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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만 해도 경기, 강원 접경 지역의 관광 자원은 참으로 빈약했다. 이를테면 '연천' 하면 한탄강 낚시나 여름철 계곡 물놀이, 재인폭포, 고대산 등산 등이 고작이었다. 재인폭포의 폭포수는 늘 말라붙어 있어 장쾌한 폭포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고, 한탄강 물놀이는 여름 장맛비에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 앞에서 빛을 잃곤 했다. 
 
몇 년전 철원 국도에서 본 이 풍경이 철원, 연천, 포천 일대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인식이었다.
▲ 철원 여행 중 만난 풍경 몇 년전 철원 국도에서 본 이 풍경이 철원, 연천, 포천 일대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인식이었다.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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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과 맞닿아 있는 포천시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포천에 가볼 만한 곳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명성산과 산정호수. 영평천 물놀이와 백운계곡도 끼워 줄 수 있겠다.

그러나 계곡은 최근까지도 일반 시민의 것이 아니라 폭리를 취하는 인근 상인들의 것이었다. 평상을 잡지 않거나 음식을 주문하지 않으면 계곡 물놀이는 꿈도 꾸지 못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평상을 빌리고 닭백숙 등 음식을 주문해야만 했다. 그 시절이 나빴다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런 시절이 있었으며, 나름의 낭만과 재미도 있었다.

포천의 영평천과 대교천을 건너면 철원이지만 심리적으로 철원은 더 멀고 먼 도시였다. 내 기억 속 철원은 군부대와 군인들, 군용 트럭 가끔은 탱크도 지나는 도시였다. 가 볼 만한 곳이라고는 고석정이 전부인 줄 알았다.

아, 순담계곡도 있고, 노동당사도 빼놓을 수 없겠다. 6.25전쟁 중 학살 현장이고 지금도 총알이 건물 곳곳에 박혀 있는 흉측한 건물… 그것이 전부였다. 위에 적은 얘기들은 빈약한 나의 상식과 경험을 토대로 기술한 것이니 설사 동의할 수 없다 해도 너그럽게 넘어가 주길…
 
철원 한탄강 협곡 송대소 구간에 세워진 은하수교. 용암대지로 이루어진 철원평야의 풍요로움과 신비로운 주상절리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 철원 한탄강 은하수교 (촬영일 2021.9.10) 철원 한탄강 협곡 송대소 구간에 세워진 은하수교. 용암대지로 이루어진 철원평야의 풍요로움과 신비로운 주상절리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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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 지역이라는 이유로 경제 개발은 물론이고 관광지에서도 소외되어 왔던 이들 도시들의 최근 변화들이 눈부시다. 이러한 눈부신 변화의 기저에는 2020년 3개 도시를 관통해 흐르는 한탄강 유역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 후 3개 도시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한탄강 주변의 환경을 정비하고 관광 자원화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포천의 하늘다리, 철원의 한탄강 은하수교, 연천 재인폭포 흔들다리 등 3개 도시의 지질명소마다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흔들다리 혹은 출렁다리가 놓였다. 또, 주변을 탐방할 수 있는 산책로가 생기는 등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단 염려스러운 것은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지질자원의 원형이 보존되지 못하고 상업화로 치닫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기우에 불과하지만.

이들 도시의 인접 도시에 사는 나로서는 이런 변화가 반갑기만 하다. 그동안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모든 면에서 소외되어 왔던 서러움을 알기 때문이다. 그 덕에 자연의 원시성이 보존될 수 있었다는 장점도 있긴 하나 그것으로 위안 삼기에는 지역은 심각하게 낙후되었고 도시는 활기를 잃었었기 때문이다. 

이제 다행히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북쪽으로 향하기 시작했고 도시도 생기를 띠는 것 같다. 주말이면 세종포천고속도로는 혼잡하기 이를 데 없고 국도도 정체를 빚기 일쑤다. 여기서 일일이 이들 도시의 새롭게 단장한 관광지나 지질 명소 및 기타 명소들을 소개하지는 않겠다. 이들 도시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규모 꽃단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충분할 테니 말이다.

연천 호로고루 바라기축제와 연천 임진강 댑싸리 공원
   
매년 8월말이면 연천 호로고루성 일대에는 샛노란 해바라기 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통일 바라가 축제가 열린다.
▲ 연천 호로고루성 해바라기 밭(촬영일 2020.8) 매년 8월말이면 연천 호로고루성 일대에는 샛노란 해바라기 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통일 바라가 축제가 열린다.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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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이면 어김없이 연천의 고구려 유적인 호로고루성 일대에 노란 해바라기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8월 말에 열리는 연천 바라기 축제는 이미 지역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축제 때마다 방문 인원이 수만 명을 넘어서고 주말이면 논두렁에 자동차가 꼬리를 물고 서 있는 진풍경이 연출되곤 한다.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축제는 열리지 않았지만 화려한 해바라기 향연은 어김없이 펼쳐졌다.

