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23 08:20최종 업데이트 19.12.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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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체 수출액에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12%)과 일본(5%)을 합친 규모와 비슷하다.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상황은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이 침수되지 않도록 오랫동안 사용해오던 둑이 무너져 물이 범람하며 사람과 살던 집이 물속에 잠기게 된 경우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인가? 마을이 침수되며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해내고 임시 주거시설도 세워야 하고, 둑도 재건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가계 중 절반 이상의 (명목)소득이 후퇴하고 있었고, 세계 교역액 증가율이 구조적으로 하락하고, 오래 전부터 진행된 저출산으로 2017년 6월부터 (15~64세 기준)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세계 교역의 정체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 정부의 지원으로 기업의 수출 시장 다변화 정도가 가능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급한 불

이와 관련하여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이 대표적 성과다. 전체 수출액에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중은 박근혜 정부 때 15% 정도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17%, 즉 미국(12%)과 일본(5%)을 합친 규모와 비슷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 역할의 구조적 하락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내수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지만 잘못된 접근으로 실패하면서 '빚내서 집사기'인 부채 주도 성장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가계 부채가 폭등하면서 내수 취약성은 더욱 심화된다. 가계 부채 1% 증가할 때 GDP에 미치는 영향은 마이너스(-)로 떨어질 정도로 (2000년대 이후 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질 때마다 기대었던) 부채 주도 성장은 파산을 하였다. 그리고 당시 건설투자 증가율의 급등은 문재인 정부에서 건설투자 위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가계소득 강화를 통한 내수 강화라는 소득주도성장 정책들을 도입한 이유는 박근혜 정부에서 내수와 수출 모두 구조적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리고 소득주도성장 정책들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가계소득 후퇴는 멈추었다. 적어도 (올해 3분기부터) 1년 전에 비해 전체 가계의 (명목)소득은 증가세로 전환하였다. 가계소득의 이러한 개선은 연속 2년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 기초연금 증액이나 아동수당 확대, 근로장려금 증액 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결과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나 임금근로자 간 양극화 등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고, 특히 고령층으로 구성된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가 멈추었다. 예를 들어, 가계소득 하위 10%의 가구주 평균 연령은 69세에 달하고, 하위 20%로 확대해도 64세가 넘는다. 올해 2분기까지 하위 10% 혹은 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 하락이 지속된 배경이다. 11월 기준으로 1년 전에 비해 60세 이상 인구가 약 58만 명이 증가하였고, 이들 중 대다수가 민간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향후 하위 20% 가계의 가구주 연령의 증가는 지속될 수밖에 없는 반면, 상위 20% 가계 소득은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가계 소득의 양극화(예: 소득 5분위 배율의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하위 20% 가계의 소득 하락이 지속되었던 이유도 박근혜 정부 말인 2016년에 비해 60세 이상 인구는 163만명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시니어 일자리 정책 비판은 어불성설
 

지난해 2월 한국GM이 전북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노조 조합원들이 투쟁 머리띠를 두르고 공장 동문으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따라서 소득 불평등 및 하위 20% 가계 소득의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정년 연장제가 현실 속에 뿌리내리기 전까지 기초연금 증액 및 상향 확대, 혹은 공공근로 일자리 공급 이외에 대안을 찾기 어렵다. 일부에서 재정투입으로 만드는 일자리라고 비판을 하거나 재교육을 통해 민간부문에서 일자리를 찾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인 것이다.

60대 초만 하더라도 적극적 구직활동의 결과 민간부문 일자리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하위 10%는 사실상 평균 연령이 70세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민간부문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도 기대수명은 길어지는 가운데 일자리 단기화 현상이 심화되고, 교육비 및 주거비 등의 부담으로 대부분 서민들은 노후를 준비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하고 싶어도 은퇴를 할 수 없고, 가능한 최대한 소득 창출 활동의 추구를 시도한다. 경제활동인구가 급증하는 배경이다.

