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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8일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사회경제 개혁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을 발표하여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그 후 1년 4개월이 지나는 동안 문재인 정부는 담대한 사회경제개혁에 나서기보다 지표 관리와 지지율 유지에 몰두해 왔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에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을 지나며 그동안 추진된 사회경제개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다시 한번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연재 글을 준비했습니다. - 지식인선언네트워크[기자말]
최근 사회복지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풍경은 긍정적인 모습과 부정적인 모습이 극단적으로 교차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긍정적인 모습을 보자. 최근에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결과에 의하면 소득하위 20%인 1분위의 월평균소득이 전년동기대비 4.3% 증가해 2018년 이래 7분기 만에 최고치의 증가율을 보인 반면 소득상위 20%인 5분위의 소득은 전년동기대비 0.7% 증가에 그쳐 전체적으로 분배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인 2018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작년에는 5분위의 소득증가율은 10% 전후에 이른 반면 1분위의 소득증가율은 –10% 전후에 이르렀는데 올해 3분기에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증가율이 역전된 것이다.

이런 소득분배 개선의 흐름을 반영한 것인지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인식도 좋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5월 실시된 2019년 사회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가 좋아졌다고 응답한 사람이 2017년에는 45.9%였는데 올해는 60.8%로 증가한 것이다. 또한, 사회보장 비용납부가 부담스럽다는 응답도 낮아졌다. 즉 국민연금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2009년에는 64.9%였는데 올해에는 55.8%로 크게 내려갔고 건강보험의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는 응답도 2009년 63.7%에서 올해 56.0%로 역시 상당폭 내려갔다.

이러한 사실들에 주목하면 이제 우리 사회에도 사회복지제도가 사람들의 생활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더욱이 올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결과에서 공적이전소득이 1분위의 경우 월평균 26만 원이었지만 5분위의 경우에도 20만 원이어서 우리 사회에도 보편복지가 상당 정도로 실현되고 있고 이런 보편복지를 통해 사회복지가 생활 속에 점차 스며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이런 긍정적인 모습과는 전혀 별개로 보이는 부정적인 모습도 있다. 무엇보다 생활고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작년부터 일어난 사건들을 열거하면 2018년 4월 증평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증평모녀 사망사건, 같은 해 5월 경북 구미시 한 원룸에서 발생한 20대 아빠와 16개월 된 아들의 사망사건, 2019년 1월 서울 중랑구의 반지하 월세방에서 80대 치매노모와 50대 딸이 사망한 사건, 같은 달 서울 화곡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가족 4명 사망사건, 7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일어난 탈북모자 사망사건, 11월 서울 성북구 다세대주택에서 70대 노모와 40대 딸 3명 등 일가족 4명이 사망한 사건, 같은 달 인천 계양구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사건 등으로, 그야말로 생활고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개인적 혜택의 향유로 경험되는 보편복지(?)

소득분배가 개선되고 사회보장제도가 좋아졌다는 응답이 늘고 사회보장비용이 부담된다는 응답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상황이 연출되면서 다른 한편 생활고로 인한 극단적 선택을 감행하는 사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런 현상을 보면서, 보편복지를 통해 생활 속에 뿌리내리는 듯이 보이는 복지가 우리 사회에서 과연 연대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혹은 현 정부가 내세우는 포용복지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에 대한 해답을 조금이라도 찾기 위해 2019년 사회조사결과를 보면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조사결과가 있다. 예컨대 이번 사회조사결과에서 장애인과 연락을 주고받는 등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한다는 응답이 17.9%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7년의 21.4%보다 3.5%포인트 하락한 것이며, 집 근처에 장애인관련시설을 설립해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85.0%였는데 이것은 2017년 93.3%보다 8.3%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보편복지의 확대로 기대하는 정책효과의 하나는 그것을 통해 빈곤층이나 취약계층에게 낙인을 주지 않고 다같이 연대하고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려는 것인데 이런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과연 이런 정책효과가 나타나는 것인지 회의적이다.

