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1일 개막한 제 22회 피렌체 한국 영화제(집행위원장 리카르도 젤리, 부위원장 장은영, 3/21~30)의 개막식을 위해 방문한 배우 송강호와 김지운 감독을 향한 현지 팬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피렌체 시장인 다리오 나르델라(Dario Nardella)까지 개막식에 참석해 배우 송강호와 김지운 감독을 만나 환담을 나누고 기념촬영을 하고 갔을 정도다. 젤리 집행위원장은 피렌체 시장이 타 국가의 영화제에 참석하는 일은 굉장히 드문 일이라고 말하며 놀랐다고 한다. 
 
 송강호 배우와 김지운 감독.

송강호 배우와 김지운 감독. ⓒ 김솔지

 
배우 송강호는 지난 2012년 방문한 후 12년 만에 방문한 거라며 팬들의 환대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필자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과거 해외 영화제에 참석하거나 해외 팬을 만나게 되면, '우리의 우수한 영화를 그들에게 증명해야 겠다'라는 생각이 있었다"라며 "이제는 너무나도 달라진 위상과 높아진 명성에, '그들을 실망시키면 안 되겠다'라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그동안 한류의 불모지로 여겨졌다. 살고 있는 교민이 2023년 통계 기준으로 3691명, 진출한 기업도 적고 경제교류도 타강대국들에 비해 크지 않은 탓인지 문화교류도 늦었다. 일본인은 한국인보다 두 배가 많으며, 중국인은 약 31만 명으로 한국인보다 83배가 많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OTT서비스 등의 활성화로 인해 이탈리아의 안방으로 찾아간 한국의 많은 콘텐츠가 호평을 받으며 연일 한류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자연스레 한국 콘텐츠가 확산되며 기존에 이탈리아 내에서 강세였던 중국과 일본문화와의 다른 점들도 함께 알려지고 있다. 식문화는 물론 도시의 스타일, 주거, 교육, 국가의 전반적인 이미지부터 전통문화도 알려지고 있다.

필자가 이탈리아에 처음 도착한 2007년 이탈리아 사람들은 한국 하면 2002년 월드컵만 이야기했다. 하지만 15년이 훌쩍지난 지금, 필자가 만나는 아이 친구들의 부모님, 비지니스 파트너, 주변 이웃들 중 그 누구도 월드컵을 얘기하지 않는다. "한식을 먹었다", "드라마를 봤다",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돌이 좋아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관객과의 대화 중인 송강호 배우와 김지운 감독.

관객과의 대화 중인 송강호 배우와 김지운 감독. ⓒ 김솔지

 
어떤 이는 이야기한다. 한국을 알아주면 어떻고 모르면 또 어떻냐고,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문화가 우리의 문화고, 전세계 어떤 사람을 만나도 통용될 주제를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공통된 보편 지식을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고도 재밌는 일이라 생각한다. 

사람이 자신을 증명해 내고 자신의 가치를 세워 나가는 데 있어, 꼭 타인에게 증명을 받아야지만 사는 것은 아니다. 국적이나 소속에 관계없이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수많은 코뿔소 같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모두가 항상 코뿔소 같을 순 없다.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니까 말이다. 때론 아직 뿔이 덜 날카로워 주머니를 뚫을 수 없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럴 때 문화에 기대어 묵묵히 뿔을 갈아봐도 좋지 않을까.

한국 드라마를 너무 재밌게 봤다며 소녀 같은 얼굴을 하고 한국 드라마 줄거리를 줄줄 읊어내는 카페 사장님의 커피를 마시며 필자는 그렇게 생각해 본다.
 
 피렌체 한국영화제 22회 포스터.

피렌체 한국영화제 22회 포스터. ⓒ 피렌체 한국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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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을 이탈리아에서 보냈으며 밀라노에서 대학졸업 후 패션, 통역, 관광분야에서 근무를 하였습니다. 로마에서 거주하는 이탈리아 공인 가이드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한국인이자,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외국인으로서 바라보는 시야를 보다 사실적이고 확실하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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