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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교 교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사진)
 한 고등학교 교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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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다면,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하지 말 걸 그랬어요."
"아무렴 역사 수업만 할까요. 역사교육은 교실을 벗어난 지 이미 오래예요."


얼마 전 영어를 가르치는 동료 교사와 나눈 대화다. 교실마다 원어민처럼 영어를 구사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수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다. 극소수 되바라진 아이들의 경우지만, 어색한 발음을 꼬집거나 생뚱맞은 슬랭에 대해 질문할 때면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나기도 한단다. 

수긍되는 면이 없진 않다. 특히 대학을 졸업한 지 꽤 된 나이 지긋한 영어 교사라면, 심한 경우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웃픈' 이야기지만, 담임을 맡게 되면 가장 먼저 학급 내에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외국에서 살다 온 아이들이 있는지부터 파악하는 교사도 있다.

"권력은 이미 유튜브로 넘어갔어요."

푸념하는 그에게 우리 역사교육의 현실이라며 건넨 말이다. 20년 전쯤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씀을 빗댄 표현이지만, 학교에서의 역사교육을 그보다 더 적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없을 성싶다. 요즘 아이들에겐 유튜브가 역사 교과서다.

일단 역사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커졌다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언제부턴가 유튜브는 자칭 타칭 '1타 강사'들의 경연장이 됐고, 고작 15분 안팎의 짤막한 강의로 아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수만 명 조회 수를 자랑하는 역사 콘텐츠는 이미 차고도 넘치는 상황이다. 

덕분에 역사 공부가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편견도 자연스럽게 벗게 됐다. 유튜브의 역사 콘텐츠는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았다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이 지상파의 예능 프로그램과 당당히 경쟁하며 다양한 역사 콘텐츠를 양산해내는 선순환의 흐름까지 엿보인다.

유튜브와 겨루는 교사들

바야흐로 유튜브 역사 콘텐츠의 전성시대다. 그러다 보니, 현직 교사들도 조심스럽게 교실 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운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교원 복무규정 상 영리 업무와 겸직을 금지하고 있어, 찬반 논란이 여전히 뜨겁긴 하다.

교육부에서는 지난 2019년 '교사의 유튜브 활동 복무 지침'을 하달했다. 학생의 교육활동과 관련된 공익적 성격을 지닌 유튜브 활동은 장려하되, 광고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골자다. 구독자 1000명 이상의 채널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다 올해부터는 '교원 인터넷 개인 미디어 활동 지침'으로 고쳐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원격수업이 일상화하면서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플랫폼의 역할과 부작용에 주목하면서부터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문제점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저작권과 초상권 등 유념할 사항은 늘었지만, 교사의 유튜브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제정된 지침은 아니다. 업체 등으로부터 돈을 받고 광고를 하는 등의 수익을 취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한, 크게 문제 될 건 없어 보인다. 유튜브를 유용한 수업 도구로 선선히 인정하는 모양새다. 

사실상 소속 학교장의 허가만 받으면 유튜브 활동엔 별다른 제약이 없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광고 수익이 생길 경우, 교사가 '마음이 콩밭에 가 있게 된다'는 세간의 우려가 여전한 이유다. 영상 촬영과 편집 등에 시간을 빼앗겨 정작 학교 수업에 소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교사의 유튜브 활동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쪽 모두 같은 근거를 대고 있다. 전자는 시대의 흐름에 맞고 아이들의 접근성과 친숙도가 높아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하고, 후자는 스마트폰 중독의 원인으로 작용해 학습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정반대의 주장을 편다. 둘 다 일리 있는 주장이지만, 역사교육에 관한 한 아무래도 후자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물론,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우려나 동영상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뇌의 발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등의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영상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독해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도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유튜브의 위세에 눌려 교과서가 맥을 못 추고 있어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현직 역사 교사의 유튜브 활동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수십만 구독자를 거느린 역사 유튜버야 여럿이지만, 교사와 겸직하며 유튜버로 이름을 알린 경우는 드물다. 아무튼 교문을 경계로 역사교육을 두고 현직 교사와 유튜버가 겨루는 형국이다. 

