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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 년이 걸린다 – 죽편1 전문
 

<꽃구름 카페> 서정란 시인이 최근 한국대표 명시선 100 <캘린더 호수>를 낸 서정춘 시인을 모시고 김이하 시인 사진전에 왔다.

사진전 안내를 맡은 이는 최명철씨, 예술가 기질 넘치는 철학 전공자라 늘 연극이며 전시며, 여행을 기획하고 궁리하는 문사철(文史哲))의 전형인 사람이다. 그가 순천이 낳은 천재 시인이라는 서정춘 선생을 만났으니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서정춘 시인과 함께하는 순천문학기행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기획되고 실행에 옯겨졌다. 서정란, 이승철, 김교서, 이민숙 시인을 비롯 캐나다, 홍콩 마카오에서 시인을 흠모하는 이들이 합류했고 순천에서는 전직 교장, 선암사 신도회 회장, 제석 정미소 대표, 순천국가정원을 기획한 도시정비과장, 평택시 관광개발부서에 근무하는 이도 달려와 삼십여 명이 함께 했다.

몸과 마음 힐링, 자연과 사람과 습지와 새와의 만남으로 머릿 속은 비우고, 배는 풍성하게 채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했다. 사람과의 관계의 끈을 더욱 긴밀하게 만든 알짜배기 답사 기행(26~27일)은 그렇게 시작됐다.
 
 순천만은 생태습지를 자연그대로 보존한 지역이다.
▲ 순천만 습지에서  순천만은 생태습지를 자연그대로 보존한 지역이다.
ⓒ 이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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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교대 앞 출발 -남녘들밥상(점심)- 도자기체험마을(바람개비언덕)- 순천만습지 -선암사- 꼬고뱅토종닭숯불구이전문점- 순천만숲펜션- 작은 음악회- 뒷풀이와 담소 –취침

♤둘째 날
건봉국밥-순천아랫장- 순천만국가정원(열차 생태체험선 스카이큐브) - 순천문학관(김승옥 문학관, 정채봉 문학관) - 제석정미소(점심 후 도정 과정 견학) - 낙안읍성- 뿌리깊은나무 박물관-대전 맛집서 복어탕-서울 교대 앞 도착
 
 
녹찻물에 말아 보리굴비를 얹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 보리굴비 정식 녹찻물에 말아 보리굴비를 얹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 이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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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을 꼽으라면 진짜배기 향토 음식을 맛보는 일일 것이다. 서울을 출발해 순천에 이른 일행은 남녁들이라는 밥집에 도착했다. 얼음이 동동 뜨는 시원한 녹차물에 밥을 말아 보리굴비를 얹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꼬막무침에도 연신 젓가락이 간다. 태백산맥 막걸리도 빠질 수 없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밥그릇을 비운 뒤 모두 흡족한 표정으로 다음 일정을 향해 간다.

점심을 후 도착한 곳은 도자기체험마을 바람개비 언덕이다. 언덕 입구에서부터 눈길을 끄는 도자기로 만든 인형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모두들 유년의 추억을 더듬으며 도자기 인형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시원한 차를 마시며 간단한 자기 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생태체험선을 타고 습지와 새를 볼 수 있다.
▲ 순천만 습지 생태체험 생태체험선을 타고 습지와 새를 볼 수 있다.
ⓒ 이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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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습지로 향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유난히 가벼웠다. 많은 이들이 순천만 습지와 선암사를 가기 위해 여행길에 나섰기 때문이리라. 순천만 습지는 유네스코에 생물 보존 지역으로 등록된 장소다. 개발 토건족의 손에서 습지를 지켜낸 이들이 바로 주변에 살던 순천 시민들과 민간 활동가들이었기에 그 자부심 또한 남다르다.

순천은 습지를 그대로 보존하고 그 곳에 깃들어 사는 생물들의 눈길로 모든 것을 기획했다고 한다. 흑두루미, 소나무에 알을 낳는 칠게가 오갈 수 있도록 자연 그대로 두었다. 사람의 발걸음이 닿지 않게 걷는 길도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전선과 전신주를 제거해 흑두루미가 갈대 숲을 지나 근처 논에서 나락을 주워 먹도록 했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리는 관광유람선 대신 물길을 따라 천천히 떠내려가는 듯한 생태체험선을 준비했다. 느리고 잔잔한 체험선에서 갈대숲의 일렁임, 갯벌에서 소요하는 흑두루미와 갯벌을 바라보며 자연에 깃들어 사는 삶의 의미와 유년의 추억을 반추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때에 맞춰 하루에 두 차례 배가 드나들었다는 곳에 생태체험선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갈대는 땅에서 멀어질수록 그 키가 작았는데 이유는 갈대는 염분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바다에 가까울수록 키를 키우는 대신 염분과 싸우며 치열하게 뿌리 내리는 일에 치중하기 때문에 갈대의 키가 작아진다고 한다.

갈대습지는 순천만 지역 사람들과 생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삶터이자 보물창고다. 습지에 서식하는 찰게 방게, 칠게, 망둥어, 짱뚱어, 습지 생물 서식지일 뿐 아니라 흑두루미와 새들 날아와 갈대 숲 사이에서 먹이를 찾고 알을 낳고 품어 기르는 장소다.
 
생태 보존후 개체수가 늘어난 흑두루미
▲ 천연기념물 흑두루미 생태 보존후 개체수가 늘어난 흑두루미
ⓒ 이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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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갈대의 순을 베어 나물로 먹고, 꽃이 피면 빗자루를 엮고, 가을이 되면 잘라 이엉을 엮어 지붕을 덮는다. 갈대 습지에 소를 매어두면 살찌지 않는 소가 없었다고 하니 소들에게는 언제나 갈대 잎을 먹을 수 있는 풍성한 음식창고였다.

습지 생태선체험을 마치고 간 곳은 토종닭 뼈를 발라 바비큐로 구워 먹을 수 있는 꼬고뱅토종닭숯불구이전문점이다. 숯불에 닭살을 구워 먹는 맛은 남달랐다. 저녁에 머문 한옥숲 펜션에는 작음 음악회가 마련되어 있어 편안한 저녁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태그:#순천문학기행, #서정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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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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