또 2019년 사회조사에서는 나의 계층이 상·중·하 중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계층귀속의식도 질문하였는데 이 질문에 대해 자신의 계층이 '중'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58.5%로 2017년의 57.6%보다 소폭 늘었다. 계층이 '중'에 속한다는 응답은 2013년 57.4%보다 늘어난 것이지만 2009년 58.8%와 비교하면 약간 줄어든 것이어서 사실상 큰 변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계층이동가능성에 대한 질문에서는 그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이 2017년 29.5%에서 올해 28.9%로 줄었다. 특히 이는 2009년 48.3%에 비하면 매우 크게 준 것이다. 자식세대의 계층이동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2017년과 마찬가지로 22.7%를 기록하여 매우 낮고 2009년의 37.6%와 비교하면 상당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들을, 비록 치밀한 분석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조합해 보면, 계층고착이 점차 심화해가는 상황에서 자신의 계층적 지위를 그래도 '중' 정도로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절반을 넘어 60%에 가까우며 이들의 이런 생각에 보편복지도 어느 정도 기여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포용을 적극화하거나 계층이동성을 높이는 데까지 나아가게 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보편복지 혜택을 받으면서 사회보장제도가 과거보다 좋아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확연히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한 혜택이 연대나 포용의 제도화에 의한 혜택으로 경험되기보다는 단순한 개인적 혜택 향유의 결과로 경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선별복지는 답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부 보수언론에서 말하듯이 선별적 복지가 해답은 아니다. 생활고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 줄을 잇는다 해서 보편복지보다는 선별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절한 방향이 아니다. 생활고로 인한 극단적 선택은 보편복지를 해서가 아니라 그나마 있는 선별복지마저 제대로 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다.

까다로운 선정절차를 완화하고 빈곤의 책임을 개인과 그 가족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일은 선별복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의 고통을 연대와 포용의 정신으로 사회가 분담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현 정부는 당초 공약대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현 정부는 시간이 갈수록 관료들과 일부 정치인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밀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머뭇거리는 듯 보이는데 노동시장의 변화로 가족의 존재양식도 변화하는 상황에서 일부 부작용을 우려하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미루는 것은 변화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빈곤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소득보장 외에 사회서비스를 크게 확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비록 국민들에게는 당장은 잘 체감되지 않는 것이지만 전달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현 정부는 이미 사회서비스제공에서의 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한 사회서비스원 추진을 밝히고 시범사업 중이며 시설수용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추구하는 커뮤니티 케어도 추진키로 하고 시범사업에 돌입하는 등 전달체계 혁신과 관련하여 적어도 방향은 올바르게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사회서비스원과 커뮤니티 케어는 당초 출발시점에 비해 현재는 상당한 난항을 겪는 것처럼 보인다. 이 두 가지는 현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사회서비스 향배에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 것이지만 지금은 이들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도 부재하고 그런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그것을 만들어 운용할 의지도 현 정부에는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이대로 가면 반드시 실기할 것이고 한국 사회서비스 역사를 후퇴시킨 정부로 평가될지도 모른다.
 
 빈곤노인기초연금연대 회원과 노인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의 기초연금 박탈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청와대까지 행진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 노인들은 매달 25일 기초연금을 받았다가 다음달 20일 생계급여에서는 같은 액수만큼 삭감당하고 있다.
 빈곤노인기초연금연대 회원과 노인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의 기초연금 박탈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청와대까지 행진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 노인들은 매달 25일 기초연금을 받았다가 다음달 20일 생계급여에서는 같은 액수만큼 삭감당하고 있다. 2019.3.29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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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도 표피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 정부도 점차 관료들에게 포획되어 개혁의 길에서 멀어지는 듯 보이지만 시민사회도 적절한 담론과 대안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개혁을 막기 위해 누구든 검찰수사라는 이름으로 거꾸러뜨리려는 것이 검찰의 의도임이 명백히 드러난 지금에도 '조국사태'라는 프레임에 갇혀 불평등의 한 표상에 불과한 세대공정성이니 입시공정성을 거론하는 것은 지나치게 표피적인 접근이다.

