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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창녕보 상류 낙동강 전체가 녹색 띠로 뒤덮였다. 지난 8월 5일 낙동강의 모습이다.
 합천창녕보 상류 낙동강 전체가 녹색 띠로 뒤덮였다. 지난 8월 5일 낙동강의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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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9일(목) 환경부는 환경단체에 수돗물 조류독소 공개검증(안)을 제안했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날 오전 낙동강네트워크·환경운동연합이 참석한 '녹조 독소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 자리에서 민간단체가 요구했던 주요 내용은 제외하고, 일방적으로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몇몇 언론 인터뷰를 보니, 환경부는 마치 환경단체 측이 공개검증을 거부한다는 듯한 뉘앙스와 분위기도 풍겼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부 행태는 10월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을 앞두고 자신들의 무능을 감추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치졸한 꼼수라고 본다. 국민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할 환경부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벌이는 것과 같다.

국민 불안 문제 지적에... 환경부의 반응은

어제 '녹조 독소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에서, 민간단체 참가자들은 최근의 수돗물에 대한 낮은 신뢰도 원인은 상수원 불안과 행정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녹조 독소 문제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환경부가 종합적인 대책과 함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환경부에는, 이 녹조 독소 문제에 대한 종합적 대책이 부실하고 부재했다. 수돗물 녹조 독소는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에서, 일반 녹조 문제는 수질과에서 담당하는 등 환경부 내 체계도 잡히지 않은 상태로 보였다. 따라서 환경단체는 환경부가 녹조 문제를 총괄하는 단위를 구성하고 수돗물을 포함해 강의 원수, 농작물, 에어로졸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다음 주까지 서면으로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이런 내용을 의도적으로 뺀 뒤에 '수돗물 공개검증'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수돗물 조류독소 관련 공개 검증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9월 27일 오후 환경단체에 공개검증(안)을 제시했다"는 얘기만 보도자료로 낸 것이다. 이는 환경부과 환경행정에 대한 불신을 스스로 키우는 것이자, 환경단체에 제안한 공개검증이 '쇼'에 가깝다는 걸 말해준다고 볼 수 있다.

환경부는 국민 불안이 보이지 않는가? 9월 초 낙동강의 녹조는 지난 여름에 비해 현저히 저감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공기 중에서 유해 남세균(녹조)이 생성하는 발암물질 마이크로시스틴(MCs)과 뇌 질환을 유발하는 BMAA가 검출됐다.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은 낙동강 주변 '공기 중 남세균 독소 조사'를 벌였다.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은 낙동강 주변 "공기 중 남세균 독소 조사"를 벌였다.
ⓒ 낙동강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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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들의 조사 결과 낙동강으로부터 1km 이상 떨어진 아파트 옥상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고, 1.5km 떨어진 가정집에서도 남세균이 확인됐다. 낙동강 원수로부터 시작된 녹조 독소가 수돗물, 먹거리, 공기까지 환산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물, 먹거리, 공기는 생명 유지의 필수 조건이지만, 여기서 모두 독소가 검출된 심각한 상황이다.

이로 인한 국민의 건강에 대한 불안, 또 수돗물과 환경행정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한 가정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을 걸려주는 정수기가 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인터넷을 검색하느라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부실한 조류경보제를 통하여 운영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녹조 독소가 위험할 정도가 아니라며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환경부의 처신은 국민이 처한 위험 정도를 왜곡해 국민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당시 환경부 등이 헌법에 보장된 '과소보호금지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환경부는 또다시 이 원칙을 외면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즉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최소한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녹조가 여전한 낙동강에서 수상스키, 낚시, 야영, 파크골프를 즐기는 시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지금 해야 할 일

지금은 수돗물 분석 방법 공개 검증이 아니라 낙동강 원수, 수돗물, 농산물, 에어로졸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시행이 시급하다고 본다. 환경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수돗물 분석 방법 검증만이 아니라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녹조 독소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일과 위험 거버넌스 구축이다.

여러 환경단체는, 그동안 환경부가 녹조 독소 문제와 관련해 의도적으로 위험 평가를 부실하게 했으며, 그에 따른 위험관리와 위험소통 역시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강이 아프면 사람도 아플 수밖에 없다'는 상식을 지적했지만, 이에 대해 환경부는 제대로 된 답변과 대책 없이 '수돗물은 안전하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환경부의 행태로는 수돗물 불신을 해소하지 못할 뿐 아니라 행정 불신을 더욱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지금 낙동강 주변들에서는 쌀 수확이 시작됐다. 지난 여름 녹조 물이 주변 들녘에 유입된 것이 확인됐고, 이에 대한 조사는 유통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때를 놓치면 치명적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독성물질이 국민 밥상에 올라, 국민들을 병들게 할 수도 있다.

시급하고 위중한 문제이기에 환경부와 농림식품부 식품안전처 등 관련되는 정부부처, 시민사회, 전문가 등이 참여한 동시다발 조사와 대책 시행을 이어가야 한다. 또 공기 중 녹조 독소 문제 역시 위중하다. 한 전문가는 낙동강 에어로졸 녹조 독소는 방독면을 써야 할 수준이라고 지적할 정도다. 환경부가 국민 건강과 안전 책임을 방기하는 동안 국민은 병들고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수 있을 것인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국회는 환경부의 무능과 무책임성을 철저히 따져야 할 것이다. 꼼수로 국민을 속이려 하거나, 질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현상을 그대로 두는 환경부여서야 되겠는가. '녹조 독소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환경단체의 요구를 듣고도, 왜곡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던 환경부 관계자에 대한 문책도 필요해 보인다.

또 녹조 독소 문제와 관련해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과 위험거번넌스를 통해 위험 평가, 위험관리, 위험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태그:#4대강, #마이크로시스틴, #남세균,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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