그들이 말하는 '교육적 효과'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우선 교육하려는 내용이 보편타당해야 하고, 동시에 그것이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공유돼야 한다. 교사마다 교과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 애쓰는 것도 그래서다. 

교과서가 절대적인 권위를 갖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의 지적 발달 단계를 고려해 당대 공인된 지식을 그러모은 것이니 나침반은 될 수 있다. 국정과 검인정을 넘어 자유발행제로 변화하는 추세라고 해도, 교과서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경우는 없다. 학교가 존속되는 한 교과서는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유튜브에선 교과서의 내용을 비웃기라도 하듯 '선'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명백한 사실이 전제되어야 할 역사 콘텐츠에서 이른바 '썰'이 난무하고, 그것들이 마치 진실인 양 호도되기도 한다.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온갖 비속어와 선정적인 화면이 사용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황당한 질문, '구독자 수'로 반박하는 학생들
 
유튜브.
 유튜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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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콘텐츠와 항생제에 관한 우스갯소리가 하나 있다. 둘 다 '내성'이 작동한다는 것. 항생제를 자주 쓰다 보면 갈수록 더 센 처방이 필요하듯, 광고 수익과 직결되는 구독자와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점점 더 자극적인 내용을 다루게 된다는 의미다. 특히 아이들이 즐겨보는 유튜브 콘텐츠일수록 '센' 게 대세다. 

요즘 들어 시나브로 늘어나는 양상이지만, 역사 수업 중에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아이들이 왕왕 있다. 어디서 보고 들었는지 물으면, 십중팔구 유튜브에서 봤다고 답한다. 억측일 뿐이라고 무지를라치면, 대뜸 구독자 수를 들이대며 반박한다. 그들에겐 구독자 수가 주장의 근거다. 

"해방 후 이승만이 친일파를 중용했다는 건 거짓말이라던데요?"
"독립운동가 김일성과 북한을 세운 김일성은 서로 다른 인물이라면서요?"
"이완용의 후손들이 신분을 세탁해 국내외 자산가로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이 정도는 약과다. 5.18 민주화운동 때 북한군이 진짜 개입했는지 묻는 아이도 있다. 이미 왜곡된 주장임이 밝혀진 데다 관련자들이 법적으로 단죄되었는데도, 유튜브에선 아직도 좀비처럼 떠돌고 있는 셈이다. 지금껏 학교에서 소홀하게 다뤄져 그렇다고 눙치는 현대사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성계는 여진에서 귀화한 고려인인데, 그가 세운 조선을 우리나라로 부를 수 있나요?"
"이순신 자살설은 사실인가요?"
"지금 경상도 사람들의 혈통적 뿌리는 흉노족이고, 과거 전라도는 일본 땅이었다면서요?
"

이쯤 되면 일일이 답변하기도 버겁다. 고작 유튜브가 유일한 근거다 보니 해당 유튜브를 찾아볼 수밖에 없다. 언뜻 유튜브 조회 수를 늘리려는 꼼수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유튜브에선 사실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재미있느냐가 관건이다. 그것도 도입 부분에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면, 아이들의 손가락이 더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고루하게 여기던 역사를 대중적인 필수 교양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유튜브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반면, 조회 수가 광고 수익에 직결되면서 온갖 선정적이고 극단적인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오로지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한 '아니면 말고' 식의 역사 콘텐츠에 철부지 아이들이 부화뇌동하는 모습이다. 

애꿎은 교과서가 그 유탄을 맞은 꼴이다. 유튜브가 교과서를 능가하면서, 아이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이른바 '확증편향'을 시나브로 체득하게 된다고 말한다면 과연 억측일까. 책가방 없이 스마트폰만 챙겨 다니는 아이들 앞에서 유튜브를 탓하려니 허공에 대고 욕하는 느낌이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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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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