의 어떤 지원을 했으면 하는지요?
"이렇게 조선학교를 찾아 주는 것 자체가 힘이 되고 기쁜 일입니다. 한국에 돌아가 주위에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 차별에 대해 알려줬으면 합니다. 만약 승소하면 일본 사회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겁니다. 설령 패소한다 하더라도 (실상을 알린다면)여러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나아가 정책을 바꾸는데 기여할 겁니다."
 
후쿠오카를 방문한 대전청년회 방문단과 교감 선생님과 재학생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후쿠오카를 방문한 대전청년회 방문단과 교감 선생님과 재학생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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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다씨는 어떤 연유로 조선학교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일까?

"고등학교 때 친구가 조선학교에 다녔습니다. 조선학교와 재일 조선인 동포들의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변호사 일을 하면서 조선학교 얘기를 들을 때마다 친구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제외는 친구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나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좌담회 말미에 한일 무역갈등과 관련한 한국 시민들의 의견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러면서 일본 시민들의 의견도 소개했다.

"정부 간 갈등이 있더라도 민간교류는 계속 해야 한다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다만 일본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부 간 갈등의 근본 원인에 대해 인식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 토대에 기초해 교류하는 게 필요합니다. 일본도 역사 교육,언론 보도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틀린 것은 틀렸다고 하고, 사죄할 것은 사죄하는 게 어른들끼리 관계라고 봅니다."

대전청년회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후쿠오카조선학교와 교류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태그:#후쿠오카조선학교, #고교무상화, #기요다 미키, #아베 정부, #한일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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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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