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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을 나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등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을 나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등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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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가 될까? 언론보도 추이를 보면 이 안이 확정적으로 보인다.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방부에 신청사 1층에서 5층까지를 집무실로 쓴다는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고, 대통령 관저는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을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옮겨지면 세 가지 문제를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 '국민과의 소통' 명분의 퇴색

김은혜 윤석열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16일 오전 용산 국방부 청사를 포함해 여러 후보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기존의 청와대로 윤 당선인이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라면서 "윤 당선인이 정치개혁을 선언하면서 지금의 청와대 밖으로 나오겠다고 한 것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고 소통이 중요하다는 오랜 의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라는 곳이 구중궁궐로 느껴지기 때문에 들어가면 국민과의 접점이 형성되지 않고 소통 부재로 흐르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요약하면, 윤 당선인의 국민 소통 의지 때문이란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에 있게 되면 또 다른 '구중궁궐'이 탄생할 뿐이다. 국방부 청사와 함께 합동참모본부 건물이 나란히 있기 때문에 군 시설 특성상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 측 핵심관계자는 15일 채널A와의 통화에서 "국방부 청사를 사용하게 되면 인근에 용산공원이 있기 때문에 '국민과 항상 자유롭게 소통하는 대통령실로 공간 재구성'이라는 윤 당선인의 공약을 이행하는 데 더 용이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용산공원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에 가깝다. 현재 정부가 주한미군으로부터 돌려받은 용산 미군기지는 전체 중 11% 규모다. 올해 상반기 내로 반환 규모를 25%로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그래도 전체 기지 규모의 1/4에 지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021년 12월, 정부는 2027년까지 조성하겠다던 용산공원 개장 목표 시점을 '미군기지 전체 반환 후 7년 뒤'로 변경했다. 윤 당선인 임기와는 연관성이 떨어진 이야기가 돼버렸다.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은 윤 당선인의 '국민 소통'이라는 명분 자체를 퇴색하는 조치다.

둘, 국방부는 어디로?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모습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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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다면 국방부는 어디로 이전하는가. 국방부 관계자는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국방부 장관실은 합동참모본부 건물로, 일부 부서는 대전으로 이전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는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먼저 국방부장관은 용산에 있는데 휘하 부서들은 대전에 있게 되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 또한 오랜 세월에 걸쳐 막대한 예산을 들인 군사시설인 국방부 청사를 대신할 공간 역시 마땅치 않다. 안보를 중시한다는 보수 정권이 오히려 안보에 구멍을 내는 격이다.

두 번째로는 비록 군인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한 민간인으로서 문민통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국방부장관이 군인들의 공간인 합참본부에 들어서는 것의 문제다.

국방부와 합참 모두 국방을 책임지는 곳이지만 각자 맡은 영역은 다르다. 국방부는 작전에 필요한 군수지원과 인력보충 등 살림을 맡는 군정을 맡고, 실제 군 작전을 지휘하는 군령은 합참이 맡는다.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합참 관계자는 "국방부는 군정, 합참은 군령을 담당하는데 국방부장관과 합참의장이 같은 곳에서 일한다면 모양새가 이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방부장관과 합참의장이 한 건물에 있게 되면 합참의장의 위상이 한층 낮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셋, 유사시 대통령은 가야 할 곳은 막상 청와대 벙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30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30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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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인수위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국방부의 경우 지하벙커와 헬기 시설이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에도 지하벙커는 존재한다. 청와대 지하벙커의 정식 명칭은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이다. 입구 철제문 두께가 2m로, 북한의 웬만한 폭탄 공격을 막아낼 수 있고 대형 스크린으로 유사시 현장 상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한반도 주변 수백 킬로미터 반경 내 모든 항공기와 선박의 움직임도 단번에 파악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지금껏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역시 모두 해당 벙커에서 진행해 왔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인수위는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은 청와대 개방 이후에도 유지'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유사시나 NSC 소집 때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청와대까지 대통령과 참모들이 이동할 것인가. 그것이 불가능에 가까우니 인수위도 국방부 지하벙커를 장점으로 언급하며 대용으로 쓸 생각인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해당 벙커는 합참 건물 지하에 있는 벙커로, 평시 상황을 관리하는데 쓰이고 있는 만큼 그 규모나 쓰임새는 청와대의 벙커와는 비교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합참 벙커는 지금 군 지휘부를 위한 시설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국가 주요 요인과 참모를 데리고 들어가기에는 비좁다. 비상시에 군인들 다 내쫓을 건가.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서서 할 건가"라고 비판했다.

태그:#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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