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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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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31일에 치러지는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농협중앙회장은 230만 농민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자리일 뿐만 아니라 12만 임직원과 29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대기업 집단의 수장이다. 정부의 농정파트너로서 농업·농촌·농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괜히 '농민 대통령'으로 불리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전국 1118명의 농축협 조합장 중에서 292명의 대의원만 선거에 참여하는 한계로 인해 그동안 '깜깜이 혼탁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고 지역 간 합종연횡에 관심이 쏠리는 부작용이 있었다. 자연스레 정책선거는 뒷전으로 밀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선거에서 70% 가량이 초·재선 대의원으로 바뀌면서 농협중앙회장 후보들도 저마다 나름 정책역량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후보 간 사전 정책토론회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으면서 각종 공약들이 대부분 검증되지 않고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공약이 대의원의 표심을 향한 선심성 공약이거나 실천하기 쉽지 않은 선언적 공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공약도 어느 때보다 많은데 남의 공약을 베끼는 사례도 쉽게 눈에 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 분석 기획 마지막편인 이번 기사에서는 농협의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혁신공약 위주로 접근해 경영혁신, 구조개혁, 교육지원 확대, 정부의 농정 파트너로서 위상 재정립 관점에서 분류해 비교했다. 이번 선거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충북의 김병국 후보, 경남의 강호동 후보, 전북의 유남영 후보, 경기의 이성희 후보 등이다. 

중앙회의 경영혁신은? 

농협중앙회의 '지역본부체제'를 지역 중심으로 개편하는 공약이 주목된. 거의 모든 후보(강호동·김병국·이성희 후보 등)가 지역본부를 개편한다고 약속해 이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역본부체제의 탈(脫)중앙화가 대세가 된 것이다.

다만 지역본부 개편에 대한 방향성은 동일하나 접근 방식에서 차이점이 있다. 강호동 후보는 '도지회장제도'를 도입하고 도지회장은 조합장이 맡도록 했다. 기존의  지역본부체제에 도지회장 직제를 신설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김병국 후보는 지역본부를 '도연합회체제'로 전환하고 산하에 지역본부를 두는데 도연합회장은 조합장이 맡도록 했다. 이성희 후보는 좀 더 기능을 세분화했다는 평이다. 지역본부 역할을 크게 농정과 일반 업무로 구분하고 농정활동은 조합장이, 일반 업무는 직원이 맡도록 했다. 

농협중앙회장의 '농민신문사 회장 겸직' 폐지 등 회장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공약도 눈에 띈다. 농협 회장은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직하면 4억원이나 연봉을 더 받을 수 있고 농민신문에 대한 절대적인 영향력도 유지할 수 있어 그 누구도 기득권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병국 후보가 회장부터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아야 '기본에 충실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며 이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농협의 새 틀을 짜는 구조개혁은?

농협 구조개혁 공약으로는 김병국·강호동·유남영 후보가 상호금융독립법인화를 내걸었는데 이 공약은 전임 회장도 표방했다가 실패했을 정도로 어려운 과제다. 김병국 후보는 '3단계 이행로드맵'(상호금융본부 신설·금융지주 조합공개·상호금융연합회)을 제시했다. 핵심은 농축협이 2대주주로 참여하는 금융지주 조합공개(중앙회 70%·농축협 30%)를 단행해 농축협의 소유·통제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경제지주 조합지원사업의 중앙회 이관'(강호동·김병국후보) 공약도 혁신안으로 들 수 있다. 이는 전임 회장의 실패한 공약인 '경제지주 폐지'에 대한 현실적인 절충안으로 볼 수 있다. 이 공약은 농협 사업구조 개편 이후 농협경제지주가 조합지원도 부실하고 시장경쟁력도 약화됐다는 현실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두 후보는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경제지주의 조합지원사업만을 중앙회로 이관하는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강호동 후보는 조합지원부서를 중앙회로 이관한다는 점에서 조직 혁신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 비해 김병국 후보는 조합지원사업과 시장경쟁사업을 분리하는 사업 혁신을 통해 농협중앙회의 농축협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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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교육지원 확대는?

농협중앙회의 교육지원 혁신 공약은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빈약하다. 아무래도 유권자의 표심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병국 후보는 농축협의 미래전략을 위한 '농협종합연구소' 설립안을 내놨다. 지금까지 농협중앙회 산하에 수많은 연구조직이 있었지만 농축협의 성장전략이나 사업지원을 위한 연구개발(R&D) 조직은 사실상 부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병국 후보는 농축협의 전략, 사업, 경영컨설팅을 전담하는 연구 조직을 신설해 농축협의 지속 가능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신설되는 연구소를 농축협의 사업전략을 지원하는 컨트롤타워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유남영 후보의 '농협대 육성' 공약도 눈에 띈다. 농협대학은 그동안 농협에 적합한 인재육성을 위해 교육기관으로서의 소임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농협대학이 급격한 농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농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유남영 후보는 농협대를 '글로벌협동조합대학'으로 육성해 다가오는 미래농업에 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병국 후보도 3년제인 농협대를 4년제로 확대 개편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농정 파트너로서 위상 재정립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농산물시장 완전 개방 추세 등 급격한 농업환경 변화로 인해 이제는 농협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의 농정 협력이 점점 중요해지는 이유다. 농정 혁신공약은 농협중앙회장으로서 적합한 농정파트너를 검증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우선 빅데이터 기반 '농작물수급관리시스템'(강호동·김병국 후보) 공약을 들 수 있다.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가격 폭락은 이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중대 농정 현안이다. 농협이 적극 나서 농산물가격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여론도 어느 때보다 높다. 두 후보 모두 데이터 기반의 수급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조금 차이가 있다. 강호동 후보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관측능력 제고에 초점을 둔 데 비해 김병국 후보는 GPS 기반의 작황지도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다.

최근 농정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농민수당'과 관련된 공약도 눈길을 끈다. 최근 지자체를 중심으로 농민수당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성희 후보는 '농업인 월급제·퇴직금·수당'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농업인 소득안전망 구축을 위해 농정 지원에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농협이 직접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사업모델을 개발하거나 관련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전폭적인 협조를 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태그:#농협중앙회장 선거, #김병국, #강호동, #유남영, #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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