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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학교 학부모협의회 김행하 회장.
 조선대학교 학부모협의회 김행하 회장.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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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주광역시 소재 조선대학교의 학내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지난 8월 24일, 조선대 김이수 이사장이 조선대 민영돈 총장 징계안 의결을 징계위원회에 요구했다. 이사회는 '민 총장이 비위 교수들의 징계를 추진하지 않았음'을 징계 사유로 들었다. 

이에 민 총장은 "당시 인사위에서 비위 교수들을 징계한 후, 관리·감독자였던 학장과 대학원장에 대한 징계를 검토한 결과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인사위의 의사를 묵살하는 방식으로 징계를 제청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민 총장은 이사회 측 징계를 '부당한 학사행정 개입'으로 규정했으며, 직후 조선대 교원노동조합은 '(이번 징계는) 교수들을 줄 세우기 하겠다는 악랄한 의도'에서 행해진 일이라는 과격한 단어까지 동원해 이사회를 비판했다.

이같은 조선대 학내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민영돈 총장의 전임 총장인 강동완 전 총장 역시 이사회에 의해 해임된 바 있으며, 조선대에는 여러 차례 관선이사가 파견됐다. 최근 조선대에는 학내 문제에 앞장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학부모협의회가 있다. 1일 조선대학교 문제와 관련해서 조선대 학부모협의회의 김행하 회장을 인터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조선대학교 학부모협의회에서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행하입니다. 저는 조선대 4학년 재학생의 학부모입니다."

- 조선대 학부모협의회를 결성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 자녀가 조선대에 입학한 직후인 2019년 6월에 학내 시위에 참여한 후 낙망한 얼굴로 귀가했습니다. 신입생으로서 활발하고 의욕적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했던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이유를 물어보니, 총학생회의 요구로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위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스스로의 판단보다는 선배들의 요구로 인한 참여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바로 다음날 학교에 가봤습니다. 당시 조선대 총장이었던 강동완 총장이 총장실 입구에서 자기 방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학내 구성원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조선대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돼 학내 문제를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학부모회를 결성해서 학교 측에 대화를 요구했습니다."
 
조선대학교 전경.
 조선대학교 전경.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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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성 직후에는 어떤 활동을 했나요?

"조선대 이사장과 이사들에게 면담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당시 이사회는 총장을 해임하고 학교를 자신들의 의지대로 끌고 가려고 했습니다. 이사회는 강 총장 재직 시기에 진행된 교육부 대학평가에서 조선대가 '자율개선대학'에서 탈락했음을 명분으로 강 총장을 해임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징계는 교원 징계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국가기관인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의해 취소됐습니다. 직후 교육부가 직접 조선대 측에 소청심사위 결정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지만, 이사회는 사립학교 인사권을 내세워 2차 해임을 감행했습니다. 결국 강 총장은 최종 해임됐습니다.

이 과정을 알고 나니, 정말 황당했습니다. 특히 학생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총학생회 측이 일부 학생들을 동원해 강 총장 퇴진을 요구했는데, 이는 학내 구성원 간의 연결고리에서 비롯된 행동이었습니다. 총학생회가 교수 평의회, 교직원노동조합, 총동창회와 산하 민주동우회 등과 엮여 있어, 사안에 대한 생각과 무관하게 동원된 것입니다. 졸업한 지 꽤 된 선배들과도 관계가 있는, 지역의 폐쇄성 탓입니다. 조선대에서는 이 같은 관계망에 따른 여러 세력의 첨예한 갈등이 반복돼 왔습니다."

- 교수 10명을 처벌받게 했다고 들었습니다.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우선 정보 수집부터 했습니다. 그 결과, 여러 학내 정보를 알게 됐습니다. 그중 하나가 조선대 공과대학 학장 A씨가 '아빠 찬스'를 활용해 본인의 아들에게 석·박사 학위를 주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사건에는 A씨 외에도 9명의 조선대 교수가 연루됐습니다. 동료 교수 9명이 A씨의 아들을 출석을 마치 품앗이하듯 조작해 준 것입니다.

직후, A씨 등 10명의 조선대 교수와 A씨의 아들까지 11명을 수사기관에 고발했습니다. 그 결과 조선대 교수 9명이 벌금형 형사처벌을 확정받았습니다. A씨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직후 항소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A씨 아들의 학위는 취소됐습니다.

한 대학의 교수 10명이 한 학생의 출석을 조작해 4년 만에 석·박사 학위를 모두 줬다가 처벌받은 사례는 수도권에도 드물 것 같습니다. 이 사건은 조선대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학부모가 직접 부조리한 학사행정을 사법기관까지 끌고 가 해결한 사건이라고 합니다. 재판 당시, 웃지 못할 일도 있었습니다. 재판장이 A씨 아들에게 '아버지에게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아들이 '집에서 들었다'고 답한 일입니다."
 
조선대학교 학부모협의회가 제작한 피켓.
 조선대학교 학부모협의회가 제작한 피켓.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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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조선대 학내 갈등이 다시금 심화되고 있습니다.

"제가 지켜본 결과, 조선대는 회복 불능 상태의 환자와 같습니다. 옛날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판단하게 된 배경은 책임 주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조선대는 대한민국 최초의 민립대학으로, 시민들이 돈과 현물을 모아 세웠습니다. 역사성과 가치가 남다른, 어마어마한 대학입니다. 그러나 설립자 대표인 박철웅 전 총장이 학교를 사유화했습니다. 1988년 1.8항쟁을 기점으로 학내 자율화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당시 항쟁을 주도했던 학생들 중 일부가 학교에 남아 학내 의사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항쟁 참여자 대부분은 사회에서 역할하거나, 평범하게 잘 살고 있는데 학교를 떠나지 못한 이들이 학내 인맥을 통해 학사행정에 개입, 학내 구성원 사이에서 첨예한 갈등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교육부가 조선대 측에 정관 시행규정 일부를 개정, 폐지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지난해 7월에 있었던 시행규정 개정 당시 '교직원의 인사·보수·복무 등 처우에 대해 이사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정관 개정이 이뤄졌는데, 이 조항이 이사회가 집행부(총장 등) 및 학사행정에 과도하게 개입할 여지를 준다는 취지입니다. 최근 이사회가 민영돈 총장 징계를 의결한 것도 그렇고, 이사회와 집행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핵심은 박철웅 일가가 힘을 못쓰게 된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내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한 갈등입니다."

- 학부모협의회 활동을 하시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조선대에는 대학자치운영협의회, 일명 대자협이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당초 대자협에는 총학생회, 총동창회, 교직원노동조합, 학부모협의회 등이 소속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녀의 졸업과 동시에 학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탓에 어느새 학부모협의회가 빠지게 됐습니다. 이후 제가 다시 만든 것인데, 대자협 측이 학부모협의회의 복귀 요청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조선대는 공립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호남의 선대들이 돈과 현물을 모아 민립대학으로 설립한 학교입니다. 당시의 목적대로, 시민들이 철저히 감시하고 관리하는 구조가 돼야 할 것입니다. 광주시에서 나서서 시립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공립화 혹은 시립화 문제가 진지하게 논의되면 좋겠습니다."

태그:#조선대 학부모협의회, #사립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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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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