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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야 쓴다>수업을 기획하고 운영한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 평생교육팀 김재민 팀장(왼쪽)
 <써야 쓴다>수업을 기획하고 운영한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 평생교육팀 김재민 팀장(왼쪽)
ⓒ 권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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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일부터 한 달간,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아래 학습관)에서 개설한 <써야 쓴다>라는 수업에서 은유 작가와 50명이 넘는 수강생들은 수업명 그대로 함께 읽고 함께 썼다.

작가의 책을 읽고 일주일에 한 번씩 모니터 화면 속에서 얼굴을 맞대며 인사를 나누었다. 강의가 끝나면 글쓰기 과제가 주어졌는데, 이 글쓰기 과제는 강의 제목처럼 '써야 써지는' 쉽지 않은 과제였다. 이런 과제를 네 번에 걸쳐 소화해내고, 강좌가 끝난 이후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B, 라온, 밤은달, 온기, 유희, 제비꽃, 쾌재(필명)까지 일곱 명은 더 이상 수강생이 아닌 '쓰는 사람'으로 거듭났다.

글을 쓰고 싶어 하고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 시대다.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아도 꾸준히 실행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 '꾸준함'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후속 모임을 관리하는 담당자조차 이 모임의 생명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책으로 나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꽁꽁 숨겨놓을 수 있었던 글을 세상 밖으로 내놓으려니 많은 생각이 오고 갑니다." 

책 제목인 <안녕, 나의 다락>은 작가들이 지었다. 그리고 책 표지에 쓰일 색상과 글씨체 등도 모두 직접 고르고 골랐다. 여기에는 학습관 평생교육팀 교육운영파트 박찬선 연구원의 손을 보탰다. 
 
책 <안녕, 나의 다락>
 책 <안녕, 나의 다락>
ⓒ 권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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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편의 글을 함께 쓰고 나누며 서로의 존재를 기꺼이 응원해준 작가들
 10편의 글을 함께 쓰고 나누며 서로의 존재를 기꺼이 응원해준 작가들
ⓒ 권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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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출간기념회'를 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에는 평생교육팀 김재민 팀장이 나섰다. 7월 7일, 학습관에 환대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안녕, 나의 다락>의 주인공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은유 작가의 강의를 듣는 내내, 10편의 글을 쓰고 함께 나누는 내내 그들은 단 한 번도 실제로 얼굴을 마주 한 적이 없었다. 책이 나오고서야 비로소 실물을 마주할 수 있었다. 

책이 나온 것과 별개로, 그동안 함께 했던 시간들이 있어서였는지 그들의 만남은 어색하지도 쑥스럽지도 않은 채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안녕, 나의 다락> 출간기념회 현장은 시작부터 포근하고 따뜻했다. 

7명의 작가들과 학습관 조영호 관장, 교육부 박지현 부장, 평생교육팀 김재민 팀장, 박찬선 연구원 등이 학습관 1층 스페이스X에 모였다.

"저도 쓰는 남자입니다. 매주 화요일마다 메일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면서 그렇게 많이 쓰고 있지만 작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나는 머리로 쓰는 글만 썼지 가슴으로 쓰는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가슴으로 글을 쓴 '작가'입니다. 이 책이 학습관의 민들레 씨앗이 되어주었으면 하고, 여러분도 앞으로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조영호 관장은 책을 읽고 눈물 짓게 만든 이야기가 많았다며 7명의 작가에게 아낌없는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어서 박지현 교육부장 또한 "온라인으로만 만나다가 현장에서 만나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일입니다. 처음부터 본명이 아닌 필명을 썼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만나 어떤 선입견과 평가도 없이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던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더욱 진솔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고요"라고 말하며 이런 과정을 잘 마련해 준 관계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동안 썼던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고 해서 그들의 이야기가 끝이 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쓰고 있고 함께 쓸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책을 같이 읽고 토론하며 생각을 나누는 모임은 많아도, 글을 같이 쓰며 마음을 다독이는 모임은 적다. 왜 그럴까?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잘 쓰지 못할 것 같은 마음, 표현에 대한 부족함, 남의 글과 비교될 것 같은 막연한 부끄러움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혹 쓰고 싶었던 것에 대한 마음을 오랫동안 감춰왔다면 이 일곱 명의 작가들처럼 함께 써 볼 것을 권한다. 글쓰기 친구를 만들어도 좋겠고, 온라인에서 익명의 누군가를 찾아도 좋겠다. 아니면, 학습관의 문을 두드려도 좋을 것이다. 
 
(윗줄 왼쪽부터) 박찬선 연구원, 조영호 관장, 김재민 팀장, 박지현 교육부장. 그리고 일곱 명의 작가들.
 (윗줄 왼쪽부터) 박찬선 연구원, 조영호 관장, 김재민 팀장, 박지현 교육부장. 그리고 일곱 명의 작가들.
ⓒ 권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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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B작가는 "글 쓰러 오세요. 잘 쓰기 위해 쓰는 게 아닌 삶을 존중하기 위해 쓰셨으면 좋겠어요. 김재민 팀장님께 연락주시면 됩니다"라고 <써야 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적으로 글을 남기기도 했다. 

<안녕, 나의 다락> 작가들 역시 같이 글을 써 나갈 동료 작가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함께 쓰기의 힘을 알고 있기에 어느 누가 오더라도 기꺼이 맞이할 것이다. 일곱 명의 작가들은 책이 발간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학습관에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참 많은 것을 나누었습니다. 이런 관계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글'이라는 도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쓰는 사람이 되려고 애를 쓰니 옆에서 많이 도와주었어요. 초라한 화면 속 우리는 모두 울고 있었지만 결국 한 권의 책으로 매듭을 지었네요."

끝으로, <안녕, 나의 다락> 속 한 부분을 인용하며 필자의 마음을 대신해본다.
 
"학인들의 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었어요. '글쓰기는 가장 값싼 치료제였다'는 문장이에요.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들어줄 이가 없다면, 쓰세요. 내 속에서 밖으로, 꺼내세요. 그렇게 꺼내기를 반복하면 분명 흐려질 것이에요. 절대 지워지지 않으리라 믿었던 당신의 고통도." (191쪽)

태그:#써야쓴다,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 #함께쓰기,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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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찰리 브라운에 열광한다. 글과 씨름하는 인생에 희노애락을 느끼며, 정신없이 책을 사고 책을 읽는 책덕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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