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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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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사퇴했다. 임기를 4개월 앞둔 상황에서 사퇴한 것이라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윤 전 총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며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사퇴 이후 LH 사태 등의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사퇴와 행보에 대해 의견을 듣고자 열린민주당 대변인이기도 한 김성회 씽크와이 정치연구소장을 전화로 만났다. 다음은 김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

"윤석열 사퇴 시점, 아주 정치적인 날짜"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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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기를 4개월 앞둔 시점에서 물러났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정치 선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윤 총장은 임명직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부와 극한 대립을 했는데, 아무런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도망치듯 뛰어나왔다는 점에서 검찰 내 비판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왜 지금이었을까요?

"3월 9일이면 대선이 365일 남습니다. 두 달 전에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판사와 검사 등 고도의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출마 1년 전 퇴직할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는데요. 그 법안 발의에 깜짝 놀라서 날짜를 맞춘 것으로 생각됩니다. 

3월 9일이 화요일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3월 8일에 사퇴하면 너무 날짜를 센 것이 눈에 보이니까, 그 전 주에 하려고 했는데 주말에 하면 언론의 관심을 못 끌고, 금요일에 뉴스를 만들면 신문사 주말판에 묻힐 테니 목요일이라는 날짜를 골라서, 금·토·일 사흘 동안 미디어에 관심을 끌겠다는 아주 정치적인 계산이 포함된 일정이었다고 봅니다."

- 타이밍을 놓쳤다는 견해도 있더라고요. 차라리 지난해 징계했을 때 사퇴했어야 한다는.

"저는 지금에 와서 하루이틀, 뭐 한두 달의 차이가 뭘 만들어 낼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아요. 사퇴한 행위를 봐야지, 지난해 연말에 사퇴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말은 호사가들이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 지난 3일 대구고검에 방문하면서 윤 전 총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말했는데, 이것도 준비한 것일까요?

"'검수완박'이라는 말은 유튜브에서 나온 말이에요. 정치권에서도 일반적으로 쓰는 말은 아니었는데, 그가 그 단어를 골랐다는 것은 정치적 고려를 많이 했다는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검찰 수사권 회수, 즉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분리는 민주국가라면 거의 다 채택하고 있는 제도라서 국민적 저항감도 높지 않은 것인데, 검찰의 수사권을 가져갔기 때문에 자기가 퇴직을 했다는 것은 본인의 정치적 야망을 감추기 위한 수사적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 윤 전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라고 했는데.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는 말은, 윤 전 총장이 가지는 구시대 정치인으로서의 한계를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출마하는 정확한 이유를 본인의 언어로 설명하지 못하고, 자기가 당하고 있는 일, 즉 검찰이 이런 피해를 입고 있다는 피해 의식에 기초해서 헌법정신 얘기를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헌법정신 어떻게 파괴된다는 말은 없고 검찰의 수사 영역을 제한하는 행위가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말을 하는 자체가 일단 말이 안 되죠.

두 번째, 자기들이 수사를 하지 않으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엄포를 놨습니다. 어제(8일) 엘시티 관련돼서 명단 폭로된 것을 보니까, 검사장이 등장하더라고요. 근데 그 경우에도 수사를 3년 끌다가 공소시효 사흘 앞두고 두 명만 기소하고, 41명은 명단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명 불상으로 처리해서 덮어버렸어요. 최근에 엄희준 검사가 자행했다고 의심되는, 소위 한명숙 총리에 대한 모해위증 교사 사건도 공소시효를 사나흘 앞두고 또 무혐의 처리했죠.

그리고 최근에 검찰들이 업자와 어울려, 전관 변호사와 어울려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는데, 그 접대 액수가 96만2000원으로 (김영란법 상 형사처벌 기준인 100만 원에서) 3만8000원이 부족해 기소에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는 등 지금까지 수사권을 독점하면서 그 권한을 검찰 가족의 신병을 지키는 일에만 골몰해서 사용해온 전례를 생각할 때, 수사권이 분리된다고 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윤 전 총장 사의 표명 1시간여 만에 수리했잖아요. 문 대통령 스타일로 보면 이례적인데.

"윤석열 총장의 인사권자에 대한 태도가 그만큼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만두기 전에 강연하고 언론사와 인터뷰 하는 등 굉장히 정치적인 행동을 했잖아요. 그것은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일을 한 것이지 공무원의 태도로는 보이지 않거든요. 그런 점에 대해서 당연히 임명권자로서 불쾌했을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야권 패배 후 제3지대에서의 정계 개편 꿈꿀 것" 

- 일부에서는 윤 전 총장이 재보선을 염두하고 사퇴했다는 주장도 있던데.

"저는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기대에 빠졌다는 게 주요한 이유라고 봅니다. 부수적으로 지방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지방 선거 결과가 야권에 불리하게 나왔을 경우 그것을 토대로 해서 정계 개편에서 본인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포함됐겠죠. 그러나 보궐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나왔다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윤석열 전 총장 입장에서는 야권이 패배하는 게 이득일까요?

"무조건이요. 본인에게 유리한 국면은 야권 선거가 본인 없이, 야권이 지리멸렬할 때 가능하죠. 윤 전 총장의 마음속을 다 알 순 없지만, 기본적인 태도는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국민의힘의 힘을 빌려서 정치를 할 생각은 없어 보여요.

그렇다고 하면 소위 말하는 제3지대에 헤쳐 모여를 하고 싶어 할 텐데요, 이러려면 현재 있는 제3지대의 힘만으론 부족하고, 국민의힘이 분열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이 함께해야 제3지대가 세력으로서 유의미하게 존재할 수 있다고 볼 것이거든요. 이번 부산·서울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당이 깨지려고 할 때, 그중 일부를 끌어안는 방식으로 제3지대에서 자기 중심으로 정계 개편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 4일은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는 날이었고 오세훈 전 시장이 됐죠. 근데 윤 전 총장 사퇴로 오 후보 이슈가 묻혔잖아요. 윤 전 총장은 이걸 계산했을까요? 아님, 우연이었을까요?

