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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실제 상담 내용입니다. 자녀가 전쟁 게임이나 FPS게임에 몰두하는 것에 대해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자의 동의를 얻어 상담 내용을 글로 구성하여 공개합니다. 이용석 시민기자는 병역거부를 한 뒤, 출판노동자를 거쳐 현재는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편집자말]
Q. 
자녀와 게임 문제로 엄청 싸우고 있습니다. 요즘 다들 한다는 총싸움 게임을 하는데, 전 아이가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걸 게임으로 하는 걸 이해할 수가 없거든요. 혹시 이런 문제에 대해 아이가 읽을 만한 책이 있으면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게임 문제는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무척 고민이 되는 질문이에요.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보니, 비슷한 고민을 갖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고요. 저는 자식 키우는 입장도 아니고,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게임이 어느 정도로 중요한지 전혀 모르니 제가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비슷한 질문을 여러 번 받아봤으니, 제 나름의 생각을 말씀드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청소년들이 전쟁 게임이나 총으로 사람 죽이는 게임을 하는 것이 걱정하시는 만큼 우려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차근차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게임을 엄청 많이 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 또래의 평균 정도는 했습니다. 시험공부 한다고 모여서는 게임만 하다가 밤 새워본 적도 있고요. 물론 게임만 하고 놀지는 않았습니다. 친구들이랑 축구, 농구, 카드게임, 비디오 게임 가리지 않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게임이 한 편으로는 축구, 농구와 마찬가지로 놀이문화라고 생각을 합니다. 특히 또래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또래문화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졌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청소년들이 성적이나 학교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따로 풀 수 있는 여건이 없다 보니 더더욱 게임에 몰두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게임을 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여건'을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녀들과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과연 게임이라는 매체는 무엇이고, 청소년들 사이에서 게임을 하는 행위는 어떤 의미인지 이해해야 할 필요도 있을 거 같아요. 물론 그렇더라도 '왜 다른 게임도 많은데 전쟁 게임이나 사람 죽이는 게임을 할까?'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 경험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스타크래프트>의 한 장면.  당시 청소년, 젊은이들에게 스타크래프트는 굉장히 대중적인 놀이문화였습니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프로게이머들의 경기 방송을 찾아볼 정도였으니까요. 사진출처: 블리자드 홈페이지
 <스타크래프트>의 한 장면. 당시 청소년, 젊은이들에게 스타크래프트는 굉장히 대중적인 놀이문화였습니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프로게이머들의 경기 방송을 찾아볼 정도였으니까요. 사진출처: 블리자드 홈페이지
ⓒ 이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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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사고'가 중요합니다

제가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스타크래프트가 열풍이었는데요, 당시 저는 좀 구닥다리 같은 생각을 했는지 스타크래프트를 안 했습니다. 대학 생활을 PC방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거든요. 근데 저만 안하다 보니 동기들의 대화에 낄 수가 없었습니다.

입학한 지 한 달이 지나 1학년 1학기 답사를 백제 유적을 따라 갔습니다. 무령왕릉을 보면서 친구들이 "저 벙커 안에 마린이 몇 명 있을까?"라며 대화하는데 저 혼자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죠. 결국 스타크래프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평화주의란 말도 몰랐으니 뭐 반감 같은 건 없었고 정말 재밌게 했습니다. 배틀넷이라고 온라인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건데, 그곳에서 1000승과 1000패를 동시에 넘길 정도로 많이 했죠. 그 시간에 영어 공부를 했으면 지금 원어민 수준으로 잘 할 텐데, 이런 후회는 있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게임 재밌게 한 걸로 만족합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전쟁 게임입니다. 외계인과 괴물종족이 나오니 조금은 현실감이 떨어지고, 요즘 나오는 전쟁 게임에 비하면 그래픽도 그다지 잔인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병력을 모아서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전쟁 게임이죠. 전쟁 게임을 즐겨했지만 저는 병역거부자가 되었습니다.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병역거부를 한 이후에도 스타크래프트를 즐겨 했죠. 지금은 안 합니다. 근데 평화활동가라서 안 하기보다는,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안 하게 되었어요. 전쟁 게임을 한다고 다들 폭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가 다들 반공주의자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교육이 무용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교육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다만 교육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홍세화 선생님께서 일전에 이런 취지의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좌파든 우파든 교육을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육은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힘을 키워주는 일이다."

이를 게임에 대입해 본다면, 좋은 게임과 나쁜 게임을 정해서 그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하기보다는 스스로 게임에 대해 판단하고 사고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를 키워주는 것이 교육이라는 뜻이겠죠. 물론 말은 참 좋지만 이렇게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어려운 일입니다. 어려워도 이 방향으로 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좋은 게임과 나쁜 게임이라는 구분도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좋은 게임과 나쁜 게임은 분명히 있습니다. 차별과 혐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게임은 나쁜 게임입니다. 문제는 플레이어가 이를 어떻게 수행하고 해석하느냐입니다. 이건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매체들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책은 어떨까요? 저는 한때 출판사에 다녔습니다. 주변에 정말 책을 많이 읽는 편집자, 영업자, 작가들이 많았죠. 근데 좋은 책을 많이 읽었다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문제는 '책을 몇 권 읽었냐', '어떤 책을 읽었냐'보다, '어떻게 읽었냐' 더라고요. 누군가는 안티페미니스트의 책을 읽고도 주옥같은 페미니즘 사유를 끌어올릴 수 있고, 누군가는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읽고도 똥 같은 생각만 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책이 있는 게 아니라 좋은 독서가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좋은 독서를 할 수 있는 힘은 비판적 사고겠죠. 게임은 책이랑 다르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게임도 책과 똑같은 매체입니다. 우리는 그 매체를 향유하면서 재미를 느끼거나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늘려가면서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연습을 한다면 각각의 매체를 있는 그대로 흡수하지는 않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른 혹은 부모가 무조건 게임을 못 하게 하는 것은 썩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특히나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다면 게임을 못하게 하는 건 단순히 게임만의 문제가 아니라 또래 문화를 차단하는 것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못하게 할 수도 없을 뿐더러, 괜히 서로 감정만 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람 죽이는 잔인한 게임을 그냥 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겠죠. 해석하기 나름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면 된다지만 기왕이면 그런 게임을 안 하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저라도 제 조카가 잔인한 게임을 즐겨한다면 걱정할 거 같습니다.

