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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들교회 아이들이 금강 앞에서 물수제비를 날리고 있다.
 빈들교회 아이들이 금강 앞에서 물수제비를 날리고 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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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두 번인데..."
"난 다섯 번! 아니 여섯 번!"


12일 오전, 세종보 상류 300m 지점에 친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위한 천막농성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어른들 손을 잡고 이곳에 온 청소년과 아이들이 20여명은 족히 될듯했다. 대전 대화동 빈들 장로교회에서 주말 예배 차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다. 농성천막이 있는 하천부지로 내려오자마자 아이들은 우르르 강물 앞으로 몰려가서 물수제비를 날리며, 앞 다투어 셈을 했다.

4대강사업 이후 곳곳에 박힌 '접근금지' 팻말. 강바닥을 6m 깊이로 준설했기에 취한 조치였고, 그 뒤부터 모래톱이 사라지고 썩은 물만 가득했던 4대강은 야생생물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접근금지의 강이었다. 이날 아이들이 물수제비를 날릴 수 있었던 건, 지난 2018년부터 세종보를 전면 개방했기에 가능했다.

"흰목물떼새와 우리는 한 몸, 공동체"
 
12일,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장 앞에서 '빈들 장로교회'와 '함께 걷는 교회'가 주말 예배를 올렸다.
 12일,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장 앞에서 '빈들 장로교회'와 '함께 걷는 교회'가 주말 예배를 올렸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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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농성장 앞에서 예배를 마친 아이가 박스 종이에 흰목물떼새를 그려넣었다.
 세종보 농성장 앞에서 예배를 마친 아이가 박스 종이에 흰목물떼새를 그려넣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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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흐르는 것이 내가 사는 길이요, 흰목물떼새 알이 태어나서 자라는 것이 우리를 살리는 길임을 깨닫게 하시는 하나님과 예수님, 그리고 성령님의 인도하심이 흐르는 금강과 흰목물떼새의 알을 '있는 그대로' 보전하기 위해 함께 손잡고 기도하는 삶을 살고자 여기 모인 모든 이들 위에 늘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

이날 빈들 장로교회 허연 목사는 농성천막 앞에서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예배를 올렸다. 한두리대교 교각 밑이다. 세종보 재가동을 위한 보수 공사를 위해 1번과 2번 고정보 쪽으로 흐르는 물길을 막아서인지 강물은 세차게 흘렀다. 교각 위로 차량이 지나가는 소리, 물떼새 지저귐도 섞였다. 맨 앞에 앉아있는 아이들은 "금강아, 흘러라"라고 적인 팻말을 들었다.

허 목사는 "하나님은 이 강을 통해, 그리고 물에 잠긴 흰목물떼새 알을 통해 말씀하고 계신다"면서 "강이 흐르니 않는다면, 흰목물떼새 알이 없어진다면 너희들도 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씀하고 계신다"고 설교했다.

허 목사는 이어 "이 강과 여러분, 흰목물떼새와 여러분들은 둘이 아니고 하나, 한 몸, 공동운명체라고 말씀하고 계신다"면서 "강이 흐를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이 나의 생존을 위해, 그리고 우리의 미래와 이 세계가 망하지 않는 길임을 깨닫고 계속 기도하고 연대하는 삶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물수제비에 여념없는 아이들... 한 폭의 수채화
  
세종보 농성천막 앞에서 예배를 본 빈들장로교회 사람들이 세종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세종보 농성천막 앞에서 예배를 본 빈들장로교회 사람들이 세종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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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농성장 팡세서 예배를 보는 '함께 걷는 교회'.
 세종보 농성장 팡세서 예배를 보는 '함께 걷는 교회'.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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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가 끝난 뒤 아이들은 또다시 물수제비를 날렸다. 흐르는 강물을 배경으로 일렬로 늘어선 아이들의 모습은 평화로운 한 폭의 수채화였다. 어떤 아이는 박스 종이에 물떼새를 그려놓고 '금강아 흘러라'라고 적었다. 작은 나무 십자가에도 물떼새를 그려 놓고 '금강이 힘차게 흐를 수 있도록 하소서'라는 기원의 말을 남겼다.

14일 차 세종보 농성장에는 환경단체 인사뿐만 아니라 정치인과 종교인, 세종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농성 소식을 듣고 주말에 가족 나들이차 아이들의 손을 잡고 방문한 이들도 많다. 또 이날 오후 서울에서도 예배를 위해 농성장을 방문했다.

'함께 걷는 교회' 박천규 목사는 이날 설교를 하면서 "오늘 이곳에 온 우리가 세종보 수문이 열린 뒤 맑아지고 깨끗해진 강을 목격한 증인"이라면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맑게 흐르는 강을 지키는 것이 이 시대, 교회의 역할이고 본분"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세종보, #4대강사업,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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