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여배우인 다케우치 유코(竹內結子)가 27일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0세. 사진은 지난 2010년 1월20일 남배우 사카이 마사토(堺雅人)와 함께 오픈카를 타고 퍼레이드를 하는 다케우치 유코.

일본의 유명 여배우인 다케우치 유코(竹內結子)가 27일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0세. 사진은 지난 2010년 1월20일 남배우 사카이 마사토(堺雅人)와 함께 오픈카를 타고 퍼레이드를 하는 다케우치 유코. ⓒ 센다이 교도/연합뉴스

 
'백만불짜리 미소'(one-million-dollar smile).

꽤나 '올드'한 수식 맞다. 그럼에도 이 여성 배우를 수식하는데 더 적절한 표현을 찾을 순 없을 것 같다. 많은 이들이 드라마 <런치의 여왕>(2002) 속 네 형제의 애정을 고루 받으며 오므라이스를 사랑스럽게 먹는 모습으로 기억할 일본 배우 다케우치 유코 말이다.

지난해였을까. 2003년 다케우치 유코가 출연한 드라마 <웃는 얼굴의 법칙>을 다시 접했다. 비슷한 이미지이긴 했다. 어리고 미숙하지만,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주변인들에게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하려는 능동적인 젊은 여성의 얼굴 말이다.

내용은 이렇다. 슬럼프에 빠진 유명 만화가가 심기일전을 위해 시골의 유명 여관을 찾는다. 얼떨결에 담당을 맡게 된 신입 편집자와 함께 각기 여관에 장기 투숙하면서. 연재물 한 편을 완성하는 동안, 이 주인공은 괴팍한 성격의 만화가와 여관 사람들 모두에게 '해피 바이러스'를 선사하는 한편 자신 역시 한 뼘 더 성장해 나간다.

<결혼 못하는 남자> 이전 아베 히로시가 만화가를, 과거 김태희의 일본 진출작의 상대역이었던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편집자를 짝사랑하는 여관집 아들을 연기한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풋풋한 편집자를 연기한 다케우치 유코의 '웃는 얼굴'이 제목의 의미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든다.

이 <웃는 얼굴의 법칙>이 <런치의 여왕>과 다른 점은, 로맨스가 강조되기보다 젊은 여성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엮여나가며 일과 관계, 인생을 배워나가는 인간 드라마에 좀 더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였을까. 누구라도 부러울 수 없는 그 미소를 간직한 1980년생이자 이제 마흔이 다 된 다케우치 유코의 '오늘'은 그 시절과는 다른 관록을 쌓아간다는 느낌이었다. 일찍이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20년 넘게 연기 생활을 한, TV 광고계의 스타이자 두 아이의 엄마가 보여줄 수 있는 넉넉함을 감추지 않는. 필모그래피 자체로 그 어떤 성장을 증명해 내는 와중이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그렇게,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이후에도 오랫동안 좋은 연기를 보여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다케우치 유코. 그가 27일 팬들 곁을 영원히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케우치 유코의 '백만불짜리' 미소를 이제는 과거 작품 속에서만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2020년 잇따른 안타까운 작별

공영방송 NHK 등 일본 보도를 종합하면, 다케우치 유코는 이날 오전 2시 경 역시 배우인 남편 나카바야시 타이키에 의해 자택에서 쓰러진 발견됐다. 이후 남편은 119에 신고했고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또 일본 매체들은 일본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 다케우치 유코가 전날까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소식을 전했다. 유서 또한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는 추정 보도가 잇따랐다.

일본 전체가 충격에 빠질 만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다케우치 유코가 지난해 2월 재혼, 올해 1월 둘째 아들을 출산한 만큼 극단적 선택의 원인을 둘러싼 여러 추측들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상대역인 배우 나카무라 시도와 결혼해 아들을 낳았지만 3년 만에 남편의 불륜 등으로 이혼한 다케우치 유코. 그는 이후 별다른 스캔들 없이 연기 생활을 이어갔고, 지난해 깜짝 결혼에 이어 두 번째 출산을 이어가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간 것으로 보였기에 팬들의 충격은 더할 듯 싶다.

아울러 지난 일본영화나 드라마 팬들이라면, 2020년을 '코로나 우울'로만 기억할 순 없을 듯 하다. 지난 7월 깔끔한 이미지의 미남 배우 미우라 하우라에 이어 개성파 여성 배우 이시나 세이 역시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마감했기 때문.

여기에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하마사키 마리아는 마스크 미착용 논란 직후인 지난 8월 숨진 채 발견됐고, 여자 프로레슬러인 기무라 하나 또한 <테라하우스: 도쿄> 출연 직후 악플에 시달렸다는 보도 이후 안타까운 선택을 더했다.

일본 코미디계의 대부라 불리는 시무라 켄이 코로나 19 확진 1주일 만에 사망한 것이 지난 3월. 또한 원로 배우 후지키 타카시 역시 유서를 남겨둔 채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유독 2020년 한 해 동안 일본 연예인들의 잇따른 사망 소식에 '충격'이란 수식이 붙은 기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다케우치 유코의 비보가 전해진 것이다.

20년 넘도록 연기 폭을 넓혀갔지만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 컷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 컷 ⓒ (주)디스테이션

 
적지 않은 우리 관객들은 다케우치 유코를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5) 속 눈물 연기로 기억할지 모를 일이다. 손예진이 주연한 동명의 한국 영화는 280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비오는 여름 날에 세상을 떠난 엄마가 기억을 잃고 돌아온다'는 이 판타지 멜로이자 두 번째 한국 개봉작 속 그의 슬픈 미소는 우리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배우 개인으로도 20대 여성 배우로서 일본에서 최정상의 인기와 흥행배우로서의 지위를 누리게 한 작품이기도 했고. 연기생활 전반기라 할 수 있는 2000년대, 드라마 <장미없는 꽃집>(2008), 기무라 타쿠야와 함께 한 <프라이드> 등 일종의 멜로 드라마로 그를 기억할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케우치 유코는 폭넓은 장르에서 여성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선택할 수 있는 다채로운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왔다. 의학 추리물인 <팀 바티스타의 영광>(2008, 2009) 시리즈, 일본 코미디의 제왕인 미타니 코키의 <대공황>(2013)과 <멋진 악몽>, J-호러의 작가주의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의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 일본 장르영화의 최전선인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잔예: 살아서는 안되는 방> 등 장르를 종횡무진 했다.

그 정점엔 극장판으로도 만들어진 형사물 <스트로베리 나이트>(2012)가 자리할 것이다.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경시청 형사를 연기한 이 작품은 어떤 장르에서도 특유의 인간미를 발휘하는 다케우치 유코의 매력이 캐릭터와 매력적으로 조화를 이룬 작품이라 할 만 하다.

28일 < BBC 코리아 >에 따르면, 미 대중문화 매거진 <버리이어티>는 다케우치 유코의 사망을 두고 "다케우치 특유의 미소와 따뜻하고 포근한 이미지가 광고주들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이렇게 일본 TV 광고계의 간판으로 활약했던 다케우치 유코는 과거 <플래시 포워드>란 '미드'에 출연했고, 최근 미 간판 케이블 HBO가 제작한 <미스 셜록>의 타이틀롤을 맡아 보폭을 넗혀 오는 듯 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일본 대중들은 광고를 통해 매일 만나오던 그의 반짝반짝 빛나던 '백만불짜리 미소'와의 이별을 쉬이 받아들 수 없을 듯 보인다. 마침, 1980년생인 다케우치 유코의 생일은 4월 1일 만우절이었다. 
덧붙이는 글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본영화 다케우치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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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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