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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생하고, 전국적으로 퍼지자 노인복지관을 비롯한 노인시설은 휴관 조치를 시행했다. 지역사회 내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놀이터' 역할을 하던 시설이 문을 닫자 어르신들의 생활반경은 제한됐다. 식당에 가기도, 극장에 가기도 힘들었다. 식당이나 극장에 가더라도 커다란 기계가 입구에 떡하니 서있다. 바로 키오스크다. 어르신들은 이런 기계를 보고 '큰 로봇'이라고 표현한다. 사람도 아닌 것이 어르신들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주문을 포기하고 문화생활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더욱 집에만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

코로나19로 온라인의 중요성은 커졌다. 전국의 노인복지관은 자체 프로그램을 모두 온라인으로 변경하여 진행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잘 활용하는 어르신은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어르신은 집 밖에서도, 집 안에서도 소외됐다. 결국 디지털기기 활용에서도 정보격차가 발생했다. 김명희(75세, 가명)씨는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다는 노인복지관의 안내가 '공허하게' 들렸다"고 말했다.

비단 김명희씨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발표한 2020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4대 정보취약계층(고령층, 장애인, 농어민, 저소득층) 중에서 고령층 디지털정보화 수준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르신들은 정보취약계층 중에서도 취약한 계층이라는 뜻이다.

이에 인천 미추홀구에 위치한 미추홀노인복지관(관장 홍지영)에서 발벗고 나섰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2022년 신청사업에 어르신 디지털기기 교육 'D세권'을 주제로 공모하여 선정됐다. 3월 말부터 디지털활용교육이 필요한 어르신 20명을 모집하였다. 연령, 성별 등 다양한 어르신들이 모였다. 특히 골목골목에 위치한 경로당의 회장님과 회원 어르신들도 신청했다. 친구와 함께 신청했다는 한 회장님에게 신청한 이유를 물으니 "이제 스마트폰을 못 쓰면 정말 스마트하게 못 살 것 같아(허허허)"라고 했다. 

지난 27일 복지관에서 참여자 20명과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앞으로 어떤 교육을 하고 무슨 내용으로 할지 소개하는 자리였다. 어르신들은 D세권이 무슨 뜻이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했다. D세권의 의미는 '디지털(Digital)+역세권'의 합성어로 노인복지관이 디지털 교육의 주체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복지관 근처에 거주하고 있는 어르신들은? 바로 D세권에 거주하게 되는 것이다. 참여한 어르신들은 "나도 역 근처는 아니여도 디지털 근처에는 사는가보다"고 기뻐했다.
   
지난 27일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모습
 지난 27일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모습
ⓒ 백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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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세권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컴퓨터 교육을 매주 두 번, 1시간씩 반복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디지털기기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느껴 자신감이 하락하거나 우울감을 느끼는 어르신을 위한 심리정서적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하는 것이 다른 곳에서 진행하는 디지털교육과 차별성이다. 

앞으로 이들은 전문적이고 반복적인 디지털활용교육을 수강하여 식당이나 극장과 같은 곳에서 '큰 로봇'을 마주치더라도 당당하게 주문을 할 수 있는 활동적인 어르신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미추홀노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어르신을 위한 디지털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노인, #디지털, #코로나19, #지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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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축구를 하다 그만두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들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복지정책을 공부하고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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