또 인구문제를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재정문제를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기술변화를 지나치게 과장하여 인구결정론이나 재정결정론, 기술결정론 등 결정론적 접근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것도 하나의 표피적 접근의 예이다.

이러한 표피적 접근이 복지분야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예가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 주장이다.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기초보장수급자인 노인들에게 주어지는 기초연금에 대해서는 이를 소득으로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기초연금이라는 공적이전소득을 받더라도 이를 소득인정액에 포함하지 말고 따라서 그만큼 생계급여를 삭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실제로는 적용할 수가 없다. 예컨대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들 중에도 기초보장수급자 신청을 하게 되는 노인들이 있는데 그들의 말대로라면 이 노인들이 받는 국민연금급여도 소득으로 불인정하여 자산조사를 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민연금급여는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소득으로 인정해서 자산조사에 포함시키고 그것은 전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만일 기초연금을 소득불인정하게 되면 국민연금도 소득불인정해야 할 것이며 실업급여나 산재보상급여 등의 소득보장급여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저들은 아동수당은 기초보장제도에서 소득불인정하므로 기초연금만 소득인정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말하는데 이 역시 기본도 모르는 주장이다. 아동수당은 자녀양육으로 인한 추가비용을 사회가 분담하려는 것이므로 이를 만일 소득인정한다면 추가비용을 분담한다는 의의 자체가 사라져버린다.

일반적으로 공적을 인정한 급여나 추가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급여는 공공부조에서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고 공제한다. 아동수당도 그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한 저들은 기초연금을 소득인정하게 되면 기초보장수급노인과 차상위노인 간에 격차가 난다고 주장하는데 우리보다 보편적 연금을 일찍이 시행한 서구의 어느 나라에서도 기초연금을 실시해서 그런 형평성 시비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사회복지학계는 사회복지서비스 지방이양에 반대했는데 지금에 와서 돌이켜볼 때 그러한 반대보다는 지방이양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게끔 중앙정부의 부당한 권한을 완화하고 지방의회의 역할을 부당하게 제약하는 불합리한 관행들을 개혁하고 지방정부의 작동을 옥죄는 지방재정법의 불합리한 조항들을 개혁하는 데 더 노력했더라면 하는 반성이 든다.

지금의 시민사회도 혹 이러한 반성할 점이 없는지 끊임없이 되돌아봐야 한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 주장은 노인빈곤 문제를 겉으로 드러난 현상으로만 접근하려는 것이다.

노인빈곤 문제는 기초연금을 소득불인정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기초연금을 소득불인정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연대나 포용이 아니라 개인적 혜택의 향유로서의 복지를 누리려는 것이다. 노인빈곤 문제의 해결을 위한 것이라면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기준중위소득의 현실화를 위해 힘을 합쳐 노력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현 정부는 공식소득자료를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하기로 이미 발표했고 또 가계금융복지조사에 근거하여 계산한 기준중위소득이 현실을 훨씬 더 잘 반영하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복지부는 공식소득데이터를 가계금융복지조사자료로 결정하지 않고 마치 가계동향조사자료도 공식소득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하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작게는 복지부의 이러한 어정쩡한 태도를 비판하고 기준중위소득을 현실화하는 데이터를 사용케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기초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나아가 사회서비스 전달체계를 혁신하는 것이 다가오는 노령사회와 인구절벽시대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길이다.

인구결정론이나 재정결정론, 기술결정론 등 모든 결정론적 접근으로부터 한발 떨어져서 보다 객관적이고 종합적이며 사회학적인 접근을 유지할 때 우리는 표피적 접근의 유혹을 물리치고 연대적 포용적 복지국가를 이룰 적절한 경로를 찾아내어 그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남찬섭 기자는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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