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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으면 이 아파트는 너에게 다 주마."

앞으로 다가올 당신의 임종에 대비해 자손들 사이에서 분란의 소지가 없도록 유언을 잘 남기고자 변호사를 찾는 어르신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평소 자손들에게 "나 죽으면 이 집은 장남이 가지고, 이 땅은 둘째가 가지도록 하라"고 거듭 당부했다 하더라도 유언으로서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변호사로부터 자문을 얻으려는 것이죠.

민법상 유언에는 엄격한 요건과 방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필증서유언 ▲녹음유언 ▲공정증서유언 ▲비밀증서유언 ▲구수증서유언 등 5가지 방식의 유언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지면 관계상 5가지 방식 유언의 요건에 관해서는 향후 기회가 있으면 별도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평소 어머니가 "둘째야, 나 죽으면 이 아파트는 네가 다 가지거라"라고 거듭 말씀했고, 다른 형제들 모두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위 5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는 유언을 하지 않았다면 둘째는 아파트에 대해서 아무런 주장도 하지 못하고 지분대로 상속받을 수밖에 없는 걸까요?

어머니가 사망하면 둘째에게 아파트를 주겠다고 했고, 이에 대해 둘째도 승낙했다면 유언이나 유증의 형식을 갖추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인증여'에 해당합니다. 사인증여란 증여자의 사망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로써, 유언이나 유증이 단독행위(받는 사람의 동의가 필요 없는)인 것과 달리 계약이므로 수증자가 증여자 생전에 승낙해야 성립합니다.

사인증여 계약은 유언이나 유증과 달리 당사자 간의 의사 합치 외에 다른 요건을 필요로하지 않고, 서면에 의하지 않은 구두계약이라 하더라도 유효해 위와 같은 대화만으로도 어머니와 둘째 사이에서는 구두의 사인증여 계약이 성립한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어머니가 유효한 유언이나 유증을 남기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셨다 하더라도, 둘째는 사인증여 계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구두계약이 성립한 사실을 입증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민법상 구두의 증여계약은 증여자가 언제든지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상속인들이 "어머니가 둘째에게 아파트를 주기로 했다가 그 뒤에 마음이 바뀌었다"고 주장하고 이를 입증할 경우 둘째는 더 이상 아파트에 대해 수증자로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다른 상속인들과 공동으로 상속받게 될 것입니다.

만약 위 예시처럼 어머니가 '아파트를 둘째에게 준다'는 유언장을 작성했으나, 민법상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해 유언으로써 법적 효력이 없으면, 그 유언장은 유언으로써 효력이 없을지라도 사인증여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유언장에는 어머니가 둘째에게 아파트를 주겠다는 의사표시만 담겨있으니 이에 대해 둘째가 어머니 생전에 이를 승낙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도로 입증해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고인이 유언을 남기지 않았거나 남긴 유언이 무효라 상속인들 사이에 다툼이 있다 하더라도, 고인의 진정한 의사에 부합하는 결과를 얻을 방법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고인이 생전에 재산 분배 등에 관해 의사를 밝힌 바 있었다면, 유언이 없다는 이유로 섣불리 포기하지 말고 고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안이 있는지 변호사 자문을 받아 보기를 바랍니다. 
 
이은정 변호사
 이은정 변호사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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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법무법인 동천 변호사입니다.


태그:#유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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