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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의 도시개발지구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맹꽁이. 착공 전 홀연히 나타난 이들.
 구미시의 도시개발지구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맹꽁이. 착공 전 홀연히 나타난 이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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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를 살려달라는 다급한 제보

"지인과의 통화에서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맹꽁이 소리에 당장 그곳을 가서 살펴봤더니 진짜 맹꽁이가 있었어요. 그것도 최소 열두 개체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를 쫓아가 맹꽁이의 실물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맹꽁이 서식처인 것을 확인했어요. 그런데 이곳이 곧 개발될 위기에 처해있어요. 제발 저 맹꽁이들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다급한 목소리의 제보 전화가 걸려 온 것은 16일 늦은 오후 시간이었다. 평소 생태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제보자이기에 수화기 너머로 맹꽁이 소리를 식별할 수 있었고, 바로 현장을 찾아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 활동가로서 이 정도 되는 제보자의 요청이라면 거부하기 어렵다. 바로 현장을 찾았다. 오후 6시가 넘은 시각이었지만 해가 지지 않았고 필자는 그의 안내를 따라 현장을 향했다. 현장에 당도해보니 그곳은 구미시가 추진하고 있는 괴평·송림지구도시개발사업 현장이었다.
 
도시개발사업지구 현장. 이 일대의 개발을 알리는 분묘개장 공고가 난 입간판이 덩그러니 서 있다
 도시개발사업지구 현장. 이 일대의 개발을 알리는 분묘개장 공고가 난 입간판이 덩그러니 서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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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보상 등의 절차가 끝이 났는지 올해 벼를 심지 않은 논에서는 망초 등이 자라난 채 남아 있었고, 분묘 개장 공고가 붙은 입간판이 하나 서 있어 이 일대가 개발사업지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구 가운데 축사가 하나 있고 맹꽁이 소리는 그 축사 아래의 논에서 들려왔다. 여느 개구리 소리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소리로 맹꽁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소리를 따라 들어가 운 좋게도 야생에서는 잘 보기 어렵다는 맹꽁이를 실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 공사 현장에 홀연히 나타난 맹꽁이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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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의 서식처가 도시개발지구에

제보자는 "맹꽁이가 운다는 것은 짝짓기를 하고 산란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울음소리가 들리는 녀석들이 수놈으로 12개체 되니 그만큼의 암놈도 있다고 봐야 한다. 맹꽁이의 특성상 2~3일 만에 산란을 다 마치니 이미 짝짓기를 마친 녀석들도 있을 것이다. 이 일대 최소 50개체는 있다"고 추정했다.

한마디로 맹꽁이 서식처란 소리다. 보존지역으로 지정해서 보호해야 할 곳에 아파트 등 인간 편의 시설을 짓겠다는 것이다. 제대로 환경영향평가를 했다면, 이곳이 맹꽁이 서식처인 게 확인돼야 하지 않았을까.
 
이처럼 식수원 낙동강과 유명한 철새도래지 해평습지와 바로 지척인 곳을 개발하겠다고 한다.
 이처럼 식수원 낙동강과 유명한 철새도래지 해평습지와 바로 지척인 곳을 개발하겠다고 한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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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일대는 낙동강과 불과 900미터 거리다. 이곳 낙동강은 바로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해평습지다. 해평습지 하중도가 지척에 위치해 있고, 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하는 구미광역정수장도 바로 코앞에 위치해 있다. 강 건너에는 해평취수장도 있다. 이 일대는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묶인 개발 불가 지역으로 생태계가 비교적 잘 보존된 지역이다.

게다가 작은 산지와도 연결돼 있어서 이 일대는 생태 핵심 구역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당연히 맹꽁이를 비롯한 다른 야생동물들이 많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보존을 해야 할 구역인 것이다. 그런데 구미시가 이 일대를 대규모로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착공 전에 홀연히 나타난 멸종위기종 맹꽁이

구미시에 확인해보니 아직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구만 정해져 있고 분묘 이장을 하고 있는 단계이지만 당장이라도 착공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 구미시 도시개발 담당자의 말이었다.

당장이라도 착공에 들어갈 수 있는 단계에서 맹꽁이가 홀연히 나타난 것이다. 맹꽁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다. 개체 수가 많지 않아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해서 국가가 보호하고 있는 법정보호종 생물이다.

멸종위기에 몰렸다는 것은 그만큼 서식 환경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그 까다로운 서식처 중의 한곳이 이곳 구미시 고아읍의 괴평·송림지구인 것이다. 맹꽁이의 멸종을 막으려면 이들 서식처가 잘 지켜져야 한다.
 
철새도래지 해평습지와도 바로 지척이고 구미광역정수장과도 지척인 개발지구
 철새도래지 해평습지와도 바로 지척이고 구미광역정수장과도 지척인 개발지구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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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 일대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재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구미시장이 나서야 한다. 시장이 이곳을 직접 시찰해보고 우선 개발의 입지 선정이 옳은 것인지를 다시 판단해봐야 한다. 이곳은 구미시의 생태적 자산이기도 한 곳이기에, 구미시가 잘 지켜서 미래 세대들에게 그대로 물려줘야 한다. 

환경부도 나서야 한다. 이곳은 환경부 산하 대구지방환경청의 관할 구역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우선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진행된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이 일대는 입지 조건상 맹꽁이 말고 다른 멸종위기종들 분명히 있을 수 있는 곳이라 또 누락된 야생생물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 맹꽁이 울음소리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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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멸종위기종 야생동식물들을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기관으로서 멸종위기종 맹꽁이의 존재가 확인된 만큼 일단은 이 일대에 맹꽁이가 도대체 얼마나 살고 있는지 그 실태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고, 이 일대가 맹꽁이의 집단 서식처가 맞다면 그 서식처 보호에 앞장을 서야 할 것이다.

"다른 개구리 소리도 그렇지만 특히 맹꽁이 울음을 듣고 있으면 심란하던 마음이 진정이 되고 생각이 정화가 돼 내적 평화가 찾아온다. 그러면 기분도 좋아진다. 구미시장님도 저녁에 이곳에 오셔서 녀석들의 울음소리를 한번 들어보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곳의 개발에 대해서 재고하시게 될 것 같다."

현장에서 들은 제보자의 바람이자 희망사항이다. 제보자의 바람처럼 김장호 구미시장은 꼭 현장에 와보셨으면 한다. 그래서 맹꽁이도 살펴보고 이 일대의 입지도 살펴서 과연 이곳이 개발지로서 합당한 곳인지 다시 한번 판단을 해주실 것을 요청해본다. 그래서 구미시장님이 결단을 내려주시길 간절히 희망해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낙동강 재자연화 운동과 야생동물들의 서식처 보존운동을 열심히 벌이고 있습니다.


태그:#맹꽁이, #구미시, #김장호 구미시장, #낙동강 해평습지, #대구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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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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