그런데 민간부문에 이들이 취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해당 인구 중 취업자 비중인 고용률을 보면 30대부터 50대 전반까지는 77%~79%가 지속되다가 50대 후반에 73%로 떨어지고 다시 60대 전반에 61%, 후반에 35%로 하락 속도가 가속적으로 진행된다. 게다가 60대부터는 일자리의 질도 크게 후퇴한다. 이처럼 인구의 급증과 경제력의 취약성 등을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의 시니어 일자리 대책을 비난하는 것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불순한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시니어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청년층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나 고용률 등의 개선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장려금 인상 등의 효과가 크다. 너무 낮은 임금에서 노동시장 진입에 소극적이었던 분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로 작용한 것이다.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은 올해 3분기 가계소득 증가율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하위 30%에 속하는 저소득층, 30~70%에 속하는 중간소득층, 70% 이상에 속하는 상위소득층 가계의 소득 증가율은 1년 전에 비해 각각 4.5%, 4.1%, 1.5% 증가하였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목표로 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 위기 부르는 제조업의 위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려면 40대 일자리 및 고용률 감소, 청년층 일자리의 질 등을 문제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40대와 청년층 일자리 문제는 '제조업 위기'라는 산업생태계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 경제가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취약한 부분은 제조업의 과잉 의존에 있다. 따라서 제조업 위기가 발생하면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일종의 '시스템 리스크'인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군산에서 한국GM이 철수하면서 제조업 일자리의 감소는 지역 사회에서 밥과 술 장사 등을 하는 자영업자의 폐업으로 이어지고, 그에 따라 상가 수요가 감소하면서 상가 건물(사업시설)에 관련된 경비·청소·임대 관련 일자리도 줄어들고, 나아가서는 지역 부동산 경기도 침체에 빠진다. 이런 모습이 현재 산업단지가 있는 지방 주요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제조업이 몰려 있는 지방 주요 도시의 경기 침체는 주변의 군소 도시들까지 영향을 미친다. 앞에서 우리 경제의 상황을 '둑이 무너진 것'에 비유한 이유이다.

제조업의 위기는 오래 전부터 3단계로 진행되어 왔는데, 역대 정부의 이에 대한 대책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1단계 위기는 92년부터 진행된 탈공업화였다. (제조업 종사자의 비중이 줄어드는) 탈공업화는 기본적으로 기술진보에 따라 겪는 일반적 현상이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의 경우 탈공업화도 압축적으로 진행된다는 점과 '선택적 공업화'로 서비스 부문의 구조적 취약성 등을 수반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불균형 성장과 격차 사회를 구조화시켰다.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출 주도 성장은 어렵게 되었다. 수출의 어려움은 제조업의 2단계 위기를 초래하였다. 제조업이 수출의 주력 산업이라는 점에서 양자는 동전의 앞뒷면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수출과 제조업의 타격은 (제조업이 주력 사업인) 대다수 기업의 타격으로 연결된다. 수출과 제조업, 대기업의 성장 정체가 이명박 정부 말 때부터 지속되는 배경이다.

문제는 3단계 위기다. 제조업 제품들의 위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차원의 제조업의 공급 과잉 속에서 산업 지도의 지각 변동이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예를 들어, 20세기 미국 경제를 상징하는 기업인 GE의 주가가 2000년경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해 얼마 전부터는 바닥까지 추락하면서 다우지수에서 탈락한 것은 전통적 제조업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 자리를 구글 모델이 대체하였다. 21세기 미국 경제를 끌고가는 기업들은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이른바 플랫폼 기업들이다. 플랫폼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제조 제품들은 데이터 창출, 데이터 구동 등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이동전화기를 스마트화시킨 스마트폰이 나오자 더 이상 전화기라는 제조 제품의 기능을 상실했듯이 말이다.

두 번째 제조업 제품의 변화가 자동차라는 또 다른 모빌리티에서 진행되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차량공유서비스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여기에 환경 문제의 강조에 따라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부상하면서 내연기관에 기초한 자동차 산업은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 군산에서 한국GM 철수는 예고된 것이었다. 본인은 2014~15년 방송 출연을 통해 3~5년 내 한국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하였지만 벽보고 얘기하는 느낌이었다.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3년 미국GM은 전통적인 완성차 사업을 접고 전기차와 차량공유서비스업으로의 사업 재편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2014년부터 유럽, 호주, 동남아, 러시아 등에서 자회사들을 매각 혹은 사업 철수를 진행하였다. 유럽 시장에 대한 수출 지원이 존재 이유인 한국GM의 철수가 예고된 배경이다.
 

전통적인 제조업의 입지는 축소되고 데이터경제로의 이행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 수출선적부두 모습. ⓒ 연합뉴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이 정답이다

글로벌 교역 성장의 구조적 둔화와 더불어 산업계의 지각 변동은 우리의 주력 제조업들인 자동차와 조선 등에 이어 반도체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지향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사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사업은 제조업 경제에서 데이터 경제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그에 따라 전통적인 제조업의 입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업의 입지가 축소되었듯이 말이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사업이 수반하는 데이터 경제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한국 경제는 물론이고, 삼성이나 현대차 등 간판 기업들조차 생존의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는 문재인 정부 혁신 성장 전략의 성패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달에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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