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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거시기한 이슈'는 광주전남 지역 언론 보도에 주목하고 시민들에게 중요한 이슈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고자 합니다. 차마 말하기 껄끄러운, 민감하고 애매한 주제일수록 더 깊이 천착해 정리해 보고 싶습니다. 격주에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편집자말]
"광주는 지켰지만 민주당은 졌습니다." 광주 동남갑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국회의원이 6·1지방선거 다음날인 2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
 "광주는 지켰지만 민주당은 졌습니다." 광주 동남갑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국회의원이 6·1지방선거 다음날인 2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
ⓒ 윤영덕 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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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지켰지만 민주당은 졌습니다."

광주 동남갑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국회의원이 6·1지방선거 다음날인 2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의 제목입니다. 윤 의원은 먼저 대선패배와 지방선거에 패배에 대한 사과를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구청장+시의원+구의원이 하나 되어 남구의 기분 좋은 변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윤 의원의 글 제목과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국회의원부터 구의원까지 일명 '원팀'이 됨으로써 광주 민주당의 입지는 굳혔다고 자부하나 전국적으로는 낮은 성적표, 낮은 광주 투표율 등 민주당이 웃을 수 없는 이유를 곱씹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지방선거 지형을 보면 호남과 제주, 경기를 제외하고 전국이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었으니 '민주당이 졌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입니다. 그런데 '광주를 지켜냈다'는 말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윤 의원은 대관절 '무엇'으로부터 광주를 지켜냈다는 것일까요?

초라한 성적표

"광주는 지켰다"는 윤 의원의 주장은 지난 대선 민주당이 내세웠던 '졌잘싸' 프레임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마 전국적으로는 졌고 광주에서도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결과적으로 이겼으니 잘 싸웠다는 뜻일까요?

지역사회 평가는 싸늘합니다. 단체장과 광역·기초의회를 싹쓸이한 선거 결과는 화려해 보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보다 초라한 성적표가 없습니다.

'민주화의 성지', '호남정치 1번지'는 광주정치를 표현하는 찬사입니다.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시민들의 역사 덕분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광주의 6·1지방선거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광주지역 37.7% 투표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이면서 역대 모든 선거를 통틀어 가장 낮습니다. 광주시민 10명 중 6명 이상이 투표소에 가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광주시민의 상당수가 이번 투표에서 주권을 포기한 셈입니다.

광주시민 144만 명 중 민주당원은 27%인 40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정치 고관심층인 민주당원들이 모두 투표했다고 가정하면, 비민주당원 유권자의 투표율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구청장이 무투표 당선된 광산구는 투표율 33.3%로 전국 기초단위 중에서도 최저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광주는 무투표 당선이 속출해 광역의원의 경우 지역구 의석 20석 중 무려 11석이 무투표 당선 되었습니다.

무소속 돌풍으로 경쟁이 붙었던 전남이 전국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경쟁 없는 이번 광주 선거지형은 낮은 투표율과 무관하다고 보긴 어렵겠습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광주시장 선거벽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광주시장 선거벽보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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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보수정당은 불모지였던 광주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의힘은 27년 만에 광주시의원을 비례대표로 배출했습니다. 주기환 광주시장 후보가 얻은 15.9% 득표율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얻은 12.7%를 넘어선 역대 최다 득표율입니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이제 국민의힘이 호남서 명실상부 제2당"이라고 외칩니다. "광주는 지켰다"는 민주당의 인식이 전국 판세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한 평가였다면, 이 또한 충분히 다른 결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광주에서도 민주당은 보수정당의 도전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고 말입니다.

윤 의원의 표현을 이렇게 바꿔보겠습니다.

"민주당은 이겼지만 광주시민은 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제8회 동시지방선거 호남 당선자 축하행사에서 당선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세은 전남 순천시 기초비례의원, 이수진 전북 광역비례의원, 김용님 광주광역시 광역비례의원,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천서영 전북 전주시 기초비례의원, 윤세자 전북 군산시 기초비례의원, 송영자 전북 익산시 기초비례의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제8회 동시지방선거 호남 당선자 축하행사에서 당선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세은 전남 순천시 기초비례의원, 이수진 전북 광역비례의원, 김용님 광주광역시 광역비례의원,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천서영 전북 전주시 기초비례의원, 윤세자 전북 군산시 기초비례의원, 송영자 전북 익산시 기초비례의원.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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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민은 허탈하다

단체장·의회 싹쓸이로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에서 그야말로 '정치 원팀'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낮은 투표율로 대의정치의 정당성과 대표성이 희미해졌습니다. 보수정당이 역대 최대 득표율을 기록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고, 반면에 진보정당은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광주시민들은 투표용지도 받지 못한 채 무투표로 당선된 구청장, 의원들이 앞으로 4년 간 우리 지역을 이끌어가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비민주당원이 훨씬 많은 광주시민들에게 이번 지방선거는 사실 '진 선거'나 다름없습니다. 시민들에게 투표는 할 수 있어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광주시민들은 허탈하게 졌습니다.

하지만 자책 혹은 남 탓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일지 모릅니다. 아픔을 딛고 앞으로 4년 중앙정치에 예속되지 않는 풀뿌리 정치, 다양성이 존재하는 시민을 위한 정치를 회복해나가야 합니다. 정치권에게만 요구할 게 아니라 시민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합니다.

민주당만 믿고 기다리기엔 광주의 민주주의 시계가 시대적 소명을 띠고 도약을 재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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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지역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해왔습니다. 현재는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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