다만 잔인한 게임이나 전쟁 게임을 한다고 그 영향을 그대로 다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평화활동가들 가운데도 저처럼 전쟁게임을 즐겨했던 사람도 있고, 어렸을 적 꿈이 전투기 조종사였던 사람도 있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여유를 갖고 지켜봐주시면 어떨까요?

살아가면서 게임에서만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고, 게임에서 영향 받더라도 사람마다 경험을 해석하는 것이 다 다르니까요. 군대에 갔다 오면서 더 폭력적으로 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군대에서 경험한 폭력 때문에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몸에 새겨 나오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요. 스타크래프트를 무려 2000판 넘게 했지만 병역거부자가 되기도 하고요.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봐야지요. 게임 대신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셨는데, 사실 게임이 더 재밌는데 책을 추천해봤자 소용이 있을까 싶습니다.

물론 책을 읽는 습관을 몸에 새기는 것은 무척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책도 얼마든지 많고요. 하지만 자녀분의 입장에서는 게임 대신 책을 읽으라고 하면, 뭐랄까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생초콜릿을 먹고 있는데 몸에 좋다며 갑자기 쓰디쓴 한약을 먹으라는 것과 비슷한 기분 아닐까요?

책을 읽는 분위기와 환경은 매우 중요한데 그건 게임과 별개로 접근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책 추천은 청소년 도서 추천한 곳이 많으니 그걸 참고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특별히 평화와 관련된 책 목록이 궁금하시다면 평화교육 단체 피스모모에서 내는 교안 시리즈에도 관련 도서들 정보가 있으니 그걸 보셔도 좋고요.

대신 저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 어른들이 읽을 만한 책 한 권과, 어른과 청소년이 함께 해볼 만한 게임 한 개를 추천해드리려고 합니다. 사실 저도 게임 쪽으로 견문이 넓지 않아서 좋은 책과 게임이 더 많이 있을 텐데, 제 경험이 한정적이다 보니 많은 콘텐츠를 소개해드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가운데 보드게임 개발자이며, 다양한 게임을 즐겨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활동가가 전쟁없는세상 블로그와 소식지에 쓴 <게임과 평화> 시리즈의 글들도 추천합니다.

부모가 읽으면 좋은 책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게이머, 게임을 말하다> 이경혁 지음, 로고폴리스, 2016

게임 비평을 하는 이경혁님이 쓴 책입니다. 세계를 비추는 거울로서 게임에 대한 매체비평을 하는 책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게임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만 정작 게임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합니다. 부모세대가 어렸을 적 게임을 기준으로 생각하기도 하죠.

게임이란 장르, 게임이란 매체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지 자녀와 게임에 대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 보는 것도 방법이지만, 매체로서 게임이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비추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 표지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 표지
ⓒ 로고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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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녀가 함께 해보면 좋은 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 This war of Mine>

전쟁게임인데 조금 색다른 전쟁게임입니다. 보통 전쟁 게임은 군인이 되어 적군을 사살하는 액션 게임이거나, 사령관이 되어 명령을 내려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전략 게임이 많습니다. 이 게임의 배경은 사라예보 내전입니다. 플레이어는 전쟁터로 폐허가 된 도시에 살아남은 민간인입니다. 게임 목적은 배고픔과 약탈, 부상과 싸우며 전쟁터에서 계속 살아남는 것입니다.

이 게임에서도 살인이나 폭력이 존재합니다. 다만 여느 전쟁 게임처럼 그야말로 게임 하듯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음식을 빼앗는 게 온당한가, 하지만 음식을 가져가지 않으면 내 동료가 죽는데 괜찮나?' 이런 양심의 갈등을 겪게 하는 게임입니다.

때문에 몰입감은 최고지만 마음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아지트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는 동료를 위해 음식 훔쳐오다가 3일째에 총에 맞아 게임 오버 되었습니다. 원작은 비디오 게임인데, 한글판 보드게임도 출시되었습니다. 전쟁없는세상 홈페이지에 
사라예보 내전의 생존자가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쓴 후기가 번역되어 있습니다.

 
 보드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 박스 이미지
 보드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 박스 이미지
ⓒ 서먼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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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쟁없는세상 블로그에 실린 글을 조금 수정한 글입니다. http://www.withoutwar.org/?p=1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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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를 하면서 평화를 알게 되고, 평화주의자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출판노동자를 거쳐 다시 평화운동 단체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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