"저는 그냥 겹친 이벤트라고 보여요. 이걸 기획해서 오세훈이든 나경원이든 그들이 받을 주목을 본인에게로 가져오겠다는 계산은 별로 할 필요가 없는 계산이기 때문이지요."

- 여론조사 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조사해 지난 8일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윤 전 총장이 32.4%를 기록했어요. 컨벤션 효과일까요? (3월 5일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일단 야권 대선 후보 주자군에 거론된 사람들을 떠올려 보시면요, 유승민, 원희룡, 윤석열, 홍준표 이렇게 네 사람만 나와 있었어요. 그런 사람 중에 중도 유권자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매우 제한적이었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고요.

그리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바람이 항상 존재하죠. 예전에 반기문씨도 처음 출마 선언했을 때 31%를 받아서 16%의 문재인, 11%의 안철수에 비해서 굉장히 높은 지지율을 받았습니다. 중도층들은 미디어가 떠들썩하게 다루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일단은 컨벤션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것이 지속적으로 오래가려면 콘텐츠가 준비돼야 하겠죠."

- 윤 전 총장을 대권 후보로 키운 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민주당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윤 전 총장은 추미애 전 장관과 정부와의 갈등으로 큰 게 아니고, 정부와 마땅히 갈등을 일으켜 집권 세력으로서의 풍모를 보여줘야 하는 국민의힘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 그 역할을 윤 전 총장이 한다고 착각한 국민들의 지지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책임을 묻는다면 추미애 전 장관이 아니라 정부에 대항하는 세력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에게 물어야겠죠."

- 추 전 장관이 자기 정치를 해서 키워준 건 아닐까요?

"추미애 장관이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수사권 분리가 완성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최근에 윤석열 총장이 나가기 전에 박범계 법무부장관 로펌에 대한 수사를 다시 한번 지시한 것을 통해서 쉽게 알 수 있는데요, 갈등 만드는 주체는 박범계도, 추미애도, 조국도 아니었고, 자기의 조직을 건드리고 개혁하려고 하는 국무위원에 대한 검찰의 조직적 저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윤 전 총장이 예전에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여기서 조직은 검찰이죠. 그럼 임명이 문제는 아니었을까요?

"그것은 참 어려운 문제인데요. 검찰 공무원으로서의 태도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임명직 공무원이라는 자리에 대한 검사 전원의 이해도가 이렇게 낮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윤석열이라는 문제적 인물이 검찰총장으로 들어서서 문제를 일으킨 것은 불가항력의 영역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발광체? 반사체? 윤석열이 입증해야 할 시간"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인 모습.
▲ 대검 앞 윤석열 총장 응원 화환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인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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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전 총장은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라고 하잖아요. 그건 검찰총장이라는 자리에 있기 때문인 거 같은데.

"문재인 정부와 맞서 싸우는 이미지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윤 전 총장이 이제는 본인의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 하는 시간이 됐잖아요. 이젠 더 이상 누구를 수사하는 방식으로 대중의 인기를 끌 수는 없을 텐데, 거기에 대해서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발광체인지 반사체인지, 이제 윤 전 총장이 입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 발광체가 될 수도 있다고 보세요?

"지금 가진 인지도와 지지율 자체는 굉장히 의미 있는 사건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콘텐츠 준비 여하에 따라서 충분히 발광체가 될 수 있는 여지는 있는데, 검찰청에서 사람만 수사하던 윤석열에게 어떤 정치에 대한 비전과 목표가 있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입니다."

- 윤 전 총장이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났다는 보도가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김한길, 정대철 두 전직 의원을 만났다는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일단 그 만남을 공개한 것은 당연히 윤 전 총장 본인이었다라기보다는 김한길, 정대철 의원 측이었겠죠.

그런 만남을 하면 상대방이 그 사실을 공개할 거라는 것도 모른 채 만난 것이 첫 번째 문제고, 제가 제 소셜미디어에도 썼지만, 내비게이션으로 길 찾아가는 세상에 종이지도를 보고 있는 꼴입니다. 정치인으로서 탄소 중립 사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코로나 이후 경제 위기에 어떤 확장 재정정책으로 맞설 것인지, 그리고 페미니즘과 소외된 남성 간의 이러한 갈등들이 지금 많이 불거지고 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답을 구하는 것이 정치의 일입니다.

그런데 옛날 정치인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정치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 법치주의를 수호하겠다는 낡은 레토릭으로 출마의 변을 삼았다는 점 등이 윤석열씨가 가진 핵심적인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전망하세요?

"일단 당분간은 조용히 있는 것이 최선인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조선일보> 등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있더라고요. 이미 상당한 준비를 한 참모팀이 붙어서 일을 추진하고 있는 거 같은데, 강연 정치나 사람들을 만나는 등의 형태로 계속 뉴스를 만들어 내려고 하겠죠.

그런데 제가 조언을 드리는 것은, 당분간 가만히 있는 것이 정답이에요. 무엇을 하려고 해도 최소한의 기간 동안 일단 자숙하고 숨을 고른 다음에 움직여야지, 지금 바로 지지율이 나오는 것 같다고 신나서 돌아다니면 '저 사람, 정치하려고 검찰총장 내던지고 가족들을 버리고 나왔구나'라는 비판에 곧 직면하게 될 겁니다."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실립니다.


태그:#김성회,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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