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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러진 화살' 포스터
▲ 영화 '부러진 화살' 포스터 영화 '부러진 화살' 포스터
ⓒ 아우라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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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러진 화살>은 한 사립대학 전직 교수가 재임용 탈락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민사소송을 냈으나, 1심, 2심에서 거푸 패소한 후, 2심 담당 재판장인 부장판사 아파트로 찾아가 석궁을 쏜 전대미문의 사건에 대한 형사재판 과정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교수는 실제로 석궁을 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위협만 하려고 했을 뿐인데 티격태격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발사되었고, 피해자인 부장판사의 몸에 맞은 것이 아닌데도 부장판사가 위증과 증거조작을 해서 부당하게 처벌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담당재판부가 교수의 정당한 증거신청을 모두 기각하고 편파적인 재판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지난 가을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영화 <도가니>를 보면서 내내 분노했다. 또 그로 인하여 묻혀졌던 진실이 드러나고 문제의 인화학교는 폐쇄되었을 뿐만 아니라 '도가니법'까지 제정되는 등 사회악 제거에서 영화의 건강한 기여를 직접 보았기 때문에, 영화 <부러진 화살>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를 하고 일찌감치 시사회에 참석해서 보았다.

영화는 참 잘 만들어져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은 것 같았고, 중간중간 들리는 관객의 반응이나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본 관객의 표정으로, 영화가 개봉하면 상당한 흥행을 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감독의 시선은 교수의 시선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는데, 그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영화의 초점은 과연 교수가 부장판사를 향해서 석궁을 쏘았는지, 부장판사는 석궁에 직접 맞은 것인지에 대해서, 부장판사가 재판에서 위증이나 증거조작을 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그리고 재판을 담당한 법원이 교수나 변호인의 정당한 증거신청을 부당하게 배척하고 편파적인 재판을 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내 눈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재판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서 담당 재판장이나 판사 개인에 대한 테러를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교수의 말대로 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위협만 하려고 했다고 해도 과연 그것이 정당한가 하는 의문에 맞추어져 있었다. 영화를 본 지 벌써 3주가 지났고, 영화가 개봉 5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나의 이러한 의문은 점점 걱정으로 변해갔다.

법원, 즉 사법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가 권력의 폭력이나 부당한 처분으로부터 국민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우리 헌법도 법원에 대해 그러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서 '법원'은 대법원부터 지방법원에 이르는 각각의 법원이나 또는 법원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단독 재판부나 합의 재판부 각각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즉 단독판사가 재판을 하면 그 단독판사가 '법원'이고, 또 3인의 합의부가 재판을 하면 그 3명을 합친 합의부가 '법원'이 된다.

그런데 과연 우리 법원에는 영화에 나오는 그런 잘못된 법원만 있는가? 피디수첩 사건, 케이비에스 사장 사건, 한명숙 사건 등 이명박 정부 들어서 특히 심해진 검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해 번번히 무죄를 선고하는 건강한 법원도 있지 않은가?

우리 법원이 과거 독재시대뿐만 아니라 지난 민주정부 시대에, 그리고 현재의 이명박 정부 하에서 과연 그러한 직분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하지는 못한다. 실제로 변호사로서 이런저런 사건을 의뢰받아 재판을 해보지만, 전관예우, 선입견에 의한 편파적인 재판진행, 이유없는 증거신청 기각 등에 대한 의심이 가는 재판이 한두 건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담당 재판장이나 판사, 다시 말해서 '법원'에 대한 테러를 용인한다면, 그것이 비록 교수의 '의도'대로 단순한 협박에 불과하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건강한 법원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SNS를 통해서 드러나는 판사 개인들의 성향이나 전력에 대한 보수언론들의 막가파식 테러로부터 우리의 건강한 법원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이렇게 볼 때 영화 <부러진 화살>로 교수가 쏜 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 그 자체인 것이다. 일부 잘못된 '법원'이 부당한 재판을 한다고 해서 '법원'에 대해 화살을 쏜다면, 그와 함께 건강한 '법원'도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어떤 법원이라도 당사자나 권력의 부당한 압력이나 협박에 '쫄지 않고' '법과 양심에 따라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법원'을 지켜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한 점에서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교수의 그러한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고, 감독도 이 점에서는 교수와 시선을 달리 했어야 옳다. 그리고 대다수 관객의 바람과 같이 이 영화가 제2의 도가니가 되어 사법개혁의 도화선이 되기 위해서는, 법원 그 자체에 대한 테러에 대해서는 일반 형사범에 비해 가중처벌하는 법개정도 반드시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해본다. 우리에게는 '정당한 재판진행' 못지 않게 '법원의 독립' 또한 잃어서는 안될 소중한 헌법적 가치이자 제도이기 때문이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것이다.


태그:#부러진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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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관심은 두가지 입니다. 하나는 저작권(초상권, 인격권, 프라이버시권, 문화컨텐츠 등)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외국민의 권리(국적회복권, 참정권 등)에 관한 것입니다. 위 문제들에 관해 간혹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매체에 기고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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