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남겨진 자의 경험이다. 누구나 살면서 언젠가는 경험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자살은 특히 남겨진 자들에게 많은 고통을 준다. 2022년 기준 대한민국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5.2명이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이자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한 사람의 죽음은 여러 명의 유가족을 남긴다. 친인척부터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감, 죄책감을 겪는 사람 등 훨씬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반짝이는 스타라면 더욱 그렇다. 열광적으로 좋아하지 않았더라도, 스치듯 노래를 들어봤거나 출연한 작품을 본 것만으로 우리는 슬픔에 빠진다. 그러나 당신을 사랑할 줄 알지만 애도하는 방법은 모른다. 그렇다면 떠나간 스타를 어떤 방식으로 기억해야 할까.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차은우가 조용히 답을 건넸다.
 
차은우가 '멋진 친구'를 기억하는 방식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화면 갈무리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화면 갈무리 ⓒ tvN

 
지난 8일 <유 퀴즈 온 더 블럭> '가족' 특집에 출연한 차은우는 '가족 삼고 싶은 연예인 1위'로 출연했다. 유쾌한 콘셉트인 만큼 학창 시절에 재밌었던 일화나 '차은우보다 잘생겼다던' 친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밝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작년을 돌아보며 툭 튀어나온 그의 진심 때문이었다.

"작년이 저한테는 되게 힘든 해였다"고 운을 뗀 차은우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동료 아스트로 멤버 문빈을 떠올렸다. "마음속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었다"며 솔로 앨범 수록곡 'WHERE AM I'의 비하인드에 대해 "가사를 펑펑 울면서 썼다. 아직도 그 노래를 못 부른다"고 말했다. 문빈이 떠난 이후 "밥을 먹을 때도 먹어도 되는 건가, 잠을 잘 때도 잘 만한 가치가 있나 싶었다"고 죄책감을 고백했다.

그의 고백에 많은 이들이 슬퍼했다. 아스트로 팬덤과 함께 많은 K팝 팬덤들이 문빈을 향한 그리움을 털어놓으며 "차은우의 말이 반가웠다", "모두가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특히 차은우의 경험이 우리를 돌아볼 시간을 주었다는 분위기가 일었다.

주변 사람이 갑자기 떠나게 되면, 우리는 대인관계의 상실이자 정신적 외상을 경험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는 충격과 부정, 분노, 불안, 수치심 등을 겪게 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해 더욱 고립된 상황에 처한다. 자살은 유가족으로 하여금 다른 죽음과는 다른 애도 과정을 경험하게 하며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어려움에 빠지게 만든다.

물론 떠나간 사람을 애도하는 것은 모방 자살이나 스타, 유가족에 대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기에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애도 과정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누군가의 존재를 함께 떠올리고 그리워하며, 죽음에 대한 슬픔을 나눌 때 애도는 개인의 경험이 아닌 공동의 기억으로 확장되고 그때야 온전히 추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의 저자 고선규는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곁에 앉아 있고, 그 경험을 아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어떤 마음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아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위로를 받는다"고 밝혔다. 그들이 살아생전 사랑받은 만큼, 떠나간 이후에도 그를 애도하는 과정을 통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애도를 통해 나아가는 다음 단계
 
 샤이니 종현의 생일마다 올라오는 공식 게시글

샤이니 종현의 생일마다 올라오는 공식 게시글 ⓒ X(@SHINee)

 
샤이니 종현이 떠나고 같은 멤버 키는 < Don't call me(돈콜미) >로 음악방송 1위에 오르자 수상 소감으로 "오랫동안 말을 하지 못한 게 있다"며 "요즘 너무 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 너무 그리운 사람이 있다. 빈자리가 아직도 너무 크다. 정말 정말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털어놨다. 이후 그는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도 출연해 "그 이야기를 꺼내면 안 되는 금기사항처럼 여겨졌다. 이제 그리워 해도 괜찮다는 걸, 여러분들도 아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샤이니 공식 SNS 계정에는 여전히 매년 4월 8일이 되면 종현의 생일을 축하하는 게시글과 함께 "늘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메시지가 게재된다. 이에 팬들이 해시태그와 함께 올려주는 게시글을 보다 보면 그를 향한 그리움과 애정이 느껴진다. 우리를 떠나간 이름들이 생각난다. 비록 떠나갔지만, 여전히 함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들이 있다.

애도하는 과정은 성장을 남긴다. 정신적 외상 사건을 겪은 이들은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을 경험하는데 이는 위기를 겪은 후 주관적으로 지각하게 되는 긍정적인 심리 변화를 뜻한다. 더 많은 것을 긍정하게 되고, 포용하며 살게 된다고 한다. 언제나 사랑은 사람을 성장하게 만든다. 누군가를 더 잘 사랑하기 위해 이제 애도하는 방법을 고민할 순간이다.
유퀴즈 차은우 문빈 아스트로 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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