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들어서는 NC 투수 유원상 NC 투수 유원상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레이드파크 야구장에 마련된 스프링캠프로 들어서고 있다.

▲ 캠프 들어서는 NC 투수 유원상 NC 투수 유원상의 모습. ⓒ 연합뉴스

 
지난 1일 NC의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유원상이 3일 만에 재취업에 성공했다.

kt 위즈 구단은 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작년 시즌까지 NC 다이노스에서 활약했던 우완 투수 유원상을 자유계약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한국야구위원회에 내년 시즌 보류 선수 명단 57명을 제출한 kt는 유원상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통산 146경기에서 타율 .224 2홈런 20타점 29득점 6도루를 기록했던 외야수 김진곤에 대한 보류권을 풀었다.

유원상은 현역 시절 명포수 출신이자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NC 다이노스) 등 많은 포수를 길러낸 유승안 전 경찰 야구단 감독의 장남이자 KIA 타이거즈의 내야수 유민상의 형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kt는 한화 이글스, LG트윈스,NC 다이노스에 이은 유원상의 4번째 소속팀이다. 내년이면 어느덧  프로 15년 차가 되는 베테랑 투수지만 여전히 유망주의 이미지가 남아 있는 유원상은 수원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까.

전성기가 짧았던 천안 북일고의 초고교급 투수

천안북일고 출신의 유원상은 2001년의 김태균 이후 5년 만에 등장한 충청지역의 거물신인이었다. 한화는 유원상이 KBO리그 역대 최초로 10억 원의 계약금을 받은 광주동성고의 '괴물' 한기주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유원상에게 5억 5000만 원의 계약금을 안겨줬다(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2006시즌을 지배한 '괴물 신인'은 따로 있었다).

입단 동기 류현진이 프로에 들어오자마자 리그를 정복했던 것과 달리 유원상은 루키 시즌 1군에서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한 유원상은 2010년까지 3년 연속 5승에 그쳤고 같은 기간 28패를 당했다. 가을만 되면 구위가 좋아진다는 의미로 '유전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유원상의 구위가 살아났을 때는 이미 가을야구 경쟁에서 멀어진 후였던 것.

결국 한화는 5억 5000만 원의 계약금을 안겼던 초고교급 투수에 대한 기대를 5년 만에 접기로 했다. 유원상은 2011년 7월 우완 투수 김광수의 반대급부로 좌완 양승진과 함께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김기태 감독이 부임한 2012년 유원상은 58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3세이브 21홀드 평균자책점 2.19를 기록하며 LG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대전에서 선발로 꽃 피지 못한 유망주가 서울에서 불펜 투수로 화려하게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듯했다.

하지만 유원상은 2012시즌의 상승세를 다음 시즌까지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 2013년 LG가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음에도 2승 1패 1세이브 4.78로 주춤한 유원상은 2014년 4승 5패 16홀드 4.37의 평범한 성적에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 야구팬들의 빈축을 사고 말았다. 그리고 유원상은 2014년부터 KBO리그를 강타하기 시작한 '타고투저'의 바람에 휩쓸리고 말았다.

병역 혜택을 받았던 2014시즌 66경기에서 68이닝을 소화했던 유원상은 이후 3년 동안 50경기에서 68.1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그렇게 유원상은 천천히 LG불펜의 주요전력에서 배제되고 말았다. 유원상은 2017시즌 6경기에서 승패 없이 6.1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후 LG의 보호선수 40인에서 제외됐고 그해 11월에 개최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에 지명됐다.

수원에 새 둥지 튼 유원상, kt에서 얻은 4번째 기회 살릴 수 있을까

유원상은 NC이적 후 떨어졌던 구속을 어느 정도 회복하면서 재기를 노렸고 구단에서도 유원상에게 필승조 역할을 기대했다. 실제로 유원상은 시즌 초반 불펜에서 썩 나쁘지 않은 투구를 선보이며 'AGAIN 2012'를 기대케 했다. 하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유원상의 구위도 흔들리기 시작했고 41경기에서 1승 4패 5홀드 6.46에 그치며 LG에서의 마지막 3년과 비교해 크게 나아지지 않은 성적을 올렸다.

유원상은 올 시즌 5선발 후보로 거론되며 한화 시절 이후 8년 만에 선발 복귀를 노렸지만 1번의 선발 등판을 포함해 15경기에서 3패 1세이브 5.23의 성적을 올렸다. 올해 공인구의 반발력이 낮아지면서 투수들의 성적이 전체적으로 좋아졌음을 고려하면 상당히 부진한 시즌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유원상은 친정팀 LG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채 시즌이 끝난 후 3번째 팀 NC에서도 방출되고 말았다.

하지만 유원상이 내년 시즌 '일자리'를 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올 시즌 창단 후 처음으로 5할 승률을 기록한 kt에서 유원상을 자유계약으로 영입했기 때문이다. 물론 유원상은 NC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어느 팀과도 계약할 수 있는 '자유의 몸'이었지만 kt는 유원상을 영입하기 위해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돼 있던 외야수 김진곤을 방출했다. kt에서도 어느 정도의 출혈을 감수하고 유원상 영입을 결정했다는 뜻이다.

kt는 올해 마무리 투수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이대은을 비롯해 주권, 김재윤, 전유수 등 우완 불펜 투수들이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그럼에도 2014년을 끝으로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한 유원상을 영입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얇은 투수진의 선수층을 키워 내년 시즌 본격적으로 가을야구에 도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물론 유원상에게도 kt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부활을 위한 피 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함께 한화에 입단할 때만 해도 유원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계약금(2억 5000만 원)을 받았던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가 돼 수천 억대의 FA계약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올해 6000만원의 연봉을 받은 유원상은 내년에도 그 이상의 연봉을 받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고교 시절 라이벌들(한기주, 나승현)이 모두 예상보다 빨리 현역 생활을 접은 가운데 마지막 생존자(?) 유원상의 부활 여부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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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유원상 류현진 유승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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