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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지난 2월 1일 운행한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지난 2월 1일 운행한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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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재개에 따른 시장 영향은 미미했다.'

공매도가 재개된 후 나흘째였던 지난 7일, 한국거래소는 공매도가 국내 증시에 미친 영향력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4 영업일 동안 공매도 재개에 따른 영향력을 살핀 결과, 오히려 시장 변동성이 완화되고 공매도 과열 종목이 줄어드는 긍정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공매도란, 개별 종목의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 판 다음,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 차익을 남기는 투자 방식이다.

그럼에도 기관·외국인 등 이른바 '세력'이라고 불리는 큰손 투자자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은 여전히 높다. 개인 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정의정 대표의 전망도 한국거래소의 평가와는 전혀 다르다. 세력들이 정부와 개인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아직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있을 뿐이라는 것.

정 대표는 10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거래소는 공매도에 따른 시장 변화를 긍정적으로 봤지만 그건 '세력들'의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언젠가 그들이 대량 매물을 쏟아내면 아직 한 번도 공매도를 경험해보지 못한 동학개미들이 패닉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대표는 세력들로부터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지난해부터 공매도 폐지를 주장해온 인물이다. 지난 2월에는 공매도 재개 반대 운동을 위해 '나는 공매도가 싫어요!'라는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서울 시내에서 운행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다음은 정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국내 주식시장 공매도엔 '악마성'이 있다"

- 한국거래소가 지난 3일 공매도 재개 후 일주일간 시황을 조사해 지난 7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공매도에 따른 국내 증시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어떻게 봤나?

"아직 공매도 세력이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있을 뿐이다. 그 발톱이 (공매도 일시 중단으로) 무뎌지거나 사라진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나는 이전에도 '공매도가 재개돼도 초기엔 그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세력들이 공매도에 대한 개인들의 반감을 누그러뜨리려 작전을 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오래 가진 않을 것이다. 세력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 매물을 쏟아내면, 코로나19로 국내 증시가 큰 타격을 입었던 지난 3월 주식에 처음 발을 들인 동학개미들이 패닉이 올 수 있다. 그들은 아직 한 번도 공매도의 공포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아마 20·30세대 위주의 젊은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시장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 정 대표의 말대로라면, '세력'들은 왜 그렇게 공매도에 목을 매고 있는 걸까?

"돈맛을 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겠다. 지난 3월 코로나19로 전 세계 증시가 크게 하락했다. 그런데 거의 유일하게 우리나라 주가만 2~3년 전이 아니라 11년 전인 2009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나는 그 중심에 공매도 세력이 있었다고 본다. 코로나19의 발원지였던 중국도 우리나라만큼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코스피는 1400선까지 주저앉았다. 그걸 계기로 공매도가 제한되지 않았나. 나는 이를 국내 공매도의 '악마성'이라고 부른다.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세력들이 공매도하는 데 힘을 쏟아부었고 천문학적인 부를 챙겼기 때문에 그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 공매도가 재개됐지만 전 종목 대상은 아니다. 코스피 200·코스닥150 등 350개 종목에 한해서만 부분 재개됐기 때문인데 이전보단 부작용이 덜하지 않을까?

"전 종목을 공매도 대상으로 삼는 것보다야 당연히 피해가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일부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는 '홍콩식 공매도'와 비슷한 형태다. 하지만 나는 대상 종목을 훨씬 더 많이 줄여야 한다고 본다. 350개 종목이 전체 공매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 종목이 공매도 피해 영향권에 있다고 본다. 대형 종목에 공매도가 집중되면, 지수가 하락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소형 종목들도 덩달아 하락하기 때문이다."

- 이번 한국거래소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공매도 세력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87.7%로 높았다. 

"맞다. 국내 주식시장에는 외국인들의 현금 전자동인출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어 있다. 그들이 너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 도입된 시장조성자 제도(거래가 부진한 종목에 대해 시장조성자가 매수·매도 가격을 제시해 가격을 형성하고 유동성을 공급하게 하는 제도)나, 사실상 무제한인 공매도 의무 상환기한 등 독소 조항들 때문이다.

특히 빌린 주식을 갚아야 하는 의무 상환기한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본다. 주가가 하락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팔면 무조건 이익을 볼 수 있다. 반면 개인은 그 기한이 60일로 제한돼 기간 내 주가가 하락하지 않는다면 바로 손해를 입는다. 담보 비율도 문제다. 기관과 외국인은 공매도를 위해 105%에 해당하는 자금만 갖고 있으면 공매도를 할 수 있지만, 개인은 140%를 갖고 있어야 한다."

"미국 게임스탑 사태처럼 공매도 세력과 전쟁 벌일 수도"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 정의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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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능력에 따라 대출해주는 돈이 다른 것처럼 차별이 있게 마련이다.

"물론 우리가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기관이 1:1로 평등하길 바라는 건 아니다. 그건 우리도 원하지 않는다. 실력과 자금력, 정보력의 차이는 인정한다. 다만 적어도 국내 주식 시장을 좌지우지할 게임 규칙은 공정하게 갖춰야 하지 않을까. 내가 보기엔 지금 국내 시장은 기관과 외국인에게 과도하게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다. 시작도 하기 전에 개인들은 이미 지고 들어간다. 그래서 공매도가 재개되기 하루 전인 지난 2일 한투연 홈페이지를 통해 성명도 발표했다. 우리의 요구는 총 11가지다."

-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먼저 공매도 의무상환 기간을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기관·외국인 할 것 없이 모두 다 60일로 하자는 것이다. 60일 단위로 다시 공매도를 시도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 상환 후 같은 종목에 일정 기간 공매도도 제한해야 한다. 담보 비율도 140%로 통일해야 한다고 본다. 현 제도대로라면 기관과 외국인은 자금이 들어가는 매수 포지션보다 자금 없이도 쉽게 수익을 내는 공매도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게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13년간 '박스피'로 만들었던 주된 원인이었다.

또 금융위원회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직접 증명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금융위는 일관적으로 공매도에는 순기능이 있으니 공매도가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코스피 지수는 오히려 공매도 금지 기간에 3200을 돌파했다. 금융위의 주장이 맞다면, 공매도가 금지됐던 지난 13개월 간 공매도가 없어서 시장에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어떤 근거 자료가 남아 있어야 한다. 금융위가 이를 직접 공개해야 한다."

이 밖에도 한투연은 ▲공매도 수익에 대한 과세 ▲한국거래소에 대한 종합감사 
▲불법 공매도 증권사 엄벌 ▲실시간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 구축 ▲공매도 주체의 실명 공개 ▲불법 차명계좌 발본색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의 통과 ▲개인투자자 보호 전담 조직 가동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 한투연 쪽 주장에도 불구하고 금융위는 공매도를 유지하려는 입장이 확고한 듯 보인다.

"우리 역시 어떻게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지 고심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미 증시에서 벌어진 '게임스탑 사건' 때처럼 공매도 세력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물론 국내 주식시장에선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을 항복시키기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엔 미국에 없는 30% 상한가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100~200%씩 가격을 올릴 수 없다는 이야기다.

또 장중에 한 종목에만 기준치 이상의 투자가 집중될 경우 '투자경고제도'가 발동돼 거래까지 정지된다. 공매도 세력들로선 그동안 전열을 정비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세력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주기 시작한다면, 그래서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다면 도전해 볼 수 있다고 본다. 그때까지 세를 불릴 계획이다."

태그:#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한투연, #공매도, #공매도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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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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