축제 기간 중에는 주차장에는 직거래 장터도 선다. 방문객들은 인삼이나 율무 등 연천 지역의 특산물이나 농산물 등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고 농가는 과외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새들과 바람이 주인이었던 호로고루성 일대가 사람 인파로 넘쳐나는 유일한 기간이다.
 
연천 임진강 수몰지에 조성된 댑싸리공원
▲ 연천 임진강 댑싸리공원(촬영일 2021.9.10) 연천 임진강 수몰지에 조성된 댑싸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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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임진강 댑싸리공원'도 선보였다. 연천에서도 최북단인 중면 임진강가 수만평 규모의 수몰지에 지역 주민들이 합심하여 꽃단지를 조성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인 댑싸리와 핑크 뮬리는 물론이고 보랏빛 천일홍과 색색의 백일홍, 칸나, 황화 코스모스 등 화려한 가을 꽃들이 임진강가를 알록달록 물들여 놓았다. 천상의 화원이 따로 없다.
 
연천 댑싸리공원 강가에는 백재시대의 적석총이 있다. 시간의 비밀을 간진한 듯한 댑싸리공원이다.
▲ 연천 임진강 댑싸리공원 연천 댑싸리공원 강가에는 백재시대의 적석총이 있다. 시간의 비밀을 간진한 듯한 댑싸리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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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시대 적석총과 강가 느티나무가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해 질 무렵 이곳을 찾는다면 묘한 아스라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사방이 산과 들에 둘러싸여 있고 임진강의 도도한 물소리가 울려 퍼지는 매우 특별한 곳이다.

댑싸리공원에서 차로 30여 분 떨어진 곳에 한탄강 지질 명소 중 하나인 재인폭포가 있다. 최근 폭포 주변이 완벽하게 정비되어 주차장, 화장실 등의 편의 시설은 물론이고 강을 따라 산책로와 폭포를 가로지르는 흔들 다리가 조성되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수십만 년의 세월이 빚은 주상절리의 신비한 모습을 관찰하는 특별한 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철원 고석정 꽃밭
   
철원 지질명소 고석정 인근에 조성된 고석정 꽃밭
▲ 철원 고석정꽃밭 철원 지질명소 고석정 인근에 조성된 고석정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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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철원 고석정 국민관광지에는 '고석정 꽃밭'이 펼쳐져 있다. 2016년 조성된 꽃밭은 2019년 한 해에만 30만 명이 찾았다고 한다. 그러다 부지 내 매장문화재 시굴조사 등의 이유로 휴장되었다가 시굴조사 완료와 문화재 보존 조건으로 올해 재개장하였다.

댑싸리, 맨드라미, 코스모스, 황화 코스모스, 해바라기 등 18여 종의 꽃이 심어져 있다. 꽃밭을 걷다 보면 어린 왕자와 여우도 만나고 풍차, 목각 인형 등도 보게 된다. 연천 댑싸리 공원이 시간이 만든 비밀의 정원 같다면 이곳은 동화 속 나라 같다. 인근 한탄강 협곡을 따라 지질 명소 승일교, 한탄강 은하수교, 직탕폭포 등이 이어진다.

포천 한탄강 하늘다리 주변 한탄강과 맞닿은 홍수터 생태관광단지에는 '흐븟한 달빛에 숨이 막힐 듯'한 메밀꽃과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양주나리농원 천일홍 축제 
     
양주나리농원 천일홍축제는 이제 명실상부 경기북부 최대 꽃축제로 자리잡았다.
▲ 양주나리농원 천일홍꽃밭 (촬영일 2121.9.20) 양주나리농원 천일홍축제는 이제 명실상부 경기북부 최대 꽃축제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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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아니지만 '양주나리농원 천일홍축제'를 빼놓을 수 없다. 양주나리천일홍축제는 경기 북부 최대 꽃축제로 누적 방문객 수십 만 명이 다녀간 성공한 축제로 자리잡았다. 천일홍, 백일홍, 핑크 뮬리, 댑싸리, 코스모스, 황화 코스모스, 장미 등 50여 종의 꽃이 심어져 있다. 양주나리농원은 이달 20일까지 개방된다. 
 
양주나리농원 코스모스
▲ 양주나리농원 천일홍꽃밭 (촬영일 2121.9.20) 양주나리농원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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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 우리나라 최북단 도시들에서 특별한 꽃놀이를 즐겨보자. 나리공원의 경우에는 사전 인터넷 예약 등을 통해 입장 인원 수를 조정하고 있으며 다른 곳들도 워낙에 넓어 비대면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사용된 꽃밭 사진은 모두 2021년 9월에 촬영되었습니다. 각 사진별 촬영 일시 표기되어 있습니다. 

태그:#연천, #지질공원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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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한국여행작가협회정회원, NGPA회원 저서: 조지아 인문여행서 <소울풀조지아>, 포토 에세이 <사할린의 한인들>, 번역서<후디니솔루션>, <마이크로메세징> - 맥그로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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