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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폐공사에서 여권발급 업무를 담당하던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국회의원 사무소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조폐공사에서 여권발급 업무를 담당하던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국회의원 사무소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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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십수 년 동안 일용직 형태로 근무해오던 한국조폐공사(사장 반장식) 여권발급원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더불어민주당 박범계(대전 서구을, 현 법무부장관) 국회의원 사무소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대전지부 한국조폐공사지회(지회장 김보영)는 지난 25일부터 대전 서구 월평동에 위치한 박 의원 사무소 내에서 농성을 시작, 29일로 5일째를 맞았다. 이들이 박 의원 사무소에서 농성을 벌이는 이유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더불어민주당이 문제 해결에 나서라는 요구에서다.

26명이 가입돼있는 조폐공사 노조에 따르면, 한국조폐공사는 여권을 제작하는 일을 하는 여권발급 노동자들을 지난 14년 동안 일용직으로 고용해 왔다. 구두통보 형태로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거나, 근로계약서에 근로기간이 적혀 있지 않은 형태로 작성한 후 여권제작업무에 투입됐다.

자신의 출근일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한 달에 며칠을 일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네이버밴드에 가입한 후 관리자의 '나오세요', '쉬세요'라는 식의 통보에 따라 일을 했다는 것.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는 22개월째에 스스로 사직서를 내도록 한 뒤, 다시 계약서를 작성했다. 무기 계약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서다. 2회 반복계약을 한 노동자는 10명, 3회는 2명, 4회는 3명이나 된다. 심지어 5회 반복계약을 한 노동자도 5명이나 된다.

이들은 한국조폐공사가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2017년 7월 정부가 발표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연중 9개월 이상 운영되고, 앞으로도 향후 2년 이상 계속될 업무는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 한국조폐공사 반장식 사장은 청와대 일자리 수석으로 일하면서 '정규직 전환 지침'을 만든 주요 책임자였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여권 발급량이 대폭 줄어든 지난해에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절반 이하로 삭감됐다. 가장 심각한 달에는 30만원도 채 받지 못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휴업수당 지급과 무급휴직지원금을 신청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조폐공사는 지난해 8월 말 이 같은 문제제기를 하는 노동자 A씨를 해고했다. 9월 18일로 계약기간 22개월이 만료된다는 이유다. 이에 A씨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출했고, 노동위원회는 지난 해 12월 15일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무기계약근로자에 해당함에도 해고통보를 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봤다.

그러나 현재까지 조폐공사는 A씨를 복직시키지 않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A씨의 문제제기가 시작된 지난 해 9월경부터 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하고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는 단체행동에 나섰다.

그러자 돌아오는 것은 해고였다. 일용직 신분인 이들의 해고 절차는 네이버밴드에서 탈퇴시키는 것이었다. 이렇게 계약기간 만료 등의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가 현재 17명에 이른다. 회사는 또 기간제 근로자 신분 계약을 체결하는 노동자에게는 위로금 1200만원을 지급하고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17명은 기간제로 일하고 있다. 이를 거부한 노동자는 대부분 해고된 상태다.

따라서 노조는 조폐공사가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과 정부지침에 따라 여권제작업무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해고자들을 복직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에서 여권발급 업무를 담당하던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국회의원 사무소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조폐공사에서 여권발급 업무를 담당하던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국회의원 사무소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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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 사무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임수미 한국조폐공사 부지회장은 "노동청과 지노위에서 우리가 법적으로 무기계약직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조폐공사가 개인 사기업도 아니고 공공기관인데 왜 법을 지키지도 않고 정부의 지침도 지키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권발급 업무는 조폐공사 매출의 30%를 차지할 만큼 핵심 업무다. 그럼에도 우리 노동자들을 일용직 형태로 최저임금 수준으로 싸게 쓰다가 그냥 버리듯이 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천성인 공공연대노조대전지부장도 "반장식 사장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 지침을 만들 때 주요 책임자로서 조폐공사 여권발급원 문제에 대해서 방관할게 아니라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그들이 한 약속대로 정규직 전환대상 업무인 여권발급원들의 정규직 전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조폐공사 관계자는 "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을 받은 분의 경우에는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해 놓은 상태로, 결과에 따라 내부 검토를 거쳐 조치할 것"이라며 "다른 분들은 각각의 상황이 모두 달라서 그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여권발급업무는 외교부가 조폐공사에 위탁한 한시적 업무로,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없고 일용직 형태로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특히, 2009년 차세대여권발급기(대형)를 도입을 확정했으나 2~3년에 한번씩 여권심의위원회에서 도입이 연기되면서 이 같은 형태의 근로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러나 지난 해 12월 차세대여권발급기를 올해 12월 도입하기로 확정했다"며 "따라서 이 분들을 기간제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태그:#한국조폐공사, #반장식, #여권발급노동자, #공공연대